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어? 아니... 들 힘도 없다, 말그대로 무기력

by 코로나기

“작년과 올해는 주로 비대면으로 상담했어요. 제가 상담을 시작하던 시점에서는 대면 상담이 가능했지만 비대면으로 전환되던 시점이라 아무래도 처음에는 비대면 상담의 단점만 보였죠. 예를 들어 표정이 잘 안 보인다거나, 마스크를 벗어서 전체 얼굴을 봤을 때 인상이 달라지는 부분이요. 그럴 때는 코로나 이전의 대면 상담하던 때가 좋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편으로는 코로나 19로 상담도 비대면화되니까, 이전에는 분명하지 않았고 그럴 필요도 없었던 비 대면 상담에 대한 윤리 규정들이 명확해진 점은 장기적으로 장점이죠.”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아무리 소극적인 사람,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더라도 사람을 만나야 얻는 에너지가 있다. 그런데 코로나 19로 사람들과 접촉하는 일을 최대한 줄이는게 바람직하다는 인식이 생겼고 우리는 혼자만의 시간을 얻게 되었다. 스스로 생각할 시간이 많아지면서 함꼐 찾아오는 우울감, 불안감.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도 모른채 쌓여가는 스트레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가 생기기도 했다. 코로나 블루를 앓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매스컴이나 SNS를 통해 많이 들을 수 있다. 그렇다면 그런 사람들과 마주하는 심리 상담가에게 코로나 19란 어떤 의미였을까.


인터뷰어 : 심리상담가 망고 (28, 현재 대학교에서 대학원생 상담)

인터뷰일시 : 2021년 8월 6일

인터뷰이 : 박지원




Q. 코로나 19 이후 비대면 상담을 주로 했다고 들었어요. 비대면 상담의 장점은 뭐가 있을까요?


A. 아무래도 저는 학생 상담 센터에서 상담을 하다 보니까 학생들이 이 곳에 올 때 아는 사람들과 마주칠까봐 방문을 주저하는 경우가 있어요. 사실 그 부분에 있어서는 비 대면 상담이 신경을 덜 쓰게 되죠. 이런 점에서 비 대면 상담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Q. 비대면 상담의 불편했던 점, 어려웠던 점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내담자들이 상담할 공간이 없는 경우? 아무래도 일상 생활 중에 전화나 줌으로 하다 보니까 공간이 마땅치 않은 경우가 있어요. 줌 프로그램이 생각보다 통신이 좋지 않아서 중간에 끊기거나 끊기지 않더라도 미묘하게 버퍼링이 걸리는 부분이 있는데 그럴 때 말이 겹친다거나 그 순간에 뭔가 한 박자 느리게 반응이 되는 불편함이 있었어요. 밝은 공간에서, 잘 들리는 공간에서 상담 받으면 좋은데 다들 그러지 못하니까 내담자의 표정이나 반응에 대해 확인하는 것이 어려웠죠. 그리고 아무래도 대면으로 만나는 것에 비해서는 상담사와 내담자가 맺게 되는 신뢰관계도 영향을 받았고요.


Q. 심리학계에서는 ‘코로나 블루’를 어떻게 정의하는지 궁금합니다.


A. ‘코로나 블루’에 대한 공식적인 설명은 없어요. 의학적 용어가 아니거든요. 일반적으로 논문에서나 칼럼에서 정의할 때는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느끼는 우울감, 무기력감, 불안감 등의 정서를 말하는 것 같은데 조금 더 심화하자면 그 감정들이 스트레스로 이어지는 심리적 증상이라고 봐요. 모두에게 공유되는 증상인지는 모르겠네요. 저는 개인적으로 내담자들이 느끼는 우울감이나 불안감이 코로나가 많이 영향을 주었을 때 코로나 블루로 볼 수 있다고 봐요.


Q. 코로나 블루를 호소하는 내담자들은 주로 어떤 증상을 겪나요?


A. 제가 만난 내담자들은 “코로나 블루인 것 같다”고 말하기보다는 코로나 이후 우울감, 불안감을 호소하는 내담자가 많았어요. 코로나 블루 정의를 찾아보니까 코로나 상황에서 느끼는 우울감, 불안감, 무기력함. 스트레스 반응에 대한 증상이더라고요. 사실 대부분 호소하는 게 그런 감정들이잖아요. 그런데 그런 감정은 사람이 살아가면서 누구나 느끼거든요. 아무래도 코로나라는 환경적인 변화가 너무 압도적이고 개인이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이 마땅히 없다 보니까 무기력함을 느끼는 것 같아요.


특히 작년은 학교도 안가고 거의 온라인 수업으로 듣다 보니까 휴식과 일의 경계를 분명히 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죠. 일과 공부, 휴식의 경계선이 모호해지면서 공부를 해도 제대로 하는 것 같지도 않고… 그런 점에서 스트레스 관리가 안되는거죠. 스트레스를 받아도 예전에는 친구들을 만나서 풀었는데 그것마저 제한되니까 만나도 불안하고, 그래서 스트레스를 받는데 해소하는 방법이 차단돼서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Q.일과 쉼의 경계를 분명하게 하지 못한다는 설명에 공감해요. 그렇다면 무기력감이나 스트레스 관리 말고 불안감 증세와 관련해서는 어떤 사람이 있었나요?


A. 음, 코로나 19 감염 자체에 대한 불안감도 있지만 현재의 사회 분위기, 특히 요즘 취업 시장에 대해 불안해하는 내담자도 많았어요. 예전에는 취업 박람회도 많았고, 선배들을 통해서 정보도 구할 수 있었는데 그런 사회적 만남이나 행사가 줄어들다보니 거기서 오는 없다는 불안감과 막연함이 컸던 것 같아요. 불안감 측면에서는 오히려 감염 자체에 대한 것 보다는 조금 더 미래에 대한 부분들이 있었던 것 같네요.


Q. 그렇군요. 그렇다면 일과 쉼을 구분하는게 스트레스 관리에 있어서 중요하다고 하셨는데, 그 둘을 구분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나요?


A. 의도적으로라도 경계를 만드는 게 필요해요. 내가 정해 둔 시간표에 앉아 수업을 듣고, 식사시간과 수면시간도 규칙적인 패턴을 갖도록 해야 합니다. 아무래도 수면시간이 무너지면 일상이 다 무너지게 되는데요. 불규칙한 삶을 살게 되면 과제도 쉽게 미루게 돼요. 그래서 자신의 통제력을 회복하도록 노력하는 부분이 중요해요. 코로나 시대에 무기력함을 호소하는 대부분의 내담자들은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에 통제력을 잃는 경우가 많은데, 본인이 통제할 수 있는 부분에 있어서는 어느정도 그것을 잃지 않으려는 부분이 중요하죠. 친구들이랑 줌으로 만나서 이야기를 한다거나, 자신만의 취미생활을 가진다거나, 나름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 있으니까 적절한 대안을 찾기를 권하죠.


Q. 코로나 블루에 대한 정부의 ‘심리 방역’에 대해서 정책적으로 어떤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A. 상담이 비 대면화 되면서 정식으로 인정받지 않은 상담사가 상담하는 경우가 있어요. 이런 경우에 윤리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요. 이에 대한 법적 제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상담이라는 부분도 전문화되고 법제화되어야 해요. 상담이 보험이 안되는데, 그래서 상담료가 비싸요. 내담자들이 필요하다고 해서 바로 받을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는 뜻이죠.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정부가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Q. 코로나 시국을 지나며 본인이 가장 중요하다고 느낀 가치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어떻게 보면 뻔한 단어지만 제가 상담할때도 중요하다는 단어인데요. ‘사랑’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생각하는 이성관계에서의 사랑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도 포함해서요. 코로나가 길어지면서 뭔가 할 수 있다는 힘을 잃어가면서 스스로를 좋아하기 힘든 사람이 많아졌는데요. 코로나 이전의 일상에서는 친구들을 만나면서 가까운 타인으로부터 얻는 지지가 영향을 줬었는데 그런 부분이 이제 어렵다 보니까 스스로에 대한 애정을 유지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그런데 스스로와 타인에 대한 애정은 갖고 있는 것과 없는게 많이 다르거든요.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라도 본인과 타인에 대한 사랑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지금 이 상황에서 뿐만이 아니라 앞으로도 자기 자신과 타인에 대한 애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Q, ‘상담’이란 어떤 의미일까요?


아직까지도 ‘나 상담받는다’ 하면 이상하게 보는 시선이 있어요. 힘들어하는 친구에게 ‘너 상담 받아봐’ 하는 것도 ‘문제 있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로 들릴 수 있어서 쉽지 않죠. 물론 상담에 대한 장벽이 많이 낮아졌고 많은 내담자들께서는 그런 부분에 대한 부담이 점점 낮아진건 사실이에요. 그럼에도 많은 사람과 가족이 상담에 대해 이상하게 여기진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상담이 진정한 자기를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모든 사람은 다 괜찮은 사람이고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데, 스트레스나 환경적 요인으로 그 부분이 가려져 있어서 저희를 찾아온다고 생각해요. 상담자가 내담자께서 경험하는 문제에 대해 답이나 해결책을 드리는 것도 아니에요. 대신 내담자는 상담사와 만나서 50분 동안은 정말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갖죠. 나의 내면만 들여다보는 시간을 통해 내가 왜 어려움을 느끼고 왜 지금은 문제가 되고 이런 것들을 알아가면서 진정한 자기, 괜찮은 자기의 모습을 회복해가는 시간이요. 상담을 하는 이유는 이후에 본인에게 또 비슷한 문제가 생겼을 때 혼자 회복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에요. 이런 것과 관련된 목표나 바람을 갖고 상담에 오면 더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을 거에요.


이전 05화공군에게 두번의 '100일 휴가'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