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월 30일
무슨 말이든 뱉고 싶어서 몇천 자를 써내려도
결국 단 한마디 뱉어내지 않고 전부 속으로 삼키는 게
끝내는 나를 제일 안심시킨다
그래서 글을 쓸 수가 없어진다
한 획도 그어내지 못한, 남들 눈에 보이지 않는,
빽빽하게 들어찬 새까만 공백뿐이 쌓여간다
숨 쉴 틈조차 조이며 그 비어있는 것들이 모여서
썩고, 곪아서, 부패하고, 살아있던 생기를 모두 말라죽인 후에야
터져버린 구멍을 통해 통제할 수 없이 새어나간다
꼭 숨겨두었던,
드러내고 싶지 않았던 이야기들이 감당할 수 없는 형태로 흘러버린다
감정과, 태도와, 언어가 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