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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돌봄 Apr 24. 2023

사춘기 아들은 로봇을 좋아해

엄마 뒷모습을 바라봐줘.

아들의 동기부여는 어디서 터질지 모른다.

뭐든 해보리라 다짐하며 생각해 보니 퍼뜩 아이디어 하나가 떠올랐다.

늘 빈종이나 노트만 있으며 온갖 로봇 만화 시나리오를 그리는 아들이다.

그래서 넌 어려서부터 종이와 펜과 바람만 있으면 어디서든 그림을 그려대곤 했지.

굴삭기를 보며 감동해 마지않던 세 살 새하얀 아기 때부터

지금의 볼 빨간 사춘기 로봇에 홀릭한 너.

남이 시키는 그림 말고 내가 그리고 싶은 그림만 그리겠다며 말하는 너에게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된다'는 손웅정 님의 책을 선물하고 싶구나.


기본의 토대 속에서 발전도 되는 것이 아니겠니?

초등학교 미술 영재반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그림 시간이 싫었던지 

예술중학교 영재교육원 시험도 거부했었더랬다.

토요일을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무조건 쉴 거라는 아들내미.

합격은 고사하고 엄마의 마음은 그냥 도전해 보라는 그것.

또 그날 현장의 분위기. 이런 세상도 있으니 봐보라는 하나의 의도.

예술 중학교가 지역에 처음 생겼으니 보여주고 싶었던 그래서 작은 불씨 하나 이렇게 생기지 않을까라는

희망이었다.

더 이상 엄마의 의도대로 강요하지 않겠다는 마음이었던지라 싫다는 아들을 더 이상 설득하지 않았다.

아들 엄마면 좀 더 강단 있고 강하면 좋은데 천성이 그러지 못했다.

좋게 보면 화 안 내고 다정한 엄마, 다르게 보면 나약할 수 있는 엄마.


일단 옆동네에 있는 미술입시학원에 당장 상담예약을 했다.

이런 세상이 있단다라고 보여주는 게 나의 목적.

아들에게 가장 듣고 싶은 말은 


"엄마, 나 이거하고 싶어. "
"엄마, 나 저거 배우고 싶어요."


엄마가 좋다고 생각한 것을 하게끔 했었는데 점점 비우고 있는 중이다.

열정이 넘치고 지적허영심이 강한 엄마로 인해

본인이 원하는 것을 생각하고 선택해볼 기회를 빼앗긴 것은 아닌지 고민하는 요즘

내가 원하는 것이 그가 원하는 것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래도 엄마가 할 수 있는 건 해줘야지.

함께 버스를 탔다.

세 정거장이면 도착하는 곳이다.

학원 안엔 초등학생부터 입시를 준비하는 고등학생까지 다양하다.

서울. 경기의 어느 대학을 합격했다는 포스터가 즐비하다.

원장님이 문구류 디자인, 게임 캐릭터, 영화나 웹툰 등 그림을 알아서 진출할 수 있는 분야가 다양하는 설명을 해주신다. 게다가 선생님들은 죄다 위에서 내려오신 분들이란다.

집 근처까지 오는 셔틀버스 코스까지 무난하다.

일주일에 최소 6시간 25만 원.

일반적으로 예상한 금액이다.

뭐든 아이가 자극받고 작은 느낌표 하나 가질 수 있도록 해봤으나 아이의 반응은


"그냥, 그래. 별로 안 다니고 싶어요. 내 맘대로 그릴래."



그래, 뭐 나도 큰 걸 바란 건 아니었어. 
그냥 이런 곳도 있다 보여준 거야.
엄마가 많이 보여줄게.
그러다 보면 너의 마음에 물결하나 일겠지.
그게 점점 퍼져 나가다 보면 너만의 호수가 생길 거고 결국 너만의 바다에
도착할 거야.
그럼 넌 어른이 될 테고 난 그저 너의 결정을 지지하며 바라만 보면 되겠지.
엄마의 자리를 지키면서.
보고 배우는 게 무섭다는 말처럼
내가 할 수 있는 걸 할게.


엄마의 약한 모습 닮지 않길 바랬지만

그건 잘못된 생각인걸 알았다.

내가 할 수 있는 멋진 모습도 있고, 나의 장점도 있는 것을 주면 그 뿐.
마냥 편하게 살려고 노력하지 않고
긍정심을 갖고 엄마 자신을 사랑하면서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가족을 마음껏 사랑하면서.

그러다 보면 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아들이 내 좋은 모습만 닮아가길 바라기로 했다.

나중에 아들의 아이가 그 발자국 잘 따라갈 수 있도록.


퍼시픽림 로봇과 괴물 검색중인 아들, 가오나시인줄.
대화는 항상 맛난 음식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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