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지천 공원에서의 오후

[근사한 생각 no. 6]

by 아트필러

날씨가 화창하면 피크닉을 가는 거야.


1호선을 타고 신도림에서 내려 2호선으로 갈아탄 뒤 합정에서 6호선을 타고 월드컵 경기장에서 내렸다. 구장을 빙 돌아 30분 정도 걸어서 난지천 공원 잔디 공원에 도착했다. 햇빛이 적당한 따뜻한 오후에 시원한 바람이 부는 날씨였다. 책은 <윌든에서 보낸 눈부신 순간들>, <빛나는 별>, <향연> 이렇게 3권을 가져갔다. 가벼운 가방을 메고 산뜻하게 가고 싶었지만, 책 욕심은 아무리 노력해도 버릴 수가 없다. 결국 3권을 다 읽기는 했으니 나름 만족스러운 결과... 잔디 광장을 찾아가던 도중 시냇물 흐르는 소리에 귀가 이끌려 한동안 다리에 기대 서 있었다. 폭포가 있는 건 아니라 아마 배수로에서 공급되는 물소리였던 것 같다. 그렇다면 내가 집에서 매일 듣는 물소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데도 주변의 환경과 기분이 청쾌한 소리로 만들었다. "일상에서의 물소리를 시원한 시냇물 소리로 들을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해질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잔디 광장에 처음 도착했을 때는 시야가 탁 트이는 기분이었다. 아파트, 건물, 사람들로 가득 찬 공간을 보다가 광활한 땅을 봤을 때 새삼 내가 봐온 풍경들의 갑갑함을 느낄 수 있었다. 사람들이 꽤 많았지만 공간은 넉넉했다. 나무뿌리가 많아서 들판 쪽에 돗자리를 폈다가 나무에 기대서 책을 읽기 위해 나무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사실 자세가 편하지는 않았다. 앉거나 눕거나 기대거나 엉덩이와 허리 중 하나는 포기해야 했으니까. 나무의 잎이 거의 없어 그늘도 이미 포기했던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했다. 햇빛이 반짝이는 잔디밭에서의 독서, 음악, 낮잠, 연을 날리는 아이들과 강아지들까지. 진부하지만 확실한 즐거움.


다음 피크닉에서는 좀 더 큰 돗자리와 챙이 넓은 모자, 베개용 담요, 휴대용 접이식 의자를 챙겨가면 좋겠다. 어째 점점 짐이 늘어날 것 같은...


그러니까 낭만이란,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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