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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를 배우는 목적을 명확히 할 것

by 친절한 알렉스

아마도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영어에 관련된 일을 하고 있거나, 영어를 좋아하거나, 어떤 이유에서건 영어공부에 관심이 있는 사람일 확률이 높다. 그런 당신에게 한 가지 질문을 하겠다.


"당신은 영어를 왜 배우는가?"


누군가는 영어 시험 점수가 필요해서, 누군가는 영어로 업무를 잘하기 위해, 누군가는 해외여행에 필요한 의사소통 능력을 원하기 때문에 영어를 배운다고 답 할 것이다. 단지 영어가 좋아서 "그냥"이라는 답변도 있을 수 있다. 이처럼 영어는 배우려는 사람의 목적과 배경에 따라 수천, 수만 가지의 답변이 가능하다.


영어의 세계에서 정처 없이 방황하며 인생의 소중한 시간들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서는 먼저 영어를 배우는 목적을 명확히 해야 한다. 영어라는 공부는 끝이 없는 무한대의 영역 이기 때문이다. 영어는 마스터할 수 있는 교과목이 아니다. 영어는 다른 나라 언어이며 서로 다른 국가의 사람들이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국제 표준어'의 역할을 한다. 영어는 영미권 국가들의 역사, 문화, 정치, 경제, 철학, 종교, 사회, 가족 간의 사랑, 우정, 분쟁, 타협 등이 담긴 그들의 '말'이며, 국제적인 교류를 위한 많은 사람들의 수단과 도구이다.


"나는 영어를 잘하고 싶다."


이 말은 상당히 모호한 말이다. 본인이 생각하는 '잘한다'는 의미를 스스로가 객관적으로 정확히 적어보자. 만약 본인이 영어를 잘한다는 말의 기준을 정확히 적을 수 없다면 그 꿈은 이루어질 수 없다. 단순히 '영어를 잘한다, 혹은 잘하고 싶다'는 말은 경계가 없고, 목표가 없고, 무책임한 말이다. 영어는 우리에게 모국어가 아니다. 모국어는 한글이다. 영어는 노력을 통해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그저 잘하고 싶다는 것은, 마치 저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을 언젠가는 잡고야 말겠다는 말과 같다. 영어를 잘하려면, 본인 스스로 '영어를 잘한다'의 기준을 먼저 잡아야 한다. 그 기준을 잡으려면 목적이 명확해야 한다. 예를 들면 아래와 같다.


1. 나는 수능 영어 1등급을 받겠다.

2. 나는 유학에 대비하여 토플 90점 이상을 받고 싶다.

3. 나는 회사에서 외국에 보낼 영어 이메일을 정확하고 빠르게 쓰고 싶다.

4. 나는 영어로 된 팝송을 정확한 발음으로 멋지게 부르고 싶다.

5. 나는 원하는 회사의 입사를 위해 토익 시험 800점 이상을 취득하겠다.

6. 나는 외국 사람들과의 비즈니스 미팅을 위해 청취와 회화, 그리고 회의록 만드는 일을 잘하고 싶다.

7. 나는 해외여행에서 통역이나 가이드 없이 의사소통이 가능한 정도의 영어 실력을 쌓겠다.

8. 나는 미드와 영어뉴스를 80% 이상 듣고 이해하고 싶다.

9. 나는 통역사가 되고 싶다.

10. 나는 영어 소설을 재미있게 읽고 싶다.

...


이처럼 공부의 목적을 명확히 하고 나면, 공부의 방향과 기준이 생긴다. 공부의 레벨 1부터 레벨 1000 중에 어느 단계의 공부가 내가 가야 할 길인지 기준이 정해진다. 통역사가 되는 공부량과, 토익 800점의 공부량은 천지 차이다. 공부의 기준이 생기면 목표가 생기고, 끝이 있다. 대한민국의 일부 젊은 학생들은 영어공부의 늪에 빠져 10년을 해도 부족, 20년을 해도 부족하다고 한다. 20년을 공부했음에도, '난 영어를 못해'라고 자신을 평가 절하한다.


아이들에게 영어 교육을 시킬 때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에게 영어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와 명분을 만들어 주자. 아이들은 어른이 시키면 다 듣는 줄 알지만, 어린아이들도 본인이 정한 어떤 기준이 있게 마련이다. 표현을 못 할 뿐이다. 영어 또한 마찬가지다. 아직 영어를 한 글자도 모르는 아이들도 영어공부에 대한 목적이나 명분이 있어야 동기부여가 생기는 법이다. 아무런 명분이나 기준도 없이, 밑도 끝도 없는 부모의 탐욕 때문에 아이들을 조기교육의 감옥에 가두고 아이들을 채찍질 하지 말자. 부모가 자신이 못했던 영어공부에 대한 콤플렉스를 해소하기 위해 자녀에게 영어공부를 강요하며 불행의 길로 이끌지 말자. 아이들에게 영어를 공부해야 하는 확실한 명분과 기준을 만들어 주자.


영어 단어 10개를 공부했다면 스스로를 칭찬하겠다고 약속하자. 문장 5개를 듣고 이해하면 잘한 것이라고 기준을 만들어 보자. 학부모들의 경우 아이들이 하루하루의 과제를 끝낼 때마다 칭찬과 격려를 해주자. 부모의 경험담을 통해 영어가 왜 필요한지 설명해 주고, 본인 스스로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돕자. 여행에 가서 엄마 아빠가 외국인과 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영어가 왜 필요한지 아이들을 설득하자. 어떤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가 영미권의 또래 아이들처럼 스피킹을 할 수 있는 것을 영어를 잘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봤다. 필자가 이 자리를 빌려 단언하건대,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라나는 사람이 영미권 원어민의 어학실력과 사고방식을 갖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가능하다 한들, 영어공부의 목표가 영미권 원어민이 되는 것이어선 안된다. 우리는 대한민국 사람으로서 자신의 학업과, 업무와, 사업에서 다른 여러 나라의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네트워크를 만들고, 본인의 꿈을 펼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영어는 그저 거기에 필요한 도구이다. 그 이상 그 이하도 되어선 안된다. 벽에 못 하나 박을 사람에게는 망치와 못만 있으면 된다. 철물점에 있는 공구와 자재 수만 개를 벽에 못 박을 사람에게 다 쥐어주려 하지 말자.


영어를 배우는 목적을 명확히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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