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 어디까지 들어봤니
"ㄴㅇㄷㄱㅆ256ㅠ&&^ㄴ"
"###@닢ㅎ허ㅗ^ㅌxSW"
이것은 컴퓨터의 오타가 아닙니다.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 들어보는 욕의 완곡한 표현입니다.
그렇다.
내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욕은 욕이 아니었다.
나의 첫 직장. 건설회사.
내가 속했던 팀은 해외사업팀이었고 이 팀은 크게 토목공사 사업부 소속이었으며 같은 사업부의 옆팀은 각종 공사 관련 민원처리를 담당하는 팀이었다.
그 당시 자리배치는 같은 팀끼리는 파티션이 없고 팀과 팀 사이에는 파티션이 가로막혀 있었다. 하지만 그 파티션이라는 것이 그저 일어섰을 때 허리 조금 위로 오는 정도일 뿐이었으니 내 맞은편 책상에 앉아있는 분과는 그저 칸막이 하나를 두고 얼굴을 마주 보고 있는 형국이었고 당연히 각자의 전화통화 소리는 매우 잘 들리는 상황이었다.
사무실에 출근한 이후 알게 되었다.
내 자리가 민원전화를 상대하는 그 분과 가장 근거리에 있는 자리이며 하루에 어김없이 한번 이상씩 열띤 전화통화를 내 의지와 상관없이 듣게 되었다는 것을.
처음엔 그냥 좀 시끄러웠다.
그 뒤엔 좀 놀라웠다.
오, 세상에 이런 욕도 있었구나.
저분은 민원인과 저런 욕 배틀을 하면서도 주저함이 없구나.
이 사무실 분들은 이런 상황 속에서도 아무것도 안 들리는 것처럼 각자 할 일을 하는구나.
어찌 보면 무섭거나 기분이 나쁠 만도 한데 너무나 큰소리로 당당하게 싸우는 소리를 듣자 하니 그 담당직원은 이 방면으로 경지에 이른 수준이 아닌가 싶었다.
그분은 평소에는 너무나 조용한 분이어서 사실 나와는 인사 외에는 해본 적이 없다. 다른 누군가와 큰 소리로 이야기를 하는 것도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전화만 받으면 다른 사람처럼 매번 새로운 욕을 쏟아내곤 했다. 평소에 얼마나 더 신박한 욕을 할 수 있을까 연구하는 사람처럼 매번 새로운 표현들이 쏟아졌다. 창의성 점수를 준다면 백점 만점에 백십 점은 줘야 할 정도였다.
사회초년생 시절, 그분 덕분에 나는 그 어떤 말을 들어도 초연히 대처할 수 있는 스킬을 저절로 쌓게 되었으니 지금은 얼굴도 잘 기억나지 않는 그분께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그 후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나는 그분보다 더 유려한 욕의 향연을 내뱉는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다.
아쉬운 것은 그 욕들이 지금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쓰는 사람이 될 줄 알았다면 그때 들은 내용들을 좀 적어놓는 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