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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Apr 24. 2024

또 또 간집-대구 서문시장, "소문난 이모네 수제비"

옷에도 TPO가 있고, 음식에도 TPO가 있다.

또 또 간집-대구 서문시장, 소문난 이모네 칼국수


  여행하면 음식이다. 지역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있다면, 꼭 가게 된다. 이번 기회가 아니면 언제 먹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번 대구 여행에서는 막창도, 콩국도, 돼지국밥, 만두 탕수도 있지만 (이들 맛집도 글로 적겠습니다. 참 맛나더라고요) 처음으로 쓰고 싶은 곳은 바로 "소문난 이모네 수제비"다. 


  벌써 이곳을 무대로 두 편의 글을 썼다. (<서문 시장 수제비 먹다가 생긴 일>, <'감주'가 '식혜'라고요?>) 다시 갔다. 서문시장을 가게 된 일정이 있기에 고민 없이 결정했다. 맛집에 이야기가 있으니, 여지없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갔다.



  북적거리는 서문시장 입구. 한 줄로 가게들이 늘어서있다. 가장 앞에 <소문난 이모네 수제비>가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에 갔던 그곳은 그대로다. 지난 글에서 본 바닥, 의자, 숟가락, 감주까지 같다. 이제는 낯까지 익은 사장님을 보니, 내적 친밀감에 인사를 더 깊게 해 본다.



  시작은 "이명동식"인 감주이자 식혜를 한 컵 주신다. 시원하게 반 정도 마신다. 주문은 빠르게. 칼국수 하나, 수제비 하나. 상큼한 맛을 책임지는 오이고추를 하나 와작 씹고는 기다린다. 가격은 무척 착하다. 물가가 하늘 높은지 모르고 치솟는 지금. 5,000원으로 배를 든든하게 채울 수 있다.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으니, 자리가 하나씩 채워진다.


  나왔다. 나만의 룰이 있다. 시작은 국물을 한 입이다. 시원하다. 해물을 기초로 다진 국물인 탓일까? 맑다. 한 입 먹은 오이고추를 와작 씹는다. 시원한 맛이 더해진다. 수제비를 한 숟가락 꽉 담아 먹는다. 지체 없이 깍두기를 따라 입에 넣는다. 환상의 짝꿍이다. 다시 와작. 수제비라는 단조로운 식감에 아삭함을 더한다. 지루하지 않다. 


  절반쯤 먹었을까? 이제야 웅성거리는 사람 소리가 들린다. 사람 사는 맛이 양념으로 더해진다. 음식에 분위기라는 양념을 치면 독특한 맛으로 변한다. 같은 수제비를 호텔 라운지에서 먹는다 생각해 보자. 같은 맛일까? 전혀 아니다. 옷도 TPO가 있듯, 음식에도 TPO가 있는 듯하다. 수제비는 바로 웅성거리는 군중 속에서 먹어야 제맛을 낸다. 


  다 먹었다. 조금 남겨 둔 감주를 입으로 털어 넣는다. 깔끔하게 한 그릇 뚝딱했다. 다리에 힘이 들어간다. 이제는 시장을 탐험할 차례다. 다음에 언제 또 올까? 그때도 변함없이 이 자리를 지키고 있을 서문 시장을, 소문난 이모네 수제비를 찾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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