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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돌봄 Jun 07. 2024

슬기로운 학원생활

원비 납부는 이렇게

인간은 홀로 살 수 없고 뭉치게 되어 있다.

의사는 의사끼리

약사는 약사끼리

교사는 교사끼리

끼리끼리 우리끼리

영어 학원 선생님들은 또 그들끼리 정보를 나누고 고민을 나누고 자료를 나눈다.


공부하는 인생에서 영원히 자유로울 수 없는 학원업계는 깊이 들어오기 전까지는 그저

영어가 재밌어서, 동료들이 좋아서, 가끔은 윗사람 험담하는 맛에 다니던 직장이었다. 

영어 그림책의 매력도 알게 되었고, 영어 책 보는 맛에 푹 빠져 살다가 초등학생들 토플을 가르치던 중 번아웃이 와서 잠시 떠나 있었다. 11살 아이가 토플 단어를 외워야 할까라는 의문부터 영어가 뭐길래 어린아이들이 여기 이러고 있지 하는 생각부터 과히 대한민국의 영어교육 열풍은 어마어마하구나, 하는 생각까지 드는 시점. 당시 학원에선 매를 때려도 전혀 아무렇지도 않은 분위기의 시대였는지라 그마저도 내가 너무 나쁜 인간같이 느껴져서 잠시만 안녕을 했었는데 결국 다시 이곳을 오게 되었다. 


이제는 나만의 교육을 펼쳐보리라 장밋빛 미래를 꿈꾸었는데 그 근간에는 영어 원서의 맛을 알게 된 것이 크다. 비록 엄마표 영어는 처참히 무너졌지만 학생들에게만은 영미권 문화의 참맛을 원서를 통해 알려주리라 부푼 가슴을 안고 창업 준비를 시작했다. 영어 책 공구, 당근 마켓에서 좋은 영어책 쓸어 담기와 더불어 영어 교육 세미나랑 세미나는 작게는 십만 원부터 많게는 백만 원짜리 강의까지 들었다. 그때 만난 전국의 영어 선생님들과 유대를 아직도 유지하고 있다. 대치동에서 유능한 강사로 활동한 분부터 경기도 양평에 전원주택을 짓고 영어 도서관과 수업을 하는 분, 작은 공부방에서 시작해서 대형 어학원으로 성장한 분, 영어출판업계 교재 계발하는 분부터 이미 엄마들 사이에서 도치맘 인스타 라방을 통해 알려진 유명 강사까지 다양한 분들과 친분을 맺게 되었고, 창업 전엔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많이 배우기도 하고 과연 내가 이걸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었다. 도움을 받겠다며 세종시로, 경기도 의정부로, 서울로 열심히도 다녔는데 신기한 건 이 분들의 경험이 어렵겠다 힘들겠다 싶으면서도 대기 인원만 50명이라는 말을 들을 때 부러움도 동반된다는 것이다. 특히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코칭해 준 부분은 교육비 납부 부분이다.


요즘 안 바쁜 사람 없고, 다들 정신없이 산다. 가정마다 학원은 최소 두 개, 초등 저학년이라면 방과 후수업까지 있으니 워킹맘대디이건 전업맘대디이건 교육비 납부도 큰 일 중에 하나다. 편리하게 결제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지만 납부 날은 다 다르다. 최소한 25일~말일까지 납부를 말씀드리지만 새 달이 시작되어 결제하는 분들도 있다. 직장인에겐 월급날이 있다. 회사가 경영 위기여도 나라에 역병이 창궐해도 월급 통장엔 월급이 찍힌다. 카드값으로 나가느라 스쳐가는 월급 통장일지언정 월급은 절대 변동이 없다. 가끔 난 상상한다. 한 날에 들어오는 교육비가 목돈처럼 한꺼번에 오기를. 보통 일주일 넘게 늦는 경우 수업 중단 의사로 받아들인다고 미리 공지를 드린다. 학원 등록 시 규칙에서 설명하는 부분이다. 물론 실제로 인정상 그건 힘들다. 그러나 규칙이 있고 없고는 천지 차이이기에 많은 학원에서 규정을 마련하고 따른다. 서울의 한 지인 원장님은 집안 사정이 안 좋다고 5개월 정도 교육비를 안 받고 나중에 주시겠지 했는데, 그 학생이 옆 건물 피트니스 센터에서 수업을 등록했단 말엔 칼같이 말을 했다고 한다(영어 학원비는 여전히 내지 않은 상태였다). 학원은 사업이지만 교육이다. 교육이지만 사업이다. 학생을 생각하면 수업비는 기다릴 수 있다. 다만 그 상황에 대처하는 부모의 태도가 중요하다.


학원이든 공부방이든 교육비가 입금되어야 밥 먹고 산다. 학생들 선물도 행사 때 줄 수 있다. 원장이든 강사든 세미나도 듣고 공부도 하고, 교재도 사서 공부도 해야 한다. 그리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금융 치료는 필수다. 

25일에서 말일까지 잘 납입해 주시면 참으로 감사드리겠다. 

매달 1일이 교육비 납입날인 경우도 있다. 

학원비 내시느라 애쓰시는 이 땅의 학부모님들(나를 포함하여), 사교육에 종사하는 많은 분들. 

오늘도 파이팅입니다. 









*대치동은 아니지만 작은 학군지 도시에서 영어 공부방을 운영합니다. 지극히 주관적인 경험일 수 있으니 재미로 읽어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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