멱살 좀 잡혀보시겠습니까?

by 마음돌봄
"남을 비판하고 싶을 때면 언제나 이 점을 명심하여라.
이 세상 사람이 다 너처럼 유리한 입장에 놓여 있지 않다는 걸 말이다."


<위대한 개츠비>의 이 처음 부분 문장을 보면 책의 도입부가 얼마나 중요한지 여실히 느껴진다.

이 한 부분만으로도 이 책이 좋아져 버렸으니까.

다만 끝까지 읽지 않은 것은 안 비밀.

가끔 책을 다 읽지 않았는데도 마치 다 읽은 것 같은 착각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책뿐만 아니라 여러 매체에서 소비되어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선 이런 생각이 부표처럼 떠다닌다.

마음에 다가오는 한 문장 있으면 되는 것 아닌가.

굳이 1920년대의 미국을 들여다봐야 하고, 개츠비의 심리를 따라가야 하며,

데이지 이 나쁜 년이라고 해야 할까. 원하면 언제든지 할 수 있을 거다.







단지, 오늘은 첫 문장 혹은 첫 페이지만으로도 독자의 멱살을 잡고

내 글을 끝까지 읽게 할 수 있다면 참 좋겠네, 텔레비전에 내가 나오는 것보다 더 좋겠네 할 뿐이다.

되도록이면 첫 문장을 간결하게 하려고 하거나 임팩트 있는 말을 쓰려고 노력한다.

구구절절 설명하기보단 뭔가 쫘악 하는 느낌표를 찍고 싶다고나 할까.


첫 문장을 어떻게 시작하느냐에 따라 그 책의 향방이 결정된다고 하는데

난 그래도 참고 끝까지 가보겠다 하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읽고 있는 <모스크바의 신사>를 보면 이미 처음부터 이 작가는 작정했음이 느껴진다.

이 소설을 명작으로 만들 것임을.

이미 로스토프 백작이 긴급위원회에서 비신스키 검사를 만났을 때 그의 성정이 드러났다.

장식이 많은 백작의 재킷에 대해 검사가 말했을 때, 예의 그 신사다움으로 감사하다고 했으나

이내 칭찬이 아님을 알고 정중히 결투를 신청하던 백작의 모습에서, 이미 '모스크바의 신사'의 이야기는

꼭 끝까지 봐야 함을 느낄 수 있었다.

단 한 장을 읽었을 뿐인데 말이다.

물로 이 책을 '빌 게이츠'를 비롯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추천 도서라고 해서 읽은 것도 있지만 말이다.

(그들이 추천한 도서는 이미 많을 것이고 앞으로도 많을 것이다.)


꽤나 유명한 소설들은 이토록 첫 장부터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막대한 재산을 가진 독신 남성이라면 틀림없이 아내를 갖고 싶어 한다는 사실은 세계 어디서나 통하는 진리다. <오만과 편견> by 제인 오스틴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모습을 지녔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불행을 안고 산다. <안나 카레니나> by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우리는 이 문장들만 봐도 어떤 책인지,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가슴이 두근거린다.

자꾸 곱씹어보고 되뇌어보며 책의 마지막엔 이 문장들이 얼마나 내용을 관통하고 있었는지 깨닫고는

놀람을 금치 못한다.


얼마나 어떤 시간을 보내야 가능할지 알 수는 없다.

작가들의 시간은 그들마다 다르기 때문에.

더불어 나의 시간도 다르겠지.


자주 하는 말 중에 하나가 '멱살 잡고 가겠다' , '끝까지 멱살 잡고 갑시다'인 내가

이 순간을 혹시 알고 있었을까? 앞으로 독자들의 멱살을 잡아야 함을.

돈뿐만 아니라 돌이킬 수 없는 시간까지 투자하는 독자들에게 자신 있게

멱살 좀 내놓으시지요, 제가 잡고 가겠습니다라고 말하는 나를 상상해 본다.


제게 멱살 좀 잡혀보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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