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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len rabbit Jan 07. 2024

고 이선균 배우의 명복을 빕니다.

지디가 마약혐의를 벗은 직후 그의 담당 변호사가 기자회견을 가졌다. 나는 그 기자회견을 관심 있게 지켜보았다.

기자회견에서 변호사는 가 무혐의가 났으니 그간의 모든 악성 루머와 게시물에 대해 강경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렇게 경고를 덧붙였다.

"일주일 준다. 만일 내리지 않으면 무관용으로 대처하겠다."  

나는 지디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일주일 준다!"는 강력한 메시지가 그저 악플러들에 대한 경고였기 때문에 맥이 빠졌다.

이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아무런 증거도 없이 를 수차례 소환조사하고, 그때마다 포토라인에 세운 것은 경찰이었다. 그리고 피의 사실 유포에 장단을 맞추며 오직 추측만으로 무분별하게 뉴스를 생산해 댄 것은 언론이었다. 하지만 이 끝에 "일주일 준다!"며 지디가 멱살을 잡은 것은 댓글러들뿐이었다. 나는 당연히 권력과 언론의 멱살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 탓에 맥이 빠졌던 것이다.


이것이 나이브한 생각인 것을 안다.


만일 그랬다면 또 한 번의 엄청난 시련을 자초하는 일이 될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혐의 없음으로 겨우 그들의 손에서 벗어났는데, 그들의 멱살을 잡는 건 쉽지 않은 선택일 것이다. 그래서 기자회견을 보는 나는 비참한 기분이었다.

그간 연예인들은 늘 권력에 의해 아무 때나 멱살 잡혀 형장으로 질질 끌려 나왔었다. 그러면 언론은 온갖 소란을 떨며 공개적으로 난장을 펼쳤고, 사람들은 아무런 죄의식도 없이 그들에게 돌을 던지고 조리돌림을 했다. 그렇게 쉽게 연예인들은 사회적으로 매장되어 사라지곤 했었다. 그래서 더욱 끔찍하고 비참한 감상이 가시질 않는다. 


물론 악플을 단 자들도 당연히 "엄중하게" 벌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사실 악플을 달고 악담을 퍼붓는 댓글러들은 대게 세상의 가장 어두운 곳에 있는 들이다. 세상에 자기 목소리를 낼 방법이라곤 악플을 다는 것밖에 없는 그런 자들이다. 그런 자들이 언론과 권력기관에 의해 조리돌림 당하는 먹잇감을 그냥 두고 볼 리가 없다. 모든 울분을 거기에 퍼붓고 자신에게도 권력이 있는 양, 정의로운 언로가 된 양 물어뜯기 마련이다. 그래서 악플러의 멱살을 잡고 "일주일 준다!" 외치는 것은 내게 비참함을 불러온다. 댓글러들의 멱살을 애초에 자신을 괴롭혔던 바로 그 권력과 언론에게 이들을 벌해달라는 꼴이기 때문이다.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눈 흘기기다. 일진들 앞에서 빵셔틀끼리 멱살 잡고 싸우는 꼴이다.

 

하지만 나도 안다. 이런 말을 하는 내가 나이브하다는 것을.


배우 이선균 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잘 알고 있다. 만일 내가 이선균 씨나 지디처럼 그들의 먹잇감이 되었다면, 나는 결코 무사할 수 없으리라는 것을. 그래서 입을 모두 다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또 이런 일들이 계속 반복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고 이선균 배우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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