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어지는 단풍잎이 반가웠습니다
무더웠던 여름이 지나는 것 같아서요
하지만 동시에 처연함을 느낍니다
반소매를 입고 이리저리 뛰놀며
산마루에 오르고 내리던 기억이
점점 흐릿해지기 때문이지요
하늘을 올려다보며
수없이 많은 천공이 있다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내 눈이 바라보던 세상은
존재하지 않는 것들로 가득했습니다
그것들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기발함을 만들어 냈지요
두 눈을 의심 아닌 호기심으로 본다면
더 많은 것을 느끼고 깨달을 수 있을 텐데
언제 또 이런 모양새가 되었는지 아쉽습니다
더욱이 무심하게 넘겼던 생채기 하나가
강한 통증으로 다가오는 것은
누구도 막지 못하는, 또 기다린 적 없는
얄궂은 계절 때문임이 분명합니다
만약 내 앞에 놓인 것들을 집어 들고
내 안에 빈 곳을 채울 틈이 남았다면
그 순수한 유리금이 만들어 낼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단풍잎은 곧 떨어집니다
내 마음을 단단히 지켜야겠어요
2023.10.19
나의 새벽 이야기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