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빽돼지

<독산동> 제 4화

by allen rabbit

동네에 있던 코카콜라 공장이 문을 닫았다. 그 사이 기철네는 세 번을 이사했다. 그리고 그때마다 집이 작아졌고 마지막에는 반지하로 이사를 했다. 하지만 독산동을 떠나지는 않았다. 기철이 매번 아빠의 역기를 챙긴 것도, 가족이 독산동을 떠나지 않는 것도 언젠가 아빠가 돌아올 때를 위해서였다. 그렇게 2년이 흘렀고, 기섭도 제대를 했다. 기철은 무럭무럭 자라 형보다 훨씬 커져서 190이 넘었고, 몸무게도 백십 킬로에 가까워졌다. 기철은 이제 80 킬로 정돈 거뜬하게 들 수 있었지만 벤치도 없었고, 무엇보다 그걸 봐줄 아빠가 없었다.



동네 미장원에서 거구의 남자애가 나온다. 기철이다. 목에 염색용 비닐을 두르고 골목으로 들어온다. 기철이 담배를 빼 문다. 골목 안쪽에서 껄렁해 보이는 남자애 둘이 학생 두 명에게 삥을 뜯고 있다.

“내놔 새끼들아. 뒤져서 나오면 뒤진다.”

“없어요. 정말이에요.”

거품을 만들어 날리는 기철. 슬리퍼를 질질 끌며 건들건들 다가간다. 삥 뜯는 남자애들을 거칠게 밀쳐낸다.

“아이씨- 뭐야. 씨발.”

짜증을 내는 아이들. 기철이 대뜸 삥 뜯기는 남자애들에게 말한다.

“야, 우리 싸우자.”

“····싫어요.”

“싫어도 할 수 없어. 너희도 때려. 둘이 덤비면 되잖아.”

“···왜 그러세요? 친구분들하고 싸우면 되잖아요.”

“좋아. 그럼 3대 2로 싸우자. 그럼 되겠지?”

기철이 삥 뜯기는 애들 편으로 돌아선다. 삥 뜯던 아이들이 짜증스런 표정을 짓는다. 기철이 말한다.

“야, 요즘 경제가 좀 나쁘냐. 회사원이든 조폭이든 조직에 있는 사람들은 다 힘들다고. 공무원 빼고. 그럼 조직도 없는 사람은 어떻겠냐? 존나! 존나! 조오옷나! 힘든 거야. 니들 조직이지. 우린 아니거든? 덤벼. 덤벼봐!”

샥- 샥- 몸을 움직이는 기철. 하지만 삥 뜯기던 아이가 투덜거리며 말한다.

“전 싸우기 싫은데요?”

“왜? 내가 도와줄게! 싸우자.”

아이들이 주섬주섬 돈을 꺼낸다. 기철이 막지만, 아이들은 억지로 돈을 주고 간다.



기철과 삥 뜯던 두 아이가 나란히 골목에 앉아있다. 그중 잘생긴 애가 말한다.

“빽돼지. 씨발. 졸라 웃겨. 하여간 이 새끼는 삥도 희한하게 뜯어요.”

“그러려고 그런 거 아냐. 새끼야.”

“거기다 목에 이런 거까지 쓰니까 진짜 돼지 새끼 같애.”

“야, 안드레아. 아가리 닥쳐라.”

기철 앞에서 설레발이 치는 아이는 안드레아다. 처음 보면 못생겨서 무서운 편인 얼굴이다. 그래서 얼굴이 영 ‘아니더라’를 고급스럽게 ‘안드레아’로 부르게 된 아이다. 안드레아가 시비조로 말한다.

“하아- 치겠다? 씨발. 쳐봐. 통돼지 바비큐 같은 새끼! 쳐봐!”

“미친 새끼. 꼭 시비를 걸어요. 하여간 이 자식 안드레아.”

예쁘장한 남자애가 말했다. 그는 언제나 친구들에게 아는 여동생과 누나들을 소개해줘서 처남이라고 불렸다. 안드레아가 입맛을 다시며 말한다.

“아. 바비큐 하니까, 족발 먹고 싶지 않냐?”

“니미 족발 같은 소리하고 자빠졌네. 너나 쳐 드삼.”

처남이 말하자 헤헤거리는 안드레아. 금방이라도 싸울 것 같다가도 금방 잊어버리는 게 안드레아의 유일한 장점이다. 처남이 안드레아의 어깨를 툭- 치며 말한다.

“야, 저기.”

골목으로 낯선 교복 차림의 남학생 하나가 들어온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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