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수영 기억
엄마가 하라는 대로 생활패턴이 결정됐던 시기였다. 8살, 엄마의 권유로 처음으로 수영을 배우기 시작했다. 맞벌이 가정환경 속에서 학교가 끝나면 친구 아주머니의 파란 차를 타고 수영장을 향했다. 달리는 차 안 뒷 좌석에서 단짝 친구 별이와 아영이와 함께 수영복으로 갈아입었다. 엄마가 물속에서 화려한 게 예쁘다며 골라준 수영복은 정말 화려했다. 원색이 이리저리 튀는 토네이도(수영복 브랜드) 수영복을 적시고 샤워를 마친 후 수영모자와 물안경을 쓰고 수영 용품들이 걸려있는 기다란 통로를 지나 수영장에 들어갔다. 두 줄로 맞춰 서서 준비운동을 하고 음파 음파부터 벽에 붙어 봉을 잡고 발차기를 배웠다. 거북이 등딱지와 킥판을 떼고 자유형 할 수 있는 정도로 제법 잘 따라 했다.
하지만 힘들었던 기억이 역력하다. 나는 꾀를 부리지 못했다. 힘들면 힘들다고 말하면 되는 것을 못 했다. 숨이 차도록 수영하고 다른 친구들은 배가 아프다며, 화장실을 간다며 수영장의 의자에 앉아 쉬곤 했는데 꾀 한 번 부리지 못하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건 매우 힘들었다. 결국 나는 수영을 잘하는 그룹인 1 레인에 들어가게 되었다. 슬프게도 이는 친구들과 떨어져서 수영을 해야 했음을 의미했다. 수영을 배우는 것보다 친구와의 관계가 더 중요했다. 친구와 떨어지고 싶지 않았다.
9살, 시에서 주최한 수영 대회에 참가했는데,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4개의 경기에서 1위를 했다. 아주 기뻤을 기억이지만 기쁨보다는 힘들었던 기억들로 차있다. 나왔더니 나도 모르는 릴레이 경기가 하나 더 있었던 것이다. 기운도 다 빠진 상태였으며 심지어 경기가 끝난 줄 알고 다 씻고 정리를 마치고 나왔었기 때문에 경기를 하나 더 뛰어야 하는 상황이 너무나도 싫었다. 또한 내가 좋아하는 평영이 아니라 더더욱 하기 싫었다. 다음 경기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울며 댔다. 내가 하기 싫다면 하지 말라고 했을 엄마였지만 단체전으로 진행되는 경기라 내가 빠지면 남들에게 피해를 주는 상황이어서 엄마는 날 붙잡고 계속 설득했다. 하지만 한 고집하는 쉽게 굽히지 않았다. 그런 나를 설득하려고 경기를 하고 오면 토끼를 기르게 해 주겠다고 했다. 나는 동물을 너무 좋아했고, 평소에도 토끼를 기르고 싶다며 종종 노래를 부르던 나에게 토끼를 기르고 싶다는 나의 소망이 수영장에서 이루어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나는 그 말에 넘어가서 경기에 참여했고 무려 금메달을 땄다. 정작 기르게 된 건 토끼가 아닌 기니피그였지만.
그때 나에겐 금메달보다 토끼가 더 값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