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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공부 3,000시간의 힘

by 친절한 알렉스


기초(Basic, 基礎),

어떤 기술이나 일, 공부에서 필요한 기본을 말한다.


세상만사 모든 일에는 기초가 필요하다. 기초는 어떤 대단한 스킬이나 능력을 의미하지 않는다. 어떤 분야에서 본격적인 일을 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요구량을 말한다. 먼 여행을 떠나야 하는 순례자에게 기초는 필요한 '신발과 옷과 식량'을 말한다. 산악인에겐 히말라야 정상에 오르기 전에 거쳐가야 하는 '베이스캠프'를 말한다. 망망대해를 건너기 위한 탐험가에게는 '한 척의 배'를 의미한다. 어떤 일을 의미 있는 수준의 실력까지 끌어올리기 위한 최소한의 '임계점'을 일컫는다.


농구에서 양손으로 자유자재로 공을 드리블하는데 약 2년이 걸린다고 한다.

수영에서 자유형 - 배영 - 평영 - 접영의 4대 영법을 정확하게 익히는 데는 3년이 걸린다.

통기타 코드를 숙달하는데 1년, 피아노 바이엘을 익히는데 약 1년이 필요하다.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엔지니어가 되기 위해서는 대학교 4년의 수련 기간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영어에서 필요한 기초 토대를 만드는 데는 얼마나 걸릴까? 영어의 기초는 어느 정도 글을 읽고 듣고 이해할 수 있으며, 간단한 의사표현을 할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이라고 가정하자. 사람마다, 환경마다 다르겠지만, 대한민국의 평범한 사람이 영어의 기초를 쌓는데 3000시간의 공부가 필요하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과학적으로 밝혀진 연구결과가 아니지만,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방송이나 강연에서 많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또한 주변 지인들 중 영어를 어느 정도 한다는 사람들은 모두 이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3000 시간이란 얼마큼 긴 시간일까?


3000 시간.

1. 하루 1시간씩 8년.

2. 하루 10시간씩 10개월.


1번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하루에 한 시간씩 영어를 공부한 학생이 수능 시험 때 달성할 수 있는 시간이다.

2번은, 대학교 1년을 휴학한 학생이 10개월간 하루에 10시간씩 영어에 매진할 때 달성할 수 있는 시간이다.


이제 감이 좀 오는가? 3000시간은 영어에서 '기초'를 닦는데 필요한 시간이고 영어를 제대로 배우기 전에 넘어야 할 첫 '임계점'이다. 고등학생까지 10년씩이나 영어를 배웠는데도 원어민과 자유롭게 이야기하거나 영어로 된 영화를 자막 없이 보지 못한다고 교육자들과 한국 영어교육 체계를 나무라는 사람들이 있다. 그야말로 착각이다. 학창 시절 배우는 영어는 말 그대로 기초 영어다. 고등학교 때까지 배운 영어를 가지고 무슨 대단한 일을 하라고 만든 교육이 아니고, 우리 아이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와 필요한 영어의 세계를 마음껏 누빌 수 있도록 마련해 주는 그저 '한 척의 배'와도 같은 것이다. 고교 졸업 후 성인이 된 다음부터는 그 기초를 밑천 삼아 자신만의 영어 세계를 만들어 나가라는 의도인 것이다.


고교 때까지 배운 영어를 인생의 전부라 착각하면 안 된다. 영어는 원래 이렇게 오래 걸리는 공부다. 그래서 일찍 시작해야 한다. 일찍 시작할수록 '부익부 빈익빈'의 복리혜택을 누릴 수 있다. 학창 시절 충실하게 3000시간을 공부한 학생은 대학교에 들어가서 원하는 영어 서적을 읽고, 영어 회화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 반면 3000시간의 기초를 학창 시절에 제대로 쌓지 못한 학생은 인생에서 언젠가 반드시 영어가 발목을 잡을 것이다.


초등학교 5학년때부터 하루도 쉬지 않고 고3 때까지 하루 한 시간씩 영어를 익힌 학생이 수능시험에서 많은 문제를 틀린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다. 영어에 기초가 거의 없는 학생도 토익 점수를 위해 하루 10시간씩 10개월을 하면 800~900점, 혹은 그 이상의 점수도 취득할 수 있는 정도의 공부량이다. 3000시간의 힘.

한 사람이 평생 동안 누릴 영어의 세계에서 배 한 척을 마련해 주는 위대한 일이다. 학교 교육을 믿고 열심히 공부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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