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떠이 아싸 8살 쩡이, 10살에 인싸 되기-1탄

쌈닭의 내 새끼 챙기기 일러스트 b 하노이민언냐

by 하노이 민언냐


"쩡이랑 놀지마. Don't play with 쩡."

"나중에 쟤 초대하지 마. Don't invite her later. “

"쟤 빼자. Let her out."

같이 놀던 아이들이 한 명, 두 명 쩡이를 슬금슬금 피하기 시작했다. 쩡이도 갑분싸에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좀 더 놀고 싶어서 이 아이, 저 아이들에게 다가갔다. 팔도 잡아보고 얼굴을 더 가까이 내밀어 보기도 하지만 아무도 상대해 주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아이들은 말하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알아챈다. 친구들이 자신을 외면할 때는 더욱더 빨리 말이다. 아무리 영어가 서투른 쩡이라도 이상기류는 바로 직감할 수 있었다.

한참을 뛰어놀던 아이들이 목이 말랐나 보다. 건물의 1층 레스토랑으로 둘씩 손을 잡고 뛰어가기 시작했다. 쩡이는 뒤늦게 혼자 그 아이들을 쫓아가고 있었다. 원래 걸음도 달리기도 조금 느린 아이라 별생각 없이 눈으로만 아이들을 쫓고 있었다. 그런데 한참이 지나도 아이들이 돌아오지 않았다. 엄마들도 벤치에서 일어나 레스토랑으로 갔다. 정원과 건물을 연결하는 통로에서 아이들이 수군대는 게 눈에 띄었다. 쩡이는 묘하게 혼자 떨어져서 서 있었다. 아이들 넷과 대치상태인 듯 보였다. 쩡이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쩡이에게 무슨 일이 생겼구나, 순간 쎄~해짐을 느꼈다. 그리고 쩡이보다 두 살 어린 프랑스인 아이의 내니가 “Say sorry to 쩡.”이라고 얘기하는 게 얼핏 들렸다.

피비, 나, 다른 일본인 엄마는 무슨 일인지 각자 아이들에게 묻기 시작했다.
"Qu'est-ce qui s'est passé?" 불어,
“뭐꼬?” 한국어라기보단 부산어,
“どうしたの?” 일어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진풍경! 뜻은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 그냥 "What happened?"이다.

“쩡아, 와그라노? 먼데?” 하고 물어도 대답 없이 입술만 깨물고 서있던 쩡이. 내가 계속 물으니, 점점 얼굴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끝내 어깨를 들썩이더니 흐느끼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차라리 ‘으앙’하고 크게 울면 더 나으련만, 흐느끼는 소리가 내 가슴을 더 깊게 후벼 파고 있었다. 울기 싫지만 뚝뚝 떨어지는 눈물을 어찌할 수 없어 고개를 푹 숙인 쩡이. 온몸에 힘이 꽉 들어가 있었다. 힘껏 쥔 작은 두 주먹이 눈에 들어왔다. 순간 온몸이 불에 타는 듯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우리 쩡이가 왜? 도대체 왜?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금요일은 모두의 금요일이다. 엄마들은 엄마들끼리 모여 수다를 떨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방과 후 자유를 만끽하며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게 루틴이었다. 그날도 그냥 그런 금요일이었다. 엄마들은 놀이터 벤치에 모여 저녁 메뉴에 대해 얘기하고 남편 퇴근시간을 물었다. 나는 남편의 말도 안 되는 아재 개그를 디스하고 있었지. 여자아이들 다섯 명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술래잡기를 하느라 놀이터 안을 뛰어다니고 있었다. 남자아이들 셋은 농구 골대에 모여 슈팅 연습을 하고 있었다. 사실 쭌이의 '공'(球, BALL) 력은 아빠를 닮아 제로다. 저주받은 유전자여, 그 공은 이 생에서는 포기해야 할지니... 슈팅이라기보단 그냥 허공에 쏘아 올리는 폭죽 같은 거였다. 하지만 친구들과 노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끊이지 않는 쭌이였다. 여자아이들은 1시간의 술래잡기 뒤 일본인 친구의 ㅋ의 집으로 가서 1시간을 놀고 남자아이들은 프랑스인 친구 ㅁ의 집으로 가서 노는 게 그날의 플랜이었다.


그런데 레스토랑의 입구 복도에서 이렇게 드라마를 찍고 있으니... 아이들은 너도 나도 'ㅇ'을 지목했다. 쩡이랑 놀지 말라고 'ㅇ'이 다른 세 명의 여자아이들에게 귓속말로 계속 속삭였다는 것이다. 다른 세 명의 아이들은 모두 아무 말도 안 했고 ㅇ이 왜 그러는지 몰랐다고 했다. 하지만 분명 ㅇ의 말에 흔들린 것 사실이었다. 아이들의 태도가 한 번에 싸~해졌음을 쩡이는 느꼈으니 말이다. 이게 바로 왕따라는 거구나 하고 생각하니 가슴이 철렁했다. 꿈에도 떠올려본 적이 없는 단어였다.

그렇게 왕따라는 비현실적인 단어가 우리의 삶에도 찾아왔다. 그것도 우리 딸 쩡이에게…

그리고 울음을 참지 못해 고개 숙인 쩡이에게 내니가 사과하라고 'ㅇ'을 채근하기 시작했다. 정작 ㅇ은 자신의 금발 머리카락을 손가락에 감았다 풀었다만 반복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피가 거꾸로 솟는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싶었다. 종종 저녁을 같이 먹고 생일파티에 초대받는 등, ㅇ의 가족과 우리 가족은 친한 사이였다. 평소 서로의 아이들을 초대하며 왕래도 자주 해왔는데 이해할 수 없었다.

"ㅇ아, 지난주 일요일에도 쩡이랑 잘 놀았잖아. ㅇ아, 왜 그랬어?"

"쩡이가 뭘 잘못한 게 있으면 말해줄래?"

"쩡이한테 할 말 없어?"


아무리 부드럽게 묻고 달래도 손톱을 물어뜯고 머리카락만 만질 뿐, 묵묵부답이었다. 내니가 말을 시켜도 대답이 없었다. 의연한 듯 ㅇ에게 말을 걸었지만, 방금 100 미터 달리기를 100번은 한 듯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피비도 ㅇ에게 불어로 몇 마디 거들었지만 여전히 답이 없었다. 피비에게 인사를 하고 먼저 올라가라는 사인을 보냈다. 그러자 피비도 ㅋ도 아이들을 데리고 돌아갔다. ㅇ은 여전히 묵묵부담이었다. 내니는 연신 "Sorry."를 연발하며 허리를 굽혀 사과를 했다. 그녀에게 무슨 잘못이 있겠나. 나는 쩡이와 쭌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쩡이의 손을 잡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쭌이도 우는 쩡이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쭌이는 숨을 씩씩대고 몰아쉬며 ㅇ을 가만두지 않겠다고 흥분하고 있었다. 역시 오빠에게 여동생은 자기는 놀려도 남이 놀리면 안 되는 존재다. 피는 물보다 진하구나.

집으로 와서 쭌이와 함께 쩡이를 꽉 안았다. '괘안타, 쩡아. 사랑한대이.'라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아직 눈언저리가 발갛게 부어있었지만 많이 진정된 모습이었다. 쭌이는 "쩡아, 담에는 오빠야를 불러라. 내가 혼내주께!"하고 말하며 온 집을 왔다 갔다 분노의 행진을 해댔다. 쩡이의 표정이 한결 편해진 게 보였다. 따뜻한 물을 욕조에 받았다. 그리고 쩡이와 목욕을 했다. 몸도 마음도 녹길 바랐다. 30분간의 목욕을 끝내고 나와, 머리를 말려주었다. 쪼글쪼글 해진 손가락을 보이며 '할매 손가락'이 되었다고 다시 웃어댔다.

"쩡이, 다른 친구들이나 ㅇ이랑 싸운 건 없고?"

"응.... 없다... 그냥 잘 놀다가 애들이 가고 없더라."

"맞나..."

"그리고 'ㅇ'이 계속 내만 빼고 다른 애들한테만 귓속말을 하더라."

"무슨 말 하드노?"

"내 이름 얘기하고... 뭐 놀지 말라고 하는 거 같던데..."

"맞나..."

.......

"앗, 뜨거라. 엄마, 뜨겁다."

"엇, 미안."

하마터면 쩡이의 귀 하나가 드라이기의 열기에 오징어 구이가 될 뻔했다. '왜?'라는 질문을 머리에 떠올리느라 멍 때리고 있었던 것이다. 드라이기를 끄고 잠옷을 입었다. 쭌이와 쩡이는 티브이를 보고 나는 저녁을 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돈가스를 하자! 뜨거운 기름에 돈가스를 지글지글 튀기고 있었다. 그때까지도 계속 ‘왜?’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고 한참을 노릇노릇하게 튀겨지는 돈가스를 보고 있었다.

그때 문득 떠오르는 또 다른 질문. 이렇게 넋 놓고 입 다물고 그냥 넘어갈 것인가 하는 것이다. 내 대답은 완벽한 NO였다. 지금껏 함께 놀아온 친구들과 왕래가 끊기는 건 아닐지 걱정을 아예 안 했다면 거짓말이다. 아무래도 수줍음이 많고 새 친구를 사귀기가 힘든 쩡이가 겨우 여러 친구들과 어울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조용히 입 다물고 찌그러져 있다가 '왕따'가 되느니, 용기를 내서 '아싸'가 되길 선택하는 게 훨씬 낫다. 지금 태워야 할 건 쩡이의 귀나 돈가스가 아니다. 바로 나의 전의였다. 지금 멍 때리고 있을 여유가 없었다. 아차 하는 순간에 이 사태를 해결할 골든타임을 놓치게 된다.
타의적 왕따가 되느니 자의적 아싸가 되자. 지금은 ‘왜?’보다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에 대해 생각할 타임이었다. 돈가스를 건져냈다. 그리고 앞치마 주머니에 있는 휴대폰도 꺼내 들었다. ㅇ이의 엄마 연락처를 찾기 시작했다.

부산 쌈맘의 반격은 이제부터가 진짜다.

P.S. 스토리와 사진 속의 친구들은 전혀 관련 없습니다. 모두 쩡이의 좋은 친구들이니 예쁘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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