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당근으로 자전거를 자주 보는 중이다.처음엔 클래식한 모양의 자전거를 찾았다. 그런데 한참 보다 보니 나 같은 체형과 얼굴로이런 걸 타고 다니는 건 민폐 같았다. 그래서 다른 예쁜 자전거를 찾았다. 그랬더니아주 날렵하고 아무 장식도 없이잘빠진 자전거들이 보였다. 전부 무슨무슨 "픽시"라고 이름이 붙어 있었다. 나중에야픽시가변속 기어가 없는 종류를 칭하는 거라는걸 깨달았다. 나는 그제야 자전거가 로드, mtb, 픽시, 하이브리드, 클래식등으로 크게 나뉜다는 걸 알게 됐다.
하지만 아직도 자전거는 잘 모르겠다. 만드는 회사도 출시된 제품도 너무 다양해서 볼수록 점점 더 어렵기만 했다. 때로는 이름은 같은데 백만 원이 넘는 것도 있고 십수만 원에불과한 것도 있었다. 아마 이름은 같지만 사양이달라서 그런 것 같았다.자전거 바디도 카본이냐, 알루미늄이냐 스틸이냐로 나뉘고... 전문가들은 자전거의 각 부품도 구분하고 있었다. 유압장치, 브레이크 방식, 핸들, 페달과 안장, 기어도 전부 회사와 제품마다 다 구분하는 모양이다. 아! 왜 이렇게 복잡해... 벌써 현기증이 난다. 이게 이럴 일인가! 그만하련다.
그래도 여전히 나는 시간이 날 때면 당근에서 자전거를 검색한다. 그랬더니 뜻밖의 변화가 생겼다. 페이스북과 인스타 등이 자전거 관련 광고와 포스팅으로 도배가 되고 있다. 알리와 테무 광고조차자전거를대문에 걸었다! 이것들이 내 핸드폰을 훔쳐보고 있는 게 틀림없다. 하긴 안 그럴 리 없다. 가끔은 내가 누군가와 전화를 하고 나면 통화내용과 관련된 광고나 포스팅이 피드에 뜨곤 하니까. 소름 끼치는 것들! 덕분에 이제는 기사를 찾으려고 핸드폰에 키워드를 입력해도 중고 거래 사이트만 잔뜩 뜬다. "너 중고 시장 뒤지는 거 맞지? 뉴스 아니지?" 꼭 이러는 것 같다. 좀작작했으면 좋겠다.
사실 따릉이를 타면 어디서든 자전거를 탈 수 있고, 어디에나 자전거를 버려둘 수 있다. 만일 내가 내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면 항상 편도가 아니라 왕복을 염두에 둬야 한다. 자전거를 타고 어딜 갔다면, 중간에 술을 마셔도 자전거를 다시 가지고 올 걱정을 해야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대중교통 이용에 편리한 접이식 자전거를 타기도 한다. 하지만 따릉이를 이용하면 그런 걱정이 전혀 없다. 때문에 나는 그냥 따릉이를 탈 생각이다. 자전거를 살 생각은 결코없다.무소유! 공유경제!
하지만.
따릉이 타겠다고 하면서도어째서인지 나는 여전히 당근으로 자전거를 찾아보고 있다. 혹시 알겠는가? 감히 살 생각도 못할 비싼 자전거를아주싸게살 수 있을지? 견물생심, 서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다. 타다 보면알게 되고, 자꾸 알다 보면 갖고 싶어 진다. 그렇다. 방귀가 잦으면 똥은 싸게 되어있는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