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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사색 May 26. 2022

이 아무개의 쾌락 유희

댓글 보기의 중독성

돈도 안되고 그렇다고 엄청난 실력을 자랑하는 포트폴리오를 쌓는 것도 아닌 그저 그런 흔한 아무개 유튜버 틱톡커지만 무보수 크리에이터 생활을 계속 이어가는 데에 이유가 있다.


구독자 팔로워 댓글 보기가 그것이다. 특히 선플(착한 댓글)이라 얘기하는 칭찬이나 순수한 긍정 댓글이 가장 큰 보상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동전의 양면같이 빛과 어둠처럼 듣보잡 아무개에게도 악플이 달릴 수 있다. 광고 댓글은 귀여운 수준이다. 무플보다 악플이 났다고 하지만 말이 쉽지 실제론 상처가 크다. 


정말 도움이 되는 따끔한 조언에도 움찔한다. 내 정성과 마음을 몰라주는 것 같아 좀 서운할 뿐 무조건 악플이라 할 순 없다.


악플이라는 말 그대로 상관없는 딴지나 인신공격에 가까운 못된 댓글을 말하는 거다. 가끔 무플도 속상한데 악플이라도 하나 발견했을 땐 눈물 찔끔은 기본이고 심각한 내상을 입기도 한다.


혼자 동굴 속으로 들어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고민들로 악순환에 빠진다. 내가 무슨 영화를 얻겠다고 내 돈 시간 버려가며 헛수고인가 자조감이 들기도 하며 치명상을 입어 한동안 유체이탈을 겪기도 한다.


만약  영상이나 글에 유독 더 많은 공을 들였다면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뭐가 됐든 자기가 쓴 글이나 영상 등에 악플을 한 번도 안 받아본 사람은 아마도 없지 않을까?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면 진짜 만나서 그 비결을 전수받고 싶다.


더 이상 어리지 않기에 내 글과 영상이 마음에 안 드는 거지 나라는 인간 자체를 공격하려는 악의가 있는 건 아니라는 걸 모르지 않는다. 그럼에도 인간적으로 나와 내가 만든 것을 철저히 분리하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솔직히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속으로 피눈물 흘리기 마련이다. 겉으로 아무렇지 않은 척할 뿐이다. 어른스럽고 쿨한 적 하는 거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밑바닥을 내보이고 진짜 다 때려치우고 싶어질 테니까.


얘기하다 보면 끝이 없다.


다행인 건 악플보다 선플이 빈도든 양이든 훨씬 많다는 거다. 하긴 그러니까 그만두지 않고 계속할 수 있으리라.


몇 날 며칠 동안 끙끙 거리며 별 쇼를 다해서 완성한 글과 영상에 댓글 알림이 반짝반짝 빛날 때 그 기쁨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카페인과 각성제가 잔뜩 들어간 에너지 드링크 100개를 먹은 것만큼 도파민 분비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느낌이다. 한 마디로 끝내주게 기분 좋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누군가가 내 글과 영상에 좋아요(라이킷, 하트 등)를 눌러주고 귀찮음을 무릅쓰고 애써 댓글까지 남긴다는 것이 그저 놀랍고 신기할 따름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는 말처럼 절로 어깨춤이 나올 만큼 감사하고 행복하고 그동안의 모든 고생이 보상받는 느낌이다. 이루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황홀하다.


인기를 먹고사는 연예인이 이 맛에 중독되겠구나 간접적이나마 체감해 본다.


그래서일까? 나 역시 누군가의 선택(클릭해서 글이나 영상을 열어 보기)과 평가(하트나 댓글 남기기)를 매번 받는 입장이라 누군가의 글과 영상을 보면 조금 심하다 싶을 정도로 하트를 남발한다. 다만 댓글은 나도 남기기가 쉽지 않아서 더더욱 댓글을 발견하면 놀랍고 기쁘다.


관심과 인정, 사랑에 굶주린 관종이 될까 봐 걱정되지만 이 기쁨을 알게 된 이상 중독자처럼 끊기가 힘들다.


그래서 난 지금 이 순간에도 머리를 쥐어짜 내가며 글을 쓰고 고치고 침침한 눈 비벼가며 영상을 편집하기 위해 자료 찾고 붙이고 편집하고 음악과 효과를 바꿔가며 고치고 또 고쳐고 지긋지긋해질 때까지 붙잡고 늘어져서 무언가 또 만들어 내고 있다. 무한 반복이다.


단지 하나의 쾌락만 좇고 있다. 구독자와 팔로워의 댓글 반응에 일희일비하더라도 마약 같은 정신적 쾌감(만족감과 중독성)은 강력하다.


내 시간 에너지 돈 그 흔한 기회비용까지 무수히 많은 손해와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단 한 가지가 나를 움직이게 한다. 기꺼이 감수할 뿐만 아니라 할 수만 있다면 깨어있는 시간 중 최소한의 생명 유지 활동을 제외한 모두를 쏟아붓고 싶을 정도로.


재미난 건 시간이 흐르고 내성이 생기자 악플도 이젠 반갑다. 감당할 수 있을 만큼 단단해져서 일까. 어느 순간 무관심보다는 이렇게라도 의사 표현해주는 관심과 수고에 감사한 마음이 들어서 일지도.


어쨌거나 만약 이 글을 보고 있는 분들 중에 혹시라도 삶이 무료해서 자극이 필요한 경우라면 그 어떤 쾌락보다 효과 만점인 팬 만들기에 도전해 보라 권하고 싶다.


말이 거창하지 크리에이터라고 대단한 자격이나 조건도 필요 없다. 이미 단 한 사람으로서 유일무이한 존재로 당신만의 지나온 삶의 경험과 그로 인해 형성된 고유한 생각과 아이디어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냥 시작하면 된다. 나처럼 그저 그런 흔한 아무개 크리에이터부터 시작하면 된다.


단 한 명이라도 당신의 글과 영상에 공감해주고 가치를 알아주는 팬이 생긴다면 내가 계속 언급한 쾌락과 쾌감을 느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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