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분에 vs 때문에

감정싸움, 상처주기 보다 힘주기

by 별사색
아무리 화가나도 소중한 서로에게 상처주는 말보다는 힘주는 말로 바꿔 말하자, 사진출처: Pexels

초등학생인 조카와 별 것도 아닌 말다툼을 했다. 나이 든 이모가 '어른 아이'다 보니 정신연령이 같아서 일어나는 사단이었다. 투닥투닥 말싸움 중에 욘석이 자꾸 '이모 때문에 어쩌고 저쩌고' 하는 거다. 말버릇처럼 튀어나오는 표현이 귀에 거슬리고 어처구니가 없었다. 이성이 말렸는데 어느새 나도 모르게 방어적으로 말이 나갔다. 그렇게 둘의 말싸움이 유치해지기 시작했다. 나중엔 장난 같던 말들이 뾰족한 가시를 세우고 나도 모르게 진짜 화가 나버렸다. 물론 조카가 울기 직전 아차 싶어서 그만두었지만 말 그대로 중단한 거지 화해하는데 한 참의 정적과 거리두기가 필요했다. 서로 떨어진 채로 흥분을 가라앉히고 차분해진 뒤 어른답게(?) 먼저 사과를 건넸고 그제야 대화와 화해와 포옹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구체적인 말다툼의 원인이 생각나지 않을 만큼 유치하고 사소했다. 아마 영상통화를 왜 그리 오래 하냐며 친구 문제에 감 놔라 배 놔라 참견했던 것 같다. 암튼 그때 입씨름 끝에 왜 그렇게 속상하고 화가 났나 되짚어보고 깨달았다. 그 말 한마디였다. '이모 때문에'


가족이든 친구나 동료든 어떤 관계라 해도 사람 사이에 갈등이나 다툼이 일어나는 건 일상이고 흔한 일이다. 서로 다른 생각과 경험을 바탕으로 기호와 취향이 존재하기 때문.

놀이든 작업이든 무언가 함께 할 때 둘 다 만족할 만한 결론을 얻기 위한 합의 과정은 필수다. 그 과정에서 의견 차이나 불협화음은 필연적이다. 그렇게 투닥투닥 싸우다 보면 때론 감정싸움으로 변질되기 일수.

문제는 쓸데없는 자존심 싸움으로 번져 서로를 탓하기 시작하면 서다. 싸움의 원인을 상대의 이기심, 몰이해, 잘못으로 몰아가는 것이다. 심하면 상대를 폄하하고 폄훼하기에 이른다. 잘되면 내 덕분이고 안되면 니 탓이 되는 까닭이다. 내로남불이 따로 없다.

어쩌면 우리는 말투나 표현방식부터 바꿔야 할지도 모른다.

그중 알게 모르게 습관적으로 쓰는 말 중에 '~때문에'라는 말이 있다. 대부분의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 원인이나 책임 소재 등을 따지고자 할 때 주로 쓰는 말이다.

"차 막혀서, 교통체증 때문에 늦었어."

"밀린 업무 때문에~", "이 놈의 건망증 때문에~" 등등 대부분 핑계나 변명거리를 둘러댈 때 일상적으로 자주 쓰곤 한다. 다만 이 표현이 사람에게 향했을 때 그게 나였을 때 뭔가 불편함이 몽글몽글 비눗방울처럼 부풀려진다.

상대방으로부터 '너 때문에~'라는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는 순간 곧장 '비난의 화살'로 여겨질 확률이 높다. 특히 말싸움 등의 상황에선 상당히 공격적인 말투와 더불어 충격이 배가 된다.

'때문에'라고 서로를 향해 잘못의 원인으로 탓하며 따지는 말로 상처주기보다 가급적이면 '덕분에'라는 말로 바꿔 써보면 어떨까? 화가 나서 감정이 격해졌더라도 소중한 서로에게 상처 주는 말보다는 힘주는 말로 바꿔 말하자.


'너 때문에 내가 힘들고 괴롭다'가 아니라, '네 덕분에 내가 힘나고 기쁘다'라고 바꿔 말해보자.


싸울 때 그런 게 가능하냐고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당장 입 밖으로 튀어나오는 '탓하는 말'을 멈추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그리고 감정싸움으로 번지기 직전에 마음을 돌리는 거다. 처음엔 어색하고 말이 쉬이 떨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네 덕분에 이걸 같이 할 수 있지', '네 덕분에 이만큼이라도 해낼 수 있었어', '네가 있어 혼자가 아니어서 다행이야' 등등 상대방으로 인한 긍정적 효과나 결과를 최대한 떠올려보는 거다.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지만 해 볼만 하다. 상대에게 가는 말에 뾰족한 가시가 떨어져 나가고 말랑말랑 부드럽게 바꿀 수 있는 표현으로 대체하려는 노력이 계속된다면 일상에서 사소한 말다툼의 빈도는 줄어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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