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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모험가 May 24. 2022

이라크 아줌마의 터키 커피

'포틀랜드 킨포크 테이블(Portland Kinfolk Table)


  아이 학교 셔틀버스 타는 곳이 아파트 입구인데 여기에 아이들 엄마 아빠가 나와 있어 서로 인사도 하고 친해지기도 한다. 한 번은 처음 본 아랍계 여자분이 있었는데 먼저 인사를 해서 서로 인사를 나눴다. 최근에 이사 오신 분이고 이라크에서 왔다고 다. 이라크 하니 이라크전 쟁이 생각나고 우리에게서 먼 곳이라 생소했다. 그렇게 매일 아침 인사를 나누며 조금씩 친해지게 되었다. 한 번은 자신의 집에 놀러 오라고 초대를 했다. 그래서 갔는데 터키 커피를 먹어봤냐고 물어보는 거다. 안 먹어봤다고 하니 자기가 끓여준다고 했다. 이라크 아줌마가 끓여주는 터키 커피라니... 커피를 워낙 좋아하지만 터키 커피는 생소하다. 열심히 끓여 작은 잔에 담아 주었다. 굉장히 걸쭉했고 쓴맛이 났다.  그런데 다 먹고 난 잔을 소서에 엎어서 뒤집는 거다. 그러더니 커피가 흘러 무늬를 만들어냈다. 터키에서는 그렇게 커피잔으로 점을 친다고 알려주었다. 자신이 점을 칠 수는 없지만 그런 재미있는 풍습이 있다고 알려주었다.


이라크아줌마가 끓여준 터키커피

 

그러면서 아줌마는 자신의 앨범의 사진들을 보여주었다. 아줌마의 아들 사진, 가족사진, 친척 사진 등을 보여주며 설명을 했다. 이야기 즉슨 아줌마의 친척들이 먼저 미국으로 이민 와서 살고 후에 자신들도 이민을 왔다고 한다. 자신은 종교가 기독교인데 이라크는 이슬람교라 종교의 자유를 위해 살던 터전도 모두 다 버리고 이민을 왔다고 한다. 정말 대단하다. 낯선 미지의 나라에서 온 아줌마의 이야기와 또 다른 미지의 나라의 커피 향이 뒤섞였다. 나 역시 타국에서  왔고  이곳 또한 타국이 아닌가? 타국에서  타국커피를 마시며 타국 이야기를 듣는 이 기분 정말 글로벌하다.


이후에 아줌마가 ESL 코스를 College에서 받고 있는데 수업 끝나는 시간이 아이 픽업 시간보다 늦어 자신의 아이를 잠깐 봐줄 수 있냐고 부탁을 했다. 어려운 일이 아니니 걱정 말라고 흔쾌히 받아들였다. 우리 아이가 셔틀버스에서 내릴 때 그녀의 아들 샤니도 같이 데리고 우리 집으로 갔다. 샤니 엄마가 오기까지 한 시간 정도 있어서 간식도 주고 우리 아이와 같이 놀게 하였다. 눈이 예쁘고 수줍음이 많은 남자아이였다. 샤니 엄마는  아이를 데리러 왔고 고맙다고 하였다. 나 역시 공부하며 아이 보는 입장이 어려운 것을 알기에 언제든 필요하면 얘기하라고 했다. 서로 돕고 사는 이웃이니까.

 

나의 첫 터키 커피는 터키에서가 아닌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에서였고 터키인이 아닌 이라크인에 의해 마시게 되었다. 역시 새로운 문화를 접하는 것은 늘 흥미진진하다.




얼마 전 요즘 핫하다는 터키식 커피  샌드 커피를 먹으러 연남동에 갔다.  뜨겁게 달군  모래에서 커피를 추출하는 터키 전통방식이라고 한다. 신기하기도 하고 터키 커피라고 하니 예전 포틀랜드에서 이라크 아줌마가 끓여준 터키 커피가 생각났다. 그 커피와 방식과 맛은 다르지만 터키 커피라는 교집합이 있었다. 추억이 오버랩되었다. 나의 두 번째 터키 커피도 터키가 아닌 대한민국 연남동에서 마주하게 되었다. 언젠가 진짜 터키에 가서 터키 커피를 마셔보고 싶다. 그리고 터키 점도 쳐보고 싶다.


연남동 터키커피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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