사실 이런 부정적 견해도 이해가 가는 것이, 대부분 독일여행 가서 만나는 사람들이 기차역 직원들, 가게 직원들, 공무원일 가능성이 높고, 이들은 일반 독일인들한테도 그다지 친절하지 않다. 그리고 독일 지역마다 또 온도차가 난다.
나도 독일살이 초반에는 휴대폰 구매하러 갔다가 거의 쫓겨나다 시피 나오고, 기차표 바꾸러 갔다가 호되게 당하고... 몇몇의 힘든 경험들이 있다.
오죽하면 손님이 직원을 귀찮게 한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이다.
나의 몇 안 되는 독일인 찐친들도 처음 봤을 땐 매우 차가워(Eiskalt) 보였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만나서 이야기해 보면 다들 소프트아이스크림이 따로 없다.
물론 몇몇은 나를 그저 아는 외국인으로 대하기도 하고 아시아 사람이니 흥미로울 것 같아서 연락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이유야 어찌 되었던 나는 이러한 독일인들의 우정 관리의 테두리 안에서 너무나 감사했다.
독일 사람들의 우정 관리란 별 다를 것 없이
서로의 안부와 가족들의 안부를 묻고
친구라고 많은 것을 강요하지 않고
오랜만에 만나면 이것저것 넣은 소소한 선물꾸러미도 챙겨주고
좋은 정보가 있으면 서로 알려준다.
특히 내가 힘들 때 약간의 공감과 날카로운 이성적인 조언도 해주었다
사실 우리와 별 다를 것 없어보이지만 약간의 차이점은,
지극히 개인적인 성격상 이게 정말 본인의 마음에서 우러나지 않으면 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차가워 보일지라도 몇 번의 만남을 통해 일단 친구 혹은 내가 챙겨야 할 친구 또는 지인이라는 테두리에 들어가면 언어의 장벽을 넘어서 진심으로 다가오는 독일인들을 볼 수 있다.
솔직함/정직함/진지함 이러한 독일인들의 성향들이 우정관계를 형성하고 돈독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
나는 어릴 적부터 우정이라는 관계에 집착해 왔다. 친구가 조금만 관심을 보이지 않거나 약속을 거절하면 심각한 고민에 빠지곤 했다. 그래서인지 친구들과 지인들 챙기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순간 이게 의무가 되어버리니 너무 힘들어지고 챙겨주는 나도 기쁘지 않았다.
그런데 독일인들의 우정을 관찰하다 보니 참 어렵지 않은 것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 상관없이 인간대 인간으로 솔직하게 사람을 대하다 보면 나와 맞는 사람인지 아닌지도 알 수 있고 상대방도 그 진정성을 느끼기에 좋은 관계가 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특히 독일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개인주의의 긍정적인 면을 많이 배웠다. 나를 희생해서 이 무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거나 좋은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
자신의 기분, 상태, 의견을 솔직하고 정중히 표현함으로써, 나중에 이 무리에 대한 좋지 않은 기분이나 실망감을 남기지 않는 것이다.
친구라고 해서 반드시 내 요구를 들어줘야 할 의무도 없고, 친구가 요구하는 바를 내가 꼭 들어줄 의무도 없다. 이런 거절의 상황에서 독일인들은 정말 깔끔하고 나이스 하게 이야기를 잘한다. 악의 없이 그냥 단순히 본인의 상황이 여의치 않음을 잘 설명해준다.
그렇다고 독일인들이 매번 거절하는 건 아니다. 어려운 상황이거나 중요한 일이라 생각되면 응당 친구관계에서 양손 걷어 부치고 나서서 도와준다.
친구의 이사를 우리네 품앗이 하듯 도와주고
오랜기간 집을 비운 이웃을 위해 차나 자전거가 잘 있는지 확인해 준다.
엄청 살갑지는 않지만 정말 잘 챙겨 준다.
이렇게 친구사이에서도 솔직한 태도로 오랜 관계를 유지해 나가는 독일인들을 보면서 친구관계도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한국인처럼 끈끈한 정과는 다른 깔끔하고 우직한 면이 있는 독일의 Freundschaft에 공감하는 이들이 많아지길 바란다.
- 오늘의 독일 이야기는 여기까지 -
Freundschaft pflegen [프로인트샤프트 플레-겐] : 우정 관리하기
der Freund 친구 - schaft 어떠한 관계 등을 나타내는 어미 pflegen 돌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