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신욕은 부모님께 배웠다.
오래전 하루 종일 학원에서 수업을 하고 나면 다리가 퉁퉁 부었다.
이미 20대 때부터 건강 슬리퍼와 스타킹을 신고 수업을 했다. 밤에 다리가 덜 부어있도록.
매일 밤 족욕을 하기도 했는데 본격적인 반신욕도 그때 시작했다.
부모님은 두 분 다 반신욕을 좋아했는데, 특히 엄마는 목욕탕을 날마다 가시기도 했다.
거의 모든 대한민국의 엄마들은 목욕탕을 아침에 혹은 새벽에 가신다.
하루의 에너지를 받고 기운을 내서 돌아온다.
자식과 가정을 책임지는 엄마들의 기가 모인 곳이어서 그럴까.
그러고 보면 온천도 참 좋아하신다.
일을 마치고 반신욕을 해야지 생각하면 마음 한 구석이 놓인다.
뜨끈한 물속에 들어가 앉아 책을 읽어도 되고, 유튜브를 봐도 된다.
일종의 휴식이다. 건강을 위해 땀을 흘리는 시간이기도 하니 면죄부가 되기도 한다.
천일염을 넣어도 좋다. 페퍼민트나 라벤더 같은 아로마를 넣어도 좋다.
다이소에서 산 반신욕용 소금도 괜찮다, 단 향이 느껴지지 않아 아쉽다.
어깨와 승모근까지 담그면 푹 절어지는 느낌에 뭉친 근육이 다 풀리는 것 같다.
실제로는 어떤가.
너무 피곤하다는 생각이 든 지는 꽤 되었다.
몸에 익은 운동 패턴이 무너지면서 다시 더 피곤한 느낌이다.
일단 일어나자마자 뛰거나 걸어야 한다.
겨우 한 번 하는 운동을 놓치니 몸이 더 천 근 만이다.
진작에 시작하지 않은 것이 너무나 아쉬우나 어쩌랴, 지금이라도 해야지.
반신욕은 면죄부다.
운동을 못한 날의 면죄부다.
이렇게라도 몸을 신경 쓴다고 의식을 해야 한다.
피부가 달라진다.
얼굴 피부가 반신욕 후에 부드러워짐을 느낀다.
온갖 몸의 때와 마음의 무거움까지 같이 땀으로 빠져나간 느낌이다.
얼굴에 화장품을 바르며 몸이 조금이라도 가벼워짐을 느낀다.
그리고 다시 암전, 물에 젖은 솜뭉치가 되는 몸이다.
공기 중에서 중력에 맞춰 걸어 다니고 생활하면 무거워지는 몸이
물속에선 자유롭다, 한없이 가볍다. 땀이 빠져나가며 노폐물아 어서 나가라 말한다.
액체 안에서 난 자유다, 부유하는 플랑크톤이다.
훨씬 더 가벼워지고 싶다.
점점 참기 힘든 것이 많아지는 나이다.
견디지 못하고, 견디고 싶지 않아 한다.
목욕을 해도 한 시간을 넘지 못한다.
다시 반신욕 하는 시간을 기다린다.
하루의 의무가 끝난 시간, 밤이 오는 시간.
물속에 있는 것처럼 자유로워지는 깊은 밤, 욕조 속에서 떠다니듯 푹 몸을 침대에 담가본다.
뜨끈하다 못해 뜨거운 물이 느껴진다.
물은 뜨거울수록 좋다.
아주 오래전 엄마 뱃속의 양수에 있는 것처럼 그렇게 물속을 유영한다.
좁은 욕조가 전혀 답답하지 않다.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이 크기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