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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사색 May 22. 2022

심플하고 다이내믹한 일상

소확행 루틴 4 가지(산책+글쓰기+영상제작 그리고 영어공부)

요즘 나의 하루는 심플하다. 어찌 보면 정말 무미건조할 정도로 심심하고 단조롭다.

 

아침에 눈뜨면 기계적으로 모닝 루틴을 진행한다. 화장실에서 세수와 양치로 잠 기운을 씻어내고 보리차나 옥수수차 등 따뜻한 차 한잔을 준비해서 곧장 책상에 앉는다. 차의 온기로 멍한 정신을 깨우며 감사일기를 쓴다. 전날 있었던 일들에 대해 간단하게 정리하고 숨겨진 보물찾기 하듯 감사함을 찾아내 단 몇 자라도 일기장에 적어 본다. 꿈보다 해몽이라고 감사가 이끌어낸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하루를 기분 좋게 시작한다.


아침을 먹고 산책 삼아 집 앞 공원에 나와 몇 바퀴 도는 동안 시시각각 변하는 나무의 변화를 눈에 담는다. 이파리가 점점 푸르게 풍성해져서 바람에 춤을 추기도 하고 그늘을 드리우기도 하는 모습을 구경한다. 도시 소음과 다른 새소리와 바람 스치는 소리는 매번 새롭다. 하루 중 원석 같은 영감이 떠오르는 소중한 순간이다.

 

공원을 청소하시는 분들이나 산책 또는 운동하러 나온 마을 주민들을 마주치면 눈인사를 하기도 하고 가볍게 목례를 하면서 스쳐 지나간다.
 
집에 돌아와 두서없이 떠오른 생각들을 노트에 옮겨 적고 그날 할 일을 생각해 본다. 떠오르는 대로 제한 없이 글을 쓰기도 한다. 때때로 사색이라 말하고 싶지만 짧은 집중력으로 인해 멍 해지기 일쑤다.

 

그날 해야 할 잡다한 일들을 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시골생활이 그렇듯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이 거의 없다. 요즘같이 공공도서관에 가는 것 외에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기 때문에 주로 엄마 심부름 외에 외출할 일이 없어 집안일 돕는 게 전부다.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내방 책상에 앉아 주로 책을 읽으며 눈길을 끄는 구절이나 문장을 기록하고 좀이 쑤시거나 지루해질 때 SNS로 실시간 트렌드나 팔로잉하고 있는 사람들 일상을 구경한다. 유튜브나 틱톡에서 추천 영상 등을 보다가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바로 영상편집 앱이나 프로그램을 실행시켜 나만의 시답잖은 창작물을 만든다. 별일 없다면 그렇게 만든 영상을 틱톡이나 유튜브 쇼츠 등에 올린다.(구독자 팔로워들의 댓글 등 반응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계속하게 되는 이유이기도.)

 

습관을 만들려고 가장 공을 들였던 건 역시 글쓰기 루틴. 덕분에 마음에 묻어 둔 기억, 하고 싶은 말들, 갑자기 찾아오는 생각의 조각들을 모으고 덧붙이고 고쳐가며 글을 쓰거나 전에 쓴 글을 수정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 막히면 책상을 벗어나 우리 집에서 가장 넓고 채광이 좋은 거실로 나간다. 역시나 TV 앞에 앉아서 다시 또 멍하니 케이블 채널을 돌아다니며 재밌는 영화나 예능 프로그램 등을 둘러보다 마음이 동하면 열일 제쳐두고 보기도 한다. 또 tv로 큰 화면의 유튜브를 보기도 한다. 이때 bts 관련된 행복한 덕질을 하기도 하고 영화나 드라마 리뷰 영상, 영어회화 교육 영상, 호기심 유발하는 국내외 뉴스, 그밖에 관심 가는 다양한 주제의 영상들을 찾아보기도 한다. 내게는 취미이면서 일이기도 한 조금 알쏭달쏭한 일과다.

 

근래 취미가 된 영어 회화 연습은 하루도 빼먹지 않고 꾸준히 한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0년 우연히 신박한 영어공부법을 제안한 어느 유튜버의 영상을 접하고부터 공부가 아닌 취미가 되었다. 최소 20~30분 정도 매일매일 생활 회화 위주로 공부하고 있다. 어학 관련 어플에서 제공하는 영상자료를 반복 청취하며 듣기와 말하기 위주로 하고 있다. 목표는 한 문장이라도 확실하게 내 걸로 만드는 거다. 그렇게 입에 배일 때까지 하나의 대화 다이얼로그를 여러 번 듣고 따라 한다. 가능하면 번역을 보지 않고 스스로 알아들을 수 있을 만큼 반복해 듣는다. 어플 기능 중에는 각 문장별 반복은 기본이고 속도조절로 느리게 듣기가 가능하기 때문에 꽤 유용하다. 내 경우 어느 정도 문장 구조와 기초 문법, 단어 등 기본을 갖추었음에도 초기엔 원어민들의 빠른 연음이 거의 들리지 않아 멘붕이었다. 좌절하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다잡게 만든 건 속도조절로 느리게 여러 번 다시 듣기를 통해 감을 잡게 되면서부터다.

 

습관을 만들고자 '작은 목표로 성공경험 계속하기' 실천을 위해 시작한 '하루 한 문장 내 걸로 만들기'는 꽤 효과적이다. 작년 이 맘 때 즈음 본격적으로 속도가 붙은 영어 공부가 최근 들어 초중고대학대학원까지 거진 20여 년의 시간 동안 해결하지 못한 고질적 문제를 해결했다. 일단 영어라는 언어가 가진 구조에 대해 원어민의 사고방식이 장착되었다. 그동안 머리로 공식처럼 외우고 있던 읽기와 해석, 문법 위주 '공부하는 어학'으로 영어와 씨름하던 오류에서 마침내 탈출했다.

 

영어를 '완벽하게 번역하기'위해 분석하고 철저히 알려고 하는 학문적 접근이 문제였다. 듣고 말하는 소통 수단이자 놀이처럼 쉽고 재밌게 느껴지는 수준에서 부담 없이 일상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회화 위주로 공부했다. 완벽한 어법에 얽매이지 않고 쉬운 영어로도 충분히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물론 그 바탕에는 반복 청취로 귀를 트이게 만들고자 원어민의 발음과 연음과 악센트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특히 문장 전체에서 주요 단어(내용어)만 잘 들리고 다른 기능어는 거의 흘려 발음하는 원어민 소리의 실체를 알아차릴 때까지 연습하고 체득해야 했던 지루하고 고통스러운 시간이 있었다.

 

최근 1년간 몰두한 결과가 20여 년 치 헛발질했던 것보다 효과적이라는 것에 내 손모가지를 걸 수 있다.(이 모든 건 어학 전문 유튜버와 습관을 만들어준 어학 어플, bts 외국인 리액션 전문 유튜버들 덕분이다. 이 자리를 빌려 심심한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다. 혼공 하는 사람으로서 만족감 최상의 도우미들이었다. 기회가 된다면 어떻게 공부했는지 나의 좌충우돌 영어정복? 경험을 공유하겠다.)

 

그렇게 스스로 정한 할 일 목록을 하나씩 실행하며 하루 종일 바쁘게 보내다 보면 점심은 간단히 먹고 틈틈이 엄마랑 대화를 나누고 자잘한 집안일을 돕기도 한다. 하루 걸러 한 번씩 공원 옆 편의점에 가서 가장 좋아하는 메뉴인 바닐라 라테를 투 플러스 원(2개 사면 하나 덤)으로 사서 먹으며 행복과 당분을 충전한다.
 
코로나를 핑계 삼아 집순이가 된 이후 일상이 다람쥐 쳇바퀴 돌 듯 거의 정해진 루틴으로 흘러가고 있으니 남 보기에 심심하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특히 엄마가 집에 틀어박힌 딸을 가장 걱정하셨다.)

 

만약 20대~30대의 나였다면 분명 갑갑하다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하루가 충만하고 재밌고 할 일이 많아 지루할 틈이 없다. 아니 하루가 모자라다.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소확행을 세 가지로 정리해봤다.

 

첫 번째는 공원을 계속 걸으면서 나날이 변해가는 나무들을 구경하고 가끔은 오늘의 착한 일인 쓰레기 줍기도 하면서 작은 숲을 체감하는 것이다. 날이 좋으면 햇빛의 따사로움을, 날이 흐리면 서늘한 상쾌함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매일 달라지는 날씨에 따라 풀과 나무들의 미세한 변화도 감지된다. 특히 아침 시간에는 새소리가 많이 들려서 좋다. 배경음 삼아 계속 걷다 보면 몸에서 땀도 나고 활기랄까 생명력이랄까 그런 것들이 내 세포 구석구석까지 깨우는 거 같다. 그런 걸 느끼는 게 참 좋다. 어쩌면 나한테 공원 산책은 무뎌진 감수성을 깨우고 글쓰기를 하게 만드는 원동력일 수도.
 
두 번째는 크리에이터 활동이다. 글이든 영상이든 내가 애써서 만드는 과정이 재밌다. 그러다 보니 하루가 모자라다. 현재까지는 돈을 벌지 못하는 크리에이터이긴 하지만 어느새 틱톡 팔로우가 천명이 넘었다. 유튜브도 꾸준히 업로드했더니 어느새 구독자 500명을 넘어섰다. 이런 속도로 가다 보면 조만간 구독자 천 명을 넘어 수익을 내는 유튜버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김칫국을 들이켜 보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극적인 변화를 체험하게 만든, 세 번째는 아침 루틴을 통해 만들어진 좋은 습관이다. 글쓰기, 영어회화, 책 읽기, 매일 운동(걷기) 등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아 자꾸 미뤄지던 것들을 작은 목표로 쪼개 루틴으로 실행했고 이런 소소한 성공경험을 반복하고 있다. 어쩌면 한 때 우울의 늪에서 허우적 대던 무기력증을 탈출하게 만든 특효약이 루틴일 수도.

 

아침에 일어나 따뜻한 차 한잔 마시기, 아침(감사) 일기 쓰기, 아침식사 꼭 하기, 10분 영어회화 및 독서하기, 하루 두 번 아침저녁 공원에 나와 걷기 등등 중요한 일을 오전에 루틴으로 정해 실행하다 보니 시간에 쫓기지 않고 규칙적인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매일 스트레칭과 걷기, 식사나 식수, 체중관리에 신경 쓴 결과 살도 빠지고 건강해졌다.(꽉 끼던 옷이 맞았을 때의 짜릿함이란.)

 

작은 단위의 실행계획들로 이루어진 아침 루틴은 오전 중 1~2시간 내에 끝나기 때문에 부담 없이 매일 반복이 가능했다. 마음만 먹으면 2~3주 내에 좋은 습관 루틴을 만들 수 있게 됐다.


아침 글쓰기가 꾸준히 쌓여 블로그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고 1년 가까이 축적된 글들로 브런치 작가도 됐다.

 

또한 심심해서 시작한 덕질에서 끝나지 않고 영상편집에 재미 들려 만든 영상들을 유튜브나 틱톡에 올리면서 유튜버, 틱톡커로서 조금씩 자리를 잡은 게 사실이다.

 

세 가지 소확행이 이룬 가장 큰 효과는 무엇보다 즐거운 내 마음 상태다. 무언가 새로운 걸 만들어내는 게 즐겁고 뿌듯하다. 물론 여전히 질이나 양에 있어서 부족한 부분이 훨씬 더 크게 느껴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목표로 한 '매일매일 빠짐없이 꾸준히 한다'는 것만큼은 잘 지켜나가고 있기에 충분히 만족스럽다. 애쓴 나에게 셀프 칭찬을 해주고 싶다.

 

이런 작은 성공들이 쌓여 성취감이 커진 만큼 더 열심히 노력하는 동기가 되었다. 해보기 전에는 막연한 걱정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발목을 잡았다.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불신이 컸는데 막상 부딪쳐 하나하나 실행하는 동안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포기하지 않는 내성을 길렀고 조금씩 수정하고 고치는 과정을 거쳐 성장했다. 꾸준히 시도한 결과가 눈에 보이고 돈 주고도 못 얻을 경험이 쌓이면서 단 1%라도 실력이 늘고 자신감이 붙고 그렇게 발전하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앞으로 가야 할 길은 멀지만 일단 해보니까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됐다. 직접 체험하고 체득했기에 가능했다. 이게 진짜 내가 얻은 가장 큰 성과가 아닌가 싶다.

 

무엇보다 정말 재밌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내가 재밌어서 더 잘하고 싶고 더 집중해서 하는 거다.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은 항상 있지만 과도한 목표를 세워 좌절하는 것을 가장 경계한다. 할 수 있는 만큼 계속해 나가다 보면 내가 원하는 바를 하나씩 이루어 나갈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MBTI 성격유형이 ENFP(외향 직관 감정 인식형)라서 특히 외향적 성격이 극단적으로 높았던, 예전의 나는 시간만 있으면 마냥 집 밖으로 돌아다녔다. 참여한 모임만 여러 개라 사람 만나고 여행하고 안되면 버스 타고 시내를 무작정 돌아다닐 정도였다. 과거 집 밖, 바깥세상에 관심이 많고 사람을 만나 에너지를 얻으려는 외향형 성격이 주도하였다면 최근의 난 확실히 E(외향)에서 I(내향)로 바뀐 게 맞다.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고 생각하는 시간이나 멍 때리는 시간이 즐겁다. 조용히 집에 머무르며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게 예전처럼 심심하거나 무료하지 않다. 하루 한 마디조차 안 해도 답답하지 않다. 내 속에서 들려오는 소리들을 일기장에 기록하며 나와 대화하는 시간이 즐겁다. 내 생각, 내부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집중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떠오르는 영감과 기억, 아이디어 등 한계 없이 형식 없이 떠오르는 모든 것들이 재밌다.


그런 것들을 곱씹고 또 글로 적어보고 그 아이디어들을 연결시키고 통합하고 또 재구성하고 이런 모든 과정들이 나를 이해하게 하고 과거의 경험과 상처 찌꺼기를 재해석하게 만든다. 그래서 글쓰기는 내게 치유적인 즐거움이다. 더불어 다양한 생각에서 비롯된 결과물들이 글과 영상으로 만들어지고 블로그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쌓이는 걸 지켜보며 뿌듯하고 뭔가 더 해내고 싶다는 의지도 불타오르는 것 같다.


그래서 요즘 나는 집순이로서 심플한 하루 일과를 보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매일 '나'라는 필터를 거친 창조물들을 생산한다. 눈에 보이진 않지만 머릿속과 마음의 차원을 뛰어넘는 다이내믹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매 순간 다채롭고 새롭고 재밌고 그러면서 물리적 한계를 벗어나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어떤 또 다른 차원으로 나아간다는 생각이 든다.

 

겉은 고요하지만 해저 깊이 해류가 요동치는 깊은 바닷속 같다.

 

조용한 시골 생활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미지수지만 어쨌든 지금 난 꽤 잘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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