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어족이 꿈이라는 어느 분과의 대화.
"그래서 파이어를 하려면 돈이 어느 정도 있어야 하는 건가요?"
"내가 계산을 해봤는데... 일단은 한 30억 정도? 있어야 되겠더라고요."
"30억이라...."
"한 달에 5백 정도 쓴다고 가정을 하면 1년에 6천인데 여행 한번 다녀온다고 가정하고 이것저것 여유비 계산하면 1년에 7천. 50에 퇴사해서 80까지 30년 계산하면 21억이고, 여기서 30년을 더 살 수도 있으니까 90이라고 가정해서 40년 계산하면 28억. 거기다 나이 들면 이런저런 병원비가 더 들 수 있으니 적어도 30억은 되야죠."
"30억...이라는 거죠.... 집을 팔아도 30억은 당연히 안 나오고... 퇴직금에 이것저것 모아둔 돈을 다 끌어모아도 부족하네.. 흠..."
"근데 그건 내 이야기고... 자기는 애가 있잖아..."
"헉......."
그럼 난 저기다 애 학비랑 결혼 자금이랑 거기까지 가기 전에도 이미 각종 학원비며 용돈들이 더 필요하단 이야기구나.
어이구. 파이어는커녕 성냥불도 못 켜겠네.
매일매일 은퇴하는 날만 기다리고 있는데... 그게 금방 오지는 않겠네.
그저 소소하게 하루하루 밥 먹고 사는데 문제없음에 만족하고 살았는데 이 이야기를 듣고 보니 앞날이 영 불안하다.
은퇴하면 지금보다 조금 더 집값 싼 곳으로 내려가서 친한 작가님들이랑 근처에 살면서 동네 마실이나 다니고 같이 책 읽고 글 쓰면서 소일하며 살고 싶었는데 지금 거기까지 가는 길이 만만치 않다는 걸 깨닫고 자못 의기소침해졌다.
이런저런 생각을 했더니 머리가 아프다.
그럼 좀 자야지.
평소에 꿈을 잘 안 꾸지만 오늘은 꿈을 꿀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꿈속에서 숫자 6개만 좀.... 볼 수 있기를.
앞으로 잠을 좀 많이 자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