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악마의 유혹, 주재원

주재원이라는 ‘선악과’ 일러스트by 민언냐

by 하노이 민언냐


다음 달이면 하노이에 온 지 딱 2년이다.

남편의 주재원 발령으로 하노이 생활을 시작한 게 2019년 10월 20일이니 말이다.


한국에서는 14년을 영어강사로 일해왔다. 여느 워킹맘들과 같이 매달 은행 대출과 교육비에 허덕이는 흔하디 흔한 사이클을 살았다. 나의 해외생활은 20대에 동경에서 9개월, 런던에서 1년을 한 것으로 종지부를 찍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날 날아든 남편의 하노이로의 주재원 발령 소식! 주재원 하면 가장 먼저 떠올랐던 건, 딱 한 사람이었다. 프랑스 문화원에서 만난 일명 ‘해운대 아줌마’.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대부분이 “해운대”로 시작되었기에 그녀를 이름보다 해운대 아줌마로 기억한다. 마치 해운대 전체가 자기의 땅인 듯 말하는 신기한 재주가 있었다. 그녀는 중국 주재원에서 막 귀국했다고 거의 매일 얘기하기도 했지. 사람을 해시태그로 표현한다면, 그녀는 틀림없이 #해운대#중국 주재원이지 않을까.

당시에 그녀가 하는 얘기의 90프로는 귀담아듣지 않았다. 그래서 주재원이 무슨 외교관쯤 되는 줄 알았고 주재원이라면 덮어 놓고 "오~"하고 감탄사부터 내뱉는 1인이 되었다.


처음 남편이 하노이 주재원에 대해 설명할 때, 귀에 가장 강렬하게 꽂힌 건, 매일 조식과 하우스키핑이 제공되는 레지던스 생활이었다. 워킹맘에게 이보다 더한 유토피아적 삶이 또 어디에 있겠는가.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는 삶이란 게 존재하는구나 싶었다. 남편의 달콤한 주재원 이야기에 뱀파이어의 주문에 홀리듯 홀리기 시작했다. 내가 가장 먼저 한 건, 누구나 다 가입한다는 네이버 베*모에 가입하기! 남편은 1급 투자 정보를 공유하듯 얘기했었지. 베**에 모든 정보가 존재하노라고.( 하노이에 와서는 그 카페를 방문한 적이 열 손가락 안에 든다. 일면식이 없는 누군가의 게시글은 하노이의 현실과는 차이가 많이 있었기 때문이다. ) 그렇게 생각지도 못했던 해외 생활을 준비하게 된다.

주재원 생활 준비에서 거주지( 레지던스 )와 자녀의 학교( 국제학교 )만 결정이 되면 80프로는 해결된 것이다. 그런데 그 두 가지 중 레지던스는 각 가정의 취향이 명확하므로 쉽게 좁혀진다. 하지만 자녀들과 관련된 학교가 가장 신경 쓰이고 애가 쓰이는 부분이다. 국제학교의 후보군을 좁힌다 한들 무엇하리. 입학시험에서 떨어지면 비싼 응시 비만 날리게 되는 경우도 수두룩한데 말이다. 우리가 원한다고 아이스크림 고르듯 골라 갈 수 있는 학교가 절대 아니다.


그래서 홀홀 단신으로 떠나던 20대의 어학연수와는 차원이 다른 준비가 필요했다. 온 가족이 이사를 가는 것이니 어찌 보면 당연하다.


주재원으로 오기 위해 한창 준비할 때는 몰랐다. 국제학교, 해외생활, 고급 레지던스 , 여행 등등의 모든 조건들이 장밋빛으로만 보였다. 이건 여태껏 열심히 살아온 나에게 내려지는 상이라 생각했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그만두게 된 일도 잊을 수 있을 만큼 모든 게 좋게만 보였다.

하지만 인생이 어디 그런가. 항상 실전은 이론과 다르다. 이론이 암만 완벽하게 숙지되어 있다고 해도 실전에서는 무용지물인 경우가 많다.


그렇게 좋지만도 나쁘지만도 않은, 결코 만만치 않은 ‘선악과’인 주재원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아니, 그보다 더 극한 직업인 주재원의 와이프 생활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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