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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돌봄 Sep 08. 2023

집을 한 채 플렉스 했습니다.

캠핑족이 된 지 8년 차다.

몸은 고돼도 새로운 곳에서 주말을 지내고 오는 건 힐링이 된다.

물론 지난여름 캠핑을 경험하고는 다시는 여름 캠핑과 겨울 혹한기 캠핑은 가지 않기로 했지만.

첫 캠핑은 지역의 한 박물관에서의 하룻밤이었다.

박물관 뒷마당(마당이라기엔 매우 넓지만)엔 카라반 4자리와 텐트용 데크 4개가 있었다.

마치 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에서처럼 박물관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마한시대 역사를 배우고 체험 수업을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가족 단위로 테이블에 앉아 서로 소개도 하고 학예사 선생님들과 손전등만 킨 채 박물관 전시회장을 둘러보았다. 급하게 신청한지라 카라반 자리는 놓쳐버려서 얼떨결에 생에 첫 캠핑을 시작하였다.

남편 회사 사은품으로 받은 빈폴 텐트를 펼치고 급하게 입구에 돗자리만 깔았다.

급작스럽게 내린 비로 인해 첫 캠핑은 우중 캠핑이 되었다.

그 와중에도 착실히 고기를 굽고 라면을 끓여 먹으며 저녁을 먹고 저녁 프로그램도 잘 참여했다.

교육과 캠핑의 콜라보에 홀딱 반해버렸다.

비가 오든지 말든지 박물관에서의 하룻밤은 캠핑 초보들의 마음을 제대로 홀려버렸다.


남편은 본격적으로 캠핑 용품을 장만하기 시작했다.

중고 카페도 열심히 들락거리고 지인들은 만나서 정보도 얻는 듯했다.

캠핑 쪽은 아예 남편에게 맡겨버렸다.

지난 몇 년간 알아서 텐트도 업그레이드하고 타프도 샀다.

식기 세트도 저렴이 플라스틱을 쓰다가 캠핑 용품점에 가서 제대로 구입했다.

스테인리스 식기 세트, 의자, 인디언 느낌의 담요, 조명까지 착실하게 구입했다.

캠핑을 갈 때마다 모르는 살림살이들이 늘어나고

아파트 갈아타기처럼 업그레이드되었다.


캠핑 장소에 도착하면 이 집 남자들이 0부터 10까지 다 준비하니 난 의자에 앉아있으면 된다.

이후 먹을 밥만 해놓고 쉬고 있으면 전혀 미안하지 않고 좋다.

어렸던 아이들이 점점 커가니 웬만한 성인 남자만큼 아빠를 돕는다.

한 번은 땀을 뻘뻘 흘리던 큰 아이가 캠핑 좀 그만 다니고 숙소를 잡든지 하자고 했지만

아직은 좀 더 캠핑장에서 굴러줘야 한다.


9월은 일정이 많아 10월 가을 캠핑을 예약했다.

캠핑 초기에 열심히 여기저기 다녔는데 점점 1시간 정도 거리의 근교만 다녔다.

오랜만에 2박 3일로 더 멀리 가보려고 한다.

보통 캠핑장에서 체험이나 수영을 하거나 멍 때리고 있었다.

이번엔 관광을 더 다녀보려고 한다.


남편이 지난주에 집 한 채를 구입했다.

텐트와 타프 치는 것에 지친 것일까.

에어텐터를 준비했는데 침대와 소파까지 있는 엄연한 집 한채이다.

가족 단톡방에 사진을 올리니 반응이 뜨겁다.

뭘 이런 걸 사나 싶었는데 막상 집에 펼쳐보니 엄청난 물건이다.

바람을 넣고 이러쿵저러쿵 정리해 주니 그럴싸하다.

카펫도 깔고 침대와 소파도 놔뒀다.

소파 앞에는 살짝 러그도 깔아봤다.


아직 당분간은 펜션이든 호텔이든 글램핑이든 생각도 하지 않아야겠다.

에어텐트 뽕뽑아야하니까.

새 집을 소개합니다~~샤랄라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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