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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돌봄 Apr 22. 2023

사춘기 아들과의 조우

낯설다, 너.

그냥 평범한 사춘기라고 생각했다.

6학년 때 한자 숙제가 너무 많다며 힘들다 했었다.

중학교를 대비하려는 선생님의 뜻이 있으셨는지

한자 학습을 매일 시키셨고 그때 처음 코넬 노트 쓰는 법도 배워왔다.


순하고 성실하고 착한 전형적인 첫째였고 글씨도 제법 예쁘게 쓰는 아이였다.

바퀴 달린 것을 좋아해서 자전거부터 온갖 자동차 굴삭기 등 중장비 자동차까지 아직도 좋아하는 아이.

큰아들 덕분에 자동차 회사도 알게 되고 종류도 알게 되고

'그녀의 자전거가 내 가슴속에 들어왔다' 광고에 나오는 자전거가 페니파딩 인 것도 알게 되었다.

헨리 포드부터 독일의 다임러 벤츠까지 전혀 관심 없던 자동차 회사도 알게 되었다.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는 아이인지라 늘 빈종이에 좋아하는 캐릭터와 본인이 상상하는 그림들을 그렸고 그것은 지금도 그러하다


에게 늘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었던 아들이 중1이 되었고

왜 중학교는 7교시까지 하며 과목마다 선생님이 다른 건지 의아해했다.

갑자기 늘어난 학원에 피곤하다며 볼멘소리를 했다.

힘들다를 연발하는 아이를 보며 중학교 첫 생활이 많이 힘이 들고 적응하는 과정임을 느꼈다.


그때 좀 더 섬세하게 생각해야 했을까.

중2가 된 아이는 이제  학교 가기 싫다를 반복해서 외친다.

특별히 문제는 없지만 학교 가는 게 싫다.

와이?

그래 나도 그랬어.  학교가 마냥 좋지는 않았지

당시엔 시험 등수를 공개하던 시절이니 성적에 대한 압박도 있었고. 그래도 하고 싶은 건 있었는데.


일등 하는 친구를 보면 부러웠고, 나와의 차이점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 때론 질투도 했던 그 시절.

나의 그 시절은 내 아이의 그때와는 또 다르다.

이 아이는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 걸까.

그냥 쉬고 싶고 크게 뭔가를 하고 싶지도 않다는 아이.

공부에도 관삼이 없다는 아이.


무기력한 아이를 보며 작년 겨울 무기력했던 내 모습이 투영되었다. 상처를 주는 사람은 오히려 가족 이랬던가

퇴직하고 드디어 내 일을 시작하려는데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왜 굳이 이렇게 일을 시작하느냐. 왜 그 장소에서 하느냐. 왜 돈을 그렇게 쓰느냐 등등. 인정받지 못하는 자괴감과 나 자신에 대한 실망 속에서 극도로 빠져들었던 우울감. 무력감.


엄마란 존재는 이렇다. 그러지 않으려고 해도 파블로브의 개처럼 자동 반사다.

'혹시 나 때문인가. 나의 이런 모습이 너에게 전염된 것일까.'


누군가는 이 나이 아이들에게 당연히 오는 모습이라고 말한다. 뇌가 재정립되는 제2의 성장기이니 잠도 많아지고 생각도 많아지는 거라고.

하지만 이 느린 엄마는 아이의 감정을 살피게 된다.

끝까지 믿어주는 단 한 사람이자 아이 마음의 베이스캠프가 되어야 하는 엄마로서 나의 포지션을 생각하게 된다.


책을 읽고 강연을 들으며 마음을 다잡아 본다.

친구들과의 대화 속에서 실마리를 찾아도 본다.

좀체 화내지 않는 엄마로 익히 알려진 사람답게

정말 마음의 화나 분노는 없다


떻게  말해줘야 할지

어떻게 가슴속 작은 불씨 하나 넣어줘야 할지

무기력이 아닌 정말 작은 에너지 하나

어떻게  생기게 해야 할지

너무 다가서지도

너무 멀어지지도 않으면서

난 너에게 어떤 말, 무슨 행동을 해야 할까.


어쩌면 내가 아이에게 뭔가를 만들어주고

동기부여를 시켜주겠다 하는 것도 나의 오만일까.

모든 게 조심스러운 요즘은 주변의 걱정과 충고를 곱씹어 생각해 본다.


최근에 입시 상담소에서 만난 선생님은 심리 상담을 추천하셨다. 분명 무기력에는 원인이 있을 거라고. 부정적인 말과 다 내려놓은 듯한 아이와의 대화 후 마음의 고민과 응어리부터 돌아보고 다양한 경험 속에서 어디서든 아이가 꽂히는 부분이 있을 거니 그거부터 해보라도 하셨다.


혹여나 지나친 기우일지, 엄마가 예민한건지, 그냥 지나갈 일을 긁어부스럼을 만드는건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하고 반면에 뭔가 행동해야 한다는 엄마만의 안테나도 동시에 작동을 한다. 

누구도 모르는 내 아이만의 이유를 찾기 위해 이제 아들과의 작은 여정을 시작해 봐야겠다.


초상권 침해라며 본인 사진 찍지 말라는 아들 대신 찍은 나무, 참 푸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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