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를 따라 걷다
내게 공자는 위대한 사상가 이전에 한 명의 인간으로 다가온다.
공자는 노나라 창평향 추읍에서 기원전 551년에 태어났다. 아버지 공흘은 환갑을 넘긴 은퇴군인이었고, 어머니는 스물도 안된 어린 나이였다. 곧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중국 산둥성 곡부로 이사를 한다. 공자는 조두를 갖고 혼자 노는 내성적인 아이였다. 부모를 모두 잃어 창고지기 노릇을 했던 청년 시절이 있었으며 자신의 정치적 이상을 받아들여줄 제왕을 찾아 여기저기 떠돌던 장년 시절도 있었다.
공자의 일대기를 읽으며 미소를 짓는다. 그가 창고지기 노릇을 하며 죽간을 읽으며 고대의 지식을 습득하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 석달 동안 고기 맛을 모를 정도로 골몰했을 만큼 음악을 사랑했다. 머리 가운데가 내려 앉아 이마가 좀 튀어나와 보이긴 해도 8척 장신에 단정하고 온화한 기품이 있던 사람. 진중했기에 위엄이 있고, 배우는 데 열성적이었기에 고집불통에 빠지지 않았던 사람. 기원전 시대를 살았던 그가 바로 내 앞에 있다. 그가 걸어가고 있다.
지식이 귀족의 전유물이었던 시대. 마른 고기 한 묶음만 들고 가면 누구나 제자로 받아들일 만큼 개혁적인 사고방식을 가졌던 사람. 기원전을 살았던 그가 오늘의 우리보다 더 진보적이다. 그는 직계 제자 72명을 포함하여 문하에 3천 여명의 제자를 두었다. 하나를 들으면 열을 알았던, 친아들처럼 소중하게 여겼던 안회가 요절하자 자공에게 나와 너 모두가 그만 못하다며 가슴 아파했다. 처음 안회를 만났을 때 어눌한 모습에 어리석은 게 아닌가 생각하다 그의 일상을 보고 자신의 사람 보는 눈이 짧음을 반성했던 스승이 공자였다. 그릇 중에 그릇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늘 뜻에 비해 실행력이 부족함이 아쉬웠던 자공, 반대로 자로는 생각보다 행동이 앞서는 조급함과 다혈질의 성격.저 녀석이 과연 공부를 제대로 할까 고민했지만 나날이 발전하는 자로의 모습에 기뻐했고, 나중에 자로가 죽은 뒤 젓갈로 담가졌다는 소식에 피눈물을 쏟았다. 나무를 뿌리채 뽑을 수 있었던 천하장사 공량유, 새나 동물의 말을 알아들었던 공야장, 못 생긴 외모 때문에 저어하다가 그가 담력이 크고 용감무쌍한 것을 보고 외모만으로 사람을 평가한 자신을 반성하기도 했고. 말이 앞서지 않고 행검이 뛰어났던 민자건, 염백우, 중궁... 정치 능력이 출중했던 염유와 계로, 문학과 예술에 능했던 자유와 자하, 빼어났던 증자와 자사. 그에게는 늘 제자가 있었다. 제자들과 함께 넘었던 위와 초와 제와 진의 국경들이 내 앞에 펼쳐진다.
"배움은 마치 내가 거기에 못 미치면 어떡하나 하는 마음으로 해야 하고, 또 그것에 미쳤을 때는 혹시 그것을 잃으면 어떡하나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해야 안다. " 열렬함이 있어야 덕을 이룰 수 있다고 말하는 그가 내 앞에 있다. 50이 넘어서 고국 노나라에 더이상 희망이 없다고 14년 구도의 유랑길을 오른 공자. 실로 고난의 연속이었다. 위나라 광땅의 봉변과 진나라에서의 병환, 오나라가 진나라를 공격하자 전쟁을 피해 채나라로 도피하는 길 도중에 길이 막혀 7일동안 시달렸던 굶주림의 고통, 힘겹게 찾아간 채나라에서마저도, "유야, 덕을 제대로 아는 자가 드물구나"며 탄식하던 공자. 초나라 소왕에게 벼슬을 받아 뜻을 펼칠 뻔 하였으나 신하들의 참소에 의해 그 길도 막혀 버린다. "봉황새가 오지 않고 황하에서는 용마의 그림이 나오지 않으니, 나는 끝났도다!" 지쳐가는 공자. 68세가 되어서야 고국인 노나라로 터벅터벅 돌아온다.
공자가 누구인지 모르고 이용만 하려는 군주들, 혹은 공자의 가치를 알면서도 현실적 제약이 두려워 제대로 쓰지 못하는 군주들, 신하들의 시기와 견제..이런 와중에 기댈 곳 없이 부박했던 공자. 그럴수록 더욱 치열하게 성찰했던 그. 지팡이에 의지해 쇠약한 몸으로 서 있는 공자가 그를 찾아온 자공에게 했던 마지막 인사.
"사야, 너는 왜 이렇게 늦게 왔느냐."
"천하에 도가 없어진지 오래 됐구나. 아무도 나의 도를 믿지 않는다. 어젯밤에 나는 두 기둥 사이에 놓여 사람들의 제사를 받는 꿈을 꾸었다. "
이틀후 그는 눈을 감았고, 때는 기원전 479년 4월 11일이었다. 노나라 도성 북쪽의 사수 근처에 묻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