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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공부의 순서 (3) 말하기

by 친절한 알렉스

영어의 꽃, 아니 어찌 보면 모든 언어의 꽃은 말하기가 아닐까 싶다. 인간의 혀와 목은 말을 할 때 수십만 개의 크고 작은 근육들의 울림과 떨림으로 이 세상 그 어떤 정교한 기계도 흉내 낼 수 없는 소리를 만들어 낸다. 말을 할 때 우리 뇌는 특정 부위의 전기 신호가 세진다. 말을 할 때 온 뇌와 신경망이 함께 작동한다. 여기에 외국어라는 특수한 신경망이 구축되면 우리 뇌는 모국어만 할 수 있는 뇌보다 훨씬 더 복잡한 프로세스를 가진 '발전된 뇌'를 갖게 된다.


그만큼 더 어렵다. 말을 하는 것은 읽는 것, 듣는 것과 다른 과정을 거쳐 학습된다. 고된 작업이 필요하다. 인간의 언어활동 중 가장 적극적이어야 하며 가장 많은 후천적 노력이 필요하다. 듣는 것과 읽는 것은 주어진 환경에 따라, 그리고 주변에서 가해지는 입력 양에 따라 실력이 늘어날 수 있다. 하지만 말은 내가 내뱉지 않으면 단 한마디도 할 수 없다. 직접 내뱉은 말은 본인이 듣고 바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다시 말해 보고, 다시 말해 보고, 또다시 말해보는 지루하고 기나긴 반복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읽는 것과 듣는 것은 말하기에 선행되어야 한다. 듣고 읽는 양이 많아야 말할 건더기가 생기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듣고 읽는 양은 양질의 영어 콘텐츠이다. 그것이 책이든, 영화든, 광고든, 신문이든, 많은 정보를 읽고 들어야 말할 수 있다. 말하기에 앞서 방대한 양의 정보를 먼저 읽고 듣는 것이 중요하다.


말하기를 가장 확실하게 늘릴 수 있는 것은 실제상황(맥락)이 주어진 상태에서 외국어에 몰입하는 경험을 많이 쌓는 것이다. 나와는 아무런 관계도 맥락도 없는 영화대사 내용을 입으로 중얼중얼 외우는 것은 좋은 말하기 공부가 아니다. 좋은 말하기 공부는 지금 내가 주어진 상황에서 하고 싶은 말을 직접 영어로 뱉어보는 것이다. 지금 눈에 보이는 책장에 꽂힌 책들의 내용을 친구에게 소개해 준다고 상황 설정을 해 보는 것이다. 오늘 저녁에 먹는 메뉴를 외국인에게 설명해 준다고 생각하며 중얼거려 보는 것이다. 이렇게 맥락이 존재하는 말하기는 좋은 말하기 공부이다.


우리나라 영어 교육 10년을 넘게 받는 동안 말 한마디를 못 한다고 애꿎은 교사와 교육부 종사자들을 나무라는 사람들이 있다. 참으로 욕심이다. 우리나라 교육은 여러 가지 이유로 읽기 위주의 학습이 될 수밖에 없음을 예전 글에서 설명했다. 영어교육에 대한 마음가짐이 다들 너무 급하다. 외국어를 배우는 것은 언제나 힘들고 더디다. 부모들 입장에서는 학창 시절 배운 영어 만으로도 자녀들이 어지간한 스피킹을 자유롭게 구사하는 것을 바라겠지만, EFL 환경에서는 말하기를 연습할 시간을 따로 주어야 한다.


그 답답한 마음 잘 안다. 하지만 학창 시절 우리 아이들은 공부할 것이 너무도 많다. 그러니 제발 영어는 수능시험을 잘 보는 것에만 우선 초점을 맞추자. 조금만 기다려 주자. 간지 나는 버터 발음도 중요하지만, 일단 영어 성적을 잘 받고 보아야 대학을 가든 공부를 이어가든 할 것 아닌가? 학창 시절 영어는 공교육의 틀을 벗어나지 말자. 일단 좋은 성적을 받고 대학에 가서 그동안 닦은 읽기 실력으로 학업을 이어가고, 이제부터 스피킹을 본격적으로 연습해도 절대 늦지 않는다.


지금 당장 말하기를 잘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잠시 접고 조금만 기다려 주자. 말하기는 원래 시간이 필요한 공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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