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트윈플레임 Dec 05. 2022

나는 '프로시작러' 입니다.

시작, 그 아름답고 두근거리는 한 마디

뭔가를 시작해볼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뭔가를 시작하는 건 아니다.


그 순간은 갑자기 다가온다. 스파크가 튀는 것처럼.

티브이를 보거나 다른 사람 이야기를 들을 때 오기도 하고 길 가다 재미있는 간판을 볼 때 오기도 한다.

그냥 온다. 주기적으로.


그 주기라는 것은 보통 3개월이다.

내가 세봤는데 길기도 하고 짧기도 하지만 대략 그 정도이다.

그 말은 즉 시작한 일을 끝내는 기간도 그 정도라는 뜻이다.

사실 끝내는 데 걸리는 시간은 더 짧은 경우도 많다. 한 달 정도.


집에는 각종 취미생활과 수업으로 인한 용품들이 넘쳐난다.

스포츠 댄스화, 피부미용사 시험 준비할 때 샀던 화장품들, 인라인 스케이트, 사놓고 펼쳐보지도 않은 공인중개사 문제집, 한 번도 안 쓴 수영 귀마개 등.

종류도 내용도 일관되지 않고 제각각이다.


나도 남들이 취미를 물어보면 뭔가 그럴듯한 답변을 내놓고 싶은데 실상은 그 어느 것도 제대로 하는 것이 없다.


나는 왜 이렇게 자꾸 뭔가를 시도할까?


굳이 이유를 찾자면, 시작이 주는 그 흥분, 두근거림, 가슴설렘을 사랑한다.

가슴이 뛴다, 콩닥콩닥.


한때 윈도우즈를 시작할 때마다 이런 메시지가 떴었다. - 새로운 시작

그 순간을 얼마나 사랑했던가. 빌 게이츠는 역시 천재다.




나의 이 시작의 역사는 성인이 되어서 본격적으로 나타난 것 같다.

자꾸 뭔가를 하다 보니 결혼 전 남자 친구일 때 남편은 나에게 포기한 듯한 말투로 이렇게 말했다.

"다 좋아. 그냥 경찰서만 가지 마."

약간 질린다는 표정을 지은 것도 같지만 나는 오히려 그 말이 나의 이 모든 시도를 인정한다는 말로 들렸다.

'아싸, 나 진짜 다 해버릴 거야.'

그 뒤로도 쭈욱 계속되었다.

가야금, 복싱, 중국어, 심지어 유행이었던 미라클 모닝, 미니멀 라이프도 따라 해 보고 MBTI 전문가 과정도 찾아들었다.


나도 궁금하다.

내 관심의 끝은 어디인지.


그게 어디든 가보자!



이미지 출처 : Pixabay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