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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Apr 01. 2024

독서모임 책 선정 방법- 태어난 연도의 베스트셀러

내가 이고 나온 생각이라는 하늘의 별처럼 빛나는 책.

독서모임 책 선정 방법- 태어난 연도


  한 해에 얼마나 많은 책이 출간될까? 출판문화 협회에 따르면 2021년에는 64,657종, 2022년에는 61,181종이라 한다. 한국 근현대 출판이 1,800년대 후반부터 시작되어 1970년대 전성기를 달려 지금까지 왔다.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만들어진 책들이 얼마나 될까? 가늠하기 어렵다. 정말 많은 책들이 만들어졌다가, 사라진다. 


  그럼 수많은 책들은 우리가 읽어 내려갈 수 있을까? 없다. 단연코 없다. 매일 한 권을 읽는다고 해도 10년 뒤에는 겨우 3,650권뿐이다. 20년이 흘러도 7,300 권. 1년 동안 출판되는 책 10%를 간신히 넘는다. 


  책들이 쏟아지고, 읽을 시간이 제한된다. 책 선택을 주저한다. 책 하나를 고르는 일에도 고심하는 이유다. 독서모임을 1년 넘게 하며, 다양한 방법을 고안했다. 이번에 소개할 방법은 "태어난 연도의 베스트셀러"를 읽는 일이다. 이 방법은 작가 움베르토 에코가 경험한 일을 듣고 떠올렸다.


  움베르트 에코. <장미의 이름>이라는 걸작 (읽었지만, 참 이해하기 어렵고 두꺼운 책)을 쓴 작가. 그가 스페인 여행을 갔다. 작은 도시. 과학관. 직원은 그를 천체 투영실로 안내했다. 태어난 날과 고향을 물어봤다. 음악이 흐른다. 그가 태어난 날, 도시의 밤하늘을 띄웠다. 


  내가 이고 나온 나온 하늘. 기억하지 못하지만, 기록되어 있는 하늘은 무엇일까? 책도 매년 별처럼 흩뿌려진다. 그럼 내가 태어난 그 해에는 무슨 책이 나왔을까? 어떤 책을 많이 읽었을까? 그분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궁금했다. 만났다. 내가 태어난 해. 그 해에 사람들이 많이 본 책을.


  각자 어떤 책을 가져왔을까?


태어난 해의 베스트셀러


  유시민 작가의 <거꾸로 읽는 세계사>. 1989년의 한 해를 무척 밝게 빛난 책이다. 지금은 전면 개정판이 나왔다. 초판을 완전히 갈아엎었다. 다시 적었다고 무방하다고 한다. 세계사를 톺아보고 중요 장면 11개와 알 수 없는 미래를 그린 한 장면이 담겨있다. 초판에 있던 장면을 빼기도 하고, 전면 개정판에 넣은 장면도 있다고 한다. 새롭게 밝혀진 사실 덕분일 수도, 사실을 읽는 우리가 달라진 탓도 전면 개정판의 이유가 되리라. 다만, 장면들은 우리를 고민케 한다. "우린 역사에서 정녕 배우고 있는 것일까?"  


  무라카미 하루키 <상실의 시대>. 매일 쓰고, 매일 뛰는 작가. 한국에서도 유명하다. 일본 한 세대에 획을 그. 그를 만든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노르웨이 숲> 다른 이름으로 <상실의 시대>는 1996년을 지배한 책이다.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읽힌다. 짧게 정리해 볼까? 우리가 만나는 다양한 형태의 이별을 담았다. 상실, 아픔 성장과 좌절이 오르락내리락한다. 오랜 시간 읽힌 이유는 그때도 지금도 우린 여전히 이별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양귀자 <모순>. 초판이 1998년에 나왔다. 지금까지 132쇄를 찍었다. 양귀자는 '원미동 사람들'로 처음 만났다. 20대 중반의 안진진. 억척스러운 어머니, 가족을 갉아먹는 아버지, 삐뚤어진 꿈을 가진 동생 와 산다. 얼굴은 같지만, 사는 건 다른 이. 이모. 어머니와 모든 면이 반대인 그녀는 부자이지만 지루하게 하루하루를 견딘다. 주인공과 이모를 바라보며 모순이 가득한 현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생각한다. 


  글을 읽고, 책을 읽는 일은 신기하다. 내가 태어난 시간을 담은 책을 보며, 그때와 지금이 다르지 않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한다.  움베르토 에코처럼, 난 책으로 내가 태어난 날의 하늘을 슬쩍 봤다. 그날에도 우린 고민하고 있었고, 여전히 온전한 답을 찾기보다는 스스로만의 답을 만들어 내고 있다. 여러분이 태어난 하늘에는 어떤 책들이 빛나고 있을까? 그 책이 전하는 순간을 만나는 태어난 연도의 책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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