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절 거리두기가 일상화되면서 전 국민이 스마트폰을 보유한 '배달의 민족'답게 앱을 통해 음식을 시켜먹는 게 일상이 되었다.
나의 경우, 요리에 소질이 없어 음식을 해 먹기보다 사 먹는다 쪽이었는데 그마저도 전염병 시대 거리두기 방침에 따라 배달시켜 먹는다로 바뀌었다.
편안하고 안전한 집에서 근처 맛집 음식을 줄 서는 기다림 없이 전달받는 편리함에 모두가 쉽게 익숙해졌다. 국내 배달 앱 시장이 20조 원 규모로 급성장한 이유 중 하나다. 나 역시 그렇고. 물론 편리함엔 대가가 있다. 배달비를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경제적 손실 외에 여러 가지가.
앱을 열면 집 근처 배달 가능한 맛집 리스트만 수십 가지가 펼쳐진다. 배가 덜 고프면 리뷰까지 꼼꼼히 읽어보며 둘러보다 몇십 분이 흐를 만큼 리스트와 정보가 넘쳐난다. 허기가 결정장애를 이길 때쯤 메뉴를 정해 배달비 포함 음식값까지 결제하고 나면 얼마의 시간 후 눈앞에 실제 음식이 온기를 품고 도착해 있다. 직접 사람들을 대면하지 않으니 전염병 걸릴 걱정도 없고 쓸데없는 에너지 소비도 없고 시간도 절약된다. 참 편하다. 다만 좀 차갑다. 물론 매장 내 식사라면 만들어지자 마자 먹을 수 있어 좋겠지만 배달하는 시간 동안 음식을 보온해도 어느 정도 식어서 오는 것을 피할 수 없다. 그 정도는 당연히 감수할 일.
헌데 아쉬운 건 음식의 온도가 아니다. 언택트여서 편리하고 좋은 만큼 사람 냄새나는 정이나 교류가 희미해져 간다는 것이다. 서운함, 아쉬움이랄까? 며칠 전 경험으로 더 크게 다가왔다.
최근 혼자 식사를 해야 할 때 배달 앱을 통해 혼밥할 때 부담 없는 메뉴 '수제버거'를 종종 시켜 먹었다. 그중에 거리도 가까워 덜 식고 맛도 만족스러운 단골집을 발견한 이후 '햄버거' 메뉴는 오직 그 집만 원픽이었다.
그런데 며칠 전 정말 아무것도 아닌 사소한 일로 단골집 리스트에서 삭제시켰다. 나만 아쉬울 수도 있겠으나 다시 그곳에 음식을 주문할 일은 없을 것 같다.
사정은 이렇다. 여러 번 시켜 먹었던 단골집이라 기존 구매 내역이 있어 그대로 주문하려는데 주문이 되지 않아 살펴보니 기본 주문금액이 올라가 있었다. 이런 일은 빈번한 일이니 그러려니 하고 기본 주문금액을 맞추기 위해 적당한 가격에 추가 메뉴로 '코울슬로'를 시켰다. 기다리길 잠시 평소처럼 30분이 안 되어 배달이 되었고 여전히 온기가 있는 햄버거와 사이드 메뉴로 브로콜리, 코울슬로가 왔다. 다만 의아했던 건, 브로콜리와 코울슬로의 포장 용기 사이즈가 달랐다는 점이었다. 예전에도 코울슬로 메뉴를 시켰던 적이 있는데 배달된 브로콜리와 같은 용기에 가득 담겨 왔었기에 더욱 의아스러웠다. 함께 온 브로콜리 용기는 그대로인데 코울슬로만 소스통만큼 작은 사이즈로 왔던 것이다. 아마도 추가 구매인 줄 모르고 서비스용으로 보낸 것이 아닌가 싶었다. 그 정도 착오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흔한 일이니 그러려니 하고 일단 매장에 연락했다. 처음 전화를 걸 때는 배달 사고에 대해 알리고 적당한 사과 등을 기대했다. 자주 이용하는 단골집이니 만큼 나 아닌 다른 고객에게 이런 실수가 또 없었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다.
그런데 전화를 받은 직원이 내 얘기를 듣고 절대 그럴 일이 없으니 고객의 착각이라며 양이 적어 불만이면 환불해주겠다는 말만 반복하였다. 끝까지 사과는 없었다. 물론 바쁘니까 전화통화를 빨리 끊고자 하는 상황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 흔한 형식적 사과 한마디 없이 무조건 고객의 착각으로 몰고 가며 환불받고 끝내라 하는 직원의 말투와 태도에 상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상당히 불쾌했다.
평소라면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일을 굳이 귀찮게 전화까지 한 건 분명 선의였다. 성의 없는 리뷰로 남기는 것보다 도움이 되리라 믿었기 때문이다. 주문 음식에 대해 정량을 제공받지 못한 사소한 실수에 대해 리뷰를 써서 흔적을 남기기보다 후에 재주문시 제공받아도 될 일. 나 혼자 단골집이라고 친근하게 느끼고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 전화까지 하면서 기대했던 건 단순히 코울슬로 음식값 환불이 아니었다. 그저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하면 그만이었다. 빈말이라도 재발 방지 약속(?)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랬으면 그저 작은 해프닝으로 끝나고 말 일이었다. 내 딴엔 이런 실수가 잦아지면 신용을 잃게 되고 가게가 장사가 안돼 문 닫을까 봐, 그래서 최애 단골집을 잃을까 걱정되었다고 한다면 지나친 오지랖이었을까?
만약 매장 내 식사였다면 애초에 그런 일이 없을 수도 있겠다. 곧장 종업원에게 알리고 정량의 음식을 제공받고 웃으며 끝날 일.
언택트 시대가 가져다준 편리함 뒤에 직접 얼굴을 대면할 수 없어서 벌어지는 일들 중 하나 이리라.
흔하게 일어날 수 있는 사소한 일이었음에도 형식적 사과는커녕 고객의 착각이라고 끝까지 우기는, 더 큰 잘못으로 악화시켰고 나의 신의를 잃었다. 그들은 단골고객을 잃었고 나는 단골 음식점을 잃었다. 부디 나의 사례에서 끝나길 바랄 뿐이다.
왜냐하면 앱에는 그 가게를 대체할 수많은 가게가 고객들의 단골 리스트에 오르길 줄 서서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매일 신규 입점되는 수까지 포함해 대기줄은 계속 늘어나는 중일 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