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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Apr 28. 2023

독서모임이 좋은 이유.

사람을 이해하고, 취향이 다양해진다.

독서모임이 좋은 이유.


책 친구 한 분이 약속과 독서모임이 겹쳐 나오지 못하셨다. 비어 있는 자리를 보며 마음이 헛헛했다. 나만 허전한 모양은 아닌가 보다. 다들 아쉬워하며 책 읽는 모임을 이어갔다. 한 분이 빠진 만큼, 모임이 빨리 끝났다. 다음 시간에 꼭 오리라 믿으며 우린 모임을 끝냈다. 각자 생활로 돌아갔다. 일주일 동안 다음 독서 모임을 기다렸다. 커피문고 대표에게 연락이 왔다.


"샤샤님 못 오신다고 해!"


채워지던 마음이 다시 '텅'하고 비어졌다. 다음 문장이 마음을 채웠다.


"대신 월요일에 모임을 한 번 더 하자. 그땐 내가 피자 쏠게! 어때?"


마리 님도 이미 동의하신 모양이다. 모임에 있는 친구들이 모두 같은 마음이었으리라. 난 이미 콜을 외쳤다. 가득 채워진 시간이 기대되었다. 기대가 커진 만큼 시간이 더디 간다. 원하는 일이 있을 때, 참 그렇다. 월요일. 동생은 페퍼로니 피자와 하와이안 피자를 들고 나타났다. 샤샤님은 우리가 맞춰준 일정에 감사하다며, 동네에 유명한 빵집에서 케이크를 사 오셨다. 샤샤님의 이어지는 한마디에 마음이 움직인다.


"커피문고 1주년이에요. 책 친구들을 만나는 장이 된 커피문고 1주년을 축하합니다!"


빈 마음이 한 번에 가득 채워지는 순간. 피자를 앞에 두고 평소에 하지 않던 이야기가 오갔다. 독서 모임에서 독서가 빠지고 모임만 있는 장면이다. 이야기는 '알아두면 쓸데없는 잡학취향사전이 되었다.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 (출처: tvN)


하와이안 피자에 대한 생각. 

탕수육을 부어 먹을지, 찍어 먹을지.

여행을 계획할 때, 계획을 하는지 본능에 충실한지.

여행을 간다면 어디로 갈지.

빵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주위에 꼭 가야 하는 빵집은 어디인지.

......


한 시간 동안 우린 알지 못한 서로의 취향을 알게 되고, 이해하게 되었다. 먹지 않던 하와이안 피자가 꽤 괜찮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달달한 파인애플과 짭짤한 치즈의 만남을 이해했다. 탕수육을 부어먹는 것이, 누군가에 진심을 다해 쏟아부은 때를 기억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좋아한다는 사실도 전파했다. 계획을 촘촘히 세워하는 여행과, 본능에 맡기며 떠나는 여행에 장점과 단점을 알게 되었다. 또, 빵에 진심인 책 친두에게 듣는 빵집 이야기도 재미났다.


신비로 가득 차있는 마추픽추를 가고 싶는 여행지로 뽑은 샤샤님. 음식에 진심인 마리 님이 떠나고 싶은 베트남 여행. 독립서점을 운영하는 대표는 서점 시장조사와 여행을 함께하는 일본여행. 지금의 유럽을 만들어낸 심장부인 로마로 떠나는 역사여행을 하고 싶은 나.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지고, 취향을 가지는 이들을 만나, 내가 시도하지 않던 방향 알게 되는 모임. 생각을 커지게 하고, 다양한 이야기를 이해하게 되는 일. 바로 독서모임이 좋은 이유는 사람을 이해하는 폭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피자를 다 먹고 다시 책 이야기로 돌아왔다. 모임에 다시 독서를 붙여 넣고 책이야기를 나눈다.


사람을 이해하고, 취향이 다양해진다.


취향을 사전에 찾아보면 다음과 같다.

(명사)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 또는 그런 경향.


한자를 쪼개 보면, 뜻 취 (趣)에 향할 향 (向). 내가 나아가고 싶은 방향이라고나 할까? 학창 시절에는 자기 취향을 잘 알지 못해, 많은 친구들을 만나며, 취향을 알아간다. 시간이 흐를수록 비슷한 취향을 가진 이들이 모여 친구가 된다. 사회에 나오면 이 경향을 더 짙어진다. 회사에서 친구를 만드는 일은 지극히 적고, 있다고 하더라도 취향이 달라 오래가지 못한다. 시간이 갈수록 취향은 견고해진다. 


자신만에 취향을 가지는 일은 멋진 일이다. 다채롭다면 보이게 썩 훌륭해지리라. 하지만, 어렵다. 그렇게 취향이 다른 사람을 만나는 일은. 독서모임이 좋은 이유가 더 생겼다. 바로 서로 다른 취향을 만나는 기회.


취향이 다른 분들 덕분에 전혀 생각하지 못한 책을 만나 읽기에 참 기뻤다. 또, 짧은 시간을 통해 이해할 수 없던, 아니 이해하려고 하지 않던 일을 알게 되니, 내 취향에도 변화가 생겼다. 썩 보기 좋은 취향이 된다. 넓어진 취향을 보니, 사람을 이해하는 폭이 한층 넓어진 기분이다.


소중한 모임에 오실 책 친구를 기다린다. 오시면 반갑게 맞이하리라.


어서 오세요. 심야 책방입니다.



한 줄 요약: 독서모임이 참 좋습니다.



P.S.

사실 반(反) 하와이인 피자 파였습니다. 이번에 먹어보니 훌륭하더라고요. 혹시 하와이안 피자 좋아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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