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사한 생각 no. 10]
햇살이 좋은 날, 뭔가 쓰고 싶다는 마음이 솟구쳐 오르면서 인물이고 문장이고 마구 떠오르지만, 왜 막상 책상 앞에만 앉으면 생각이 꽉 막혀버리는 걸까. 그런 기분이 들 때 바로 쓰지 않아서 일지도 모른다.
글을 쓸 때 아니라는 느낌이 드는 순간을 좋아한다. 이 문장은, 이 단어는, 이 표현은 여기 맞지 않다는 알 수 없는 직감 같은 것이 있다. 수많은 가능성 속에서 뭔가 선별해 내는 감각.
개인적으로, 글이 작가 개인이 만들어내는 것이라면, 그것이 전해지는 대상도 한 개인이라고 생각한다. 운이 좋거나 나빠서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되었다 하더라도 그 글은 원래 한 명의 독자를 전제로 하고 있다.
여전히 글을 쓰고 싶게 만드는 존재가 존재한다는 것이 다행이라 여긴다.
글쓰기가 주는 만족은 자족적이다. 누군가의 존재, 행위에 달려있지 않다. 오로지 나 혼자 하는 행위이고, 타인은 그 글 속에 묻어난다.
아침이 되면 며칠 전 써둔 의미를 전혀 모르겠는 메모들과 온갖 인물과 사건이 등장했지만 이제는 가물가물한 꿈들이 뒤섞여 혼란스럽다.
한때 나는 다른 사람의 말과 글을 곱씹었지만, 해가 지날수록 나의 말과 글을 더 많이 반추하게 된다. 그때 이 단어를 썼다면, 이 어미로 마무리지었으면 더 좋았을 거야라는 부질없는 수정을 하기도 하고, 이 문장이 이렇게 해석되면 곤란한데,라고 오독을 걱정하기도 한다. 결국 부질없는 짓이다 싶다가도 슬그머니 틈이 나면 생각을 비집고 들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