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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아 Oct 10. 2023

우리, 학교갈 수 있을까?

 초등학교 가기가 이렇게 힘든것이라니

  우리나라 나이 일곱 살은, 내년에 학교에 갈 준비를 하는 중요한 나이다. 요새 일곱 살들은 우리 때와는 달리 학교에 들어가기 전 꽤 많은 것들을 배우고 들어가는 것 같다. 가볍게는 한글과 숫자를 떼고, 예체능 시간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미술과 악기, 체육을 '배운다'. 한발 더 나아가 발레나 수영 등 취미를 익히기도 하고 심지어 어느 유치원에서는 코딩 수업도 있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개발자인 내 친구는 아들 유치원에서 보내온 가정통신문에 적힌 학습목표를 보고, 마치 본인의 대학시절 레포트 주제를 보는 것 같았다며 놀라워했다. 유치원에 다니는지, 어린이집에 다니는지부터 아이들이 나누어지는 것 같아 보고 있으면 조금 씁쓸하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도 사실 나에겐 '그렇다더라' 하는 이야기일 뿐이다. 우리 비단이에게는 애초에 허락되지도, 알 필요도 없는 세상의 이야기니까. 아직 말도 못하고, 기저귀도 떼지 못한 아이에게 무슨 발레며 코딩이란 말인가. 우리 비단이가 갈 길은 정해져 있지만, 그 길을 가기가 참으로 쉽지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는, 특수학교로의 입학(희망)기이다. 우리, 학교 갈 수 있을까 비단아?




  입학 확정기가 아닌 희망기인 이유는, 아직 우리 비단이가 특수학교로의 입학을 허가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개 겨울에 집에서 가장 가까운 학교로의 취학통지서를 받고 기쁜 마음으로 책가방이며 공책을 사러 다니는 일반적인 초등학교 입학 과정과는 매우 많이 다른, 우리 아이들만의 이야기.

  장애아이들에게 이 당연한 공교육의 혜택이 얼마나 어려운지, 나는 이번에 준비하며 처음 알았다. 장애가 있어도, 최소한의 배움의 기회는 보장되는 줄 알았다. 나의 고민은 애초에 시작부터 잘못된 것이었다. 나는 '우리 아이가 학교에 가서 잘 할 수 있을까?' '올해 학교에 보내는 게 맞을까? 유예(정해진 연령보다 학교를 늦게 가는 것)하는게 현실적으로 옳지 않나?' 하는 고민을 올해 초부터 지속적으로 해왔다. 그런데 5월쯤, 비단이의 담임선생님이 나를 불러 심각하게 물으셨다.


"어머니, 비단이는 특수학교를 고민하시나요, 아니면 일반학교를 고려하시나요? 주말까지 말씀 부탁드려요."

"네? 선생님 저는 아직 학교에 보낼지의 여부도 결정을 못했어요."

"어머니, 사실은 장애아이들은 학교를 갈 지에 대해 고민하실 게 아니라... 받아주면 감사합니다 하고 가야 되는게 현실이에요. 아버님과 의논해보세요."


  나는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니, 아직 학교 보낼지도 고민중인데 이게 무슨 이야기지? 선생님은 단호했다. "비단이는 제가 보기에 특수학교에 가는게 맞을 것 같은데, 특수학교에 입학하려면 일단 장애등급을 높게 받아두시는 게 유리해요. 장애등록은 하셨나요?" 나는 그때까지도 장애등록을 차일피일 등록을 미루고 있었다. 별것도 아닌데, 싶으면서도 아이의 첫 신분증을 장애인등록증(복지카드)으로 만드는 것이 영 손이 떨어지지 않던 참이었다. 그런데 이런 내 고민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일이었다.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고, 장애등록을 신청하고, 주민센터를 통해 접수하고 최종 승인을 받는 데까지는 넉넉잡아 두 달은 소요된다고 했다. 올해의 특수학교 접수는 여름 한 번으로 끝나기에 여름 전에 모든 절차를 마치려면 당장 움직여도 시간이 없었다.

  고민은 나중에 다시 하자. 비단이가 다니던 소아정신과에 서둘러 접수를 했다. 장애검사는 대략 한시간에서 두시간 정도 소요되고, 각종 서류를 발급받는 비용은 40만원 정도 든다고 했다. 아직 '엄마'도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아이를 데리고 무쓸모한 각종 인지검사를 하고 장애인임을 입증하기 위해 몇십만원의 서류비를 내야한다는 것도 속상했지만 방법이 없었다. 선생님께 부탁드렸다. "선생님, 무조건 세게요. 장애등록 높게 받을 수 있게 최대한 나쁘게 써주세요." "어머니, 비단이는 안그래도 지능이 낮고 무발화에 가까워서 아마 최하 등급으로 나가긴 할거에요..." "네, 압니다. 선생님이 써주시는 진단서와 각종 서류에 무조건 특수교육 꼭 받아야 된다고 써주세요. 우리 비단이 학교는 가야 하잖아요. 요새 코로나키즈다 뭐다 해서 경쟁이 너무 치열하대요. 얼마전 이슈때문에 고민하던 엄마들이 죄다 특수학교를 쓴다는데, 뭐라도 유리해야 하잖아요." 선생님은 내 고민을 공감해주었고 정말 '최대치로' 나쁜 상태를 적어주셨다. 다행히 내가 낸 각종 서류들에 힘입어 재심 없이 한 방에 중증 자폐성장애를 확정받을 수 있었다. 요새는 등급으로 나오지는 않고 중증과 경증으로만 나뉘지만, 혜택을 확인해보면 대강 몇 급인지를 알 수 있다. 비단이는 장애인주차증이 나오고 장애연금이 보장되는, 최소 2급 이상의 장애등급을 인정받았다. 아이의 장애등급이 높게 나와서 안심하고 좋아하고 있는 내 스스로에게 너무나 현타가 밀려왔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일단 아이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원은 최대치로 받아주는게 부모의 도리이니, 아이를 위한 선택이라고 생각해야 했다.

  이제 남은 것은 특수교육대상자, 일명 '특교자' 신청과 초등학교 입학신청을 위해 교육청에 가야 할 순서가 남았다.


  



  지역마다 상황은 비슷하겠지만,내가 사는 지역에는 특수학교는 무척 적고 그곳에 가고자 하는 아이들은 넘쳐났다. 경증부터 중증까지, 다양한 아이들이 각자의 이유로 특수학교로의 진학을 희망했다. 특수학교는 주거지로부터의 근거리, 장애정도 여부에 따라 서류를 심사하여 입학 허가를 낸다. 내가 살고 있는 B지역은 A지역과 B지역의 경계선인데, B지역의 특수학교까지는 편도 15km정도의 거리다. A지역의 학교는 6km가량 된다. 상식적으로 비단이는 당연히 A학교의 입학을 허가받아야 옳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가 않았다. 배정기준은 그렇다 할지라도, 실제로 타 지역구의 아이가 입학을 허가받기란 정말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다. 학교 담장밑에 비닐하우스라도 지어서 살아야 입학 허가를 받는다는 말이 농담이 아닌 것 같았다. 이제 와서 이사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최대한 서류심사를 어필해야만 했다. 교육청에 가니, 내게 서류를 한 장 주었다. 서류에는 우리아이가 왜 특교자가 되어야 하고, 특수학교로 입학해야 하는지를 부모의 입장에서 기재하는 칸이 있었다. 한마디로, '우리아이는 이렇게 장애가 심하니, 꼭 뽑혀야 합니다.'를 작문해야 하는 상황. 한 자 한 자 적는데 왜인지 눈물이 자꾸 났다. 아니, 아이가 연령이 되어서 학교에 가야 하는데, 내 아이가 이렇게나 바보같으니 제발 꼭 뽑아주세요 하고 '픽미 픽미'를 외쳐야 하는 거야? 장애인인 것도 서러운데? 교육청 직원은 나를 물끄러미 보며 다 안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머니, 최대한 자세히 쓰시는게 좋아요. 그래야 확률이 조금이라도 높아져요." 그래, 내가 지금 감상에 빠질 때가 아니다. 정신차려야 한다. 나는 최선을 다해 서류 백일장을 마치고, 비단이의 담임선생님과 주치의 선생님 두 분의 의견서까지 가능한 모든 서류를 받아냈다. 서류가 많으면 한 번이라도 눈길이 더 가지 않을까? 간절한 마음으로 서류를 냈다.

  며칠 뒤, 교육청에서 전화가 왔다. "저, 어머니. 이번에 A지역에도 특수학교 신청자가 너무 포화상태라.. 타 지역 학생들은 수용이 어려울 것 같다고 하긴 하는데.. 일반학교는 안쓰셔도 괜찮으시겠어요?"

  나는 3지망까지 모두 특수학교만 지원했었다. 일반학교는 애초에 고려할 수가 없었다. 아직 말도 못하고, 대소변도 못가리는 우리 아이가 대체 일반 학교에서 어떻게 수업을 받고 앉아있는단 말인가. 사실상 올해 특수학교를 모두 낙방한다면 비단이는 강제로 1년을 유예해야 한다. 지금 다니고 있는 전담어린이집에도 계속 다닐 수 있을지 보장이 없다. 이번에 안 사실인데, 제 나이때 입학을 못하고 유예를 하면 다음 해 심사 때 우선순위에서 밀린다고 한다. 올해 이렇게 준비를 해도 못간다면, 사실상 이후에는 이사를 감행하지 않는 한 비단이에게 기회가 오기는 불가능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A학교는 너무 비싼 동네에 위치해 있고, 우리는 그 곳에서 살 만한 경제적 여력이 없다. 올해 학교를 떨어지면 어떻게 해야 할까. 솔직히 대처방법은 없다. 최소한의 학습권 같은 것은 일반적인 아이들이나 경증의 장애를 지닌 친구들에게나 해당되는 말 같다. 우리 비단이처럼 장애가 중한 친구들은 정말 한 줌의 먼지만도 못한 존재였다. 아무도, 우리 아이의 입학과 이후의 삶에 대해 걱정하지 않았다. 이제 결과 발표는 일주일 정도 남았는데, 하루하루 피가 마르는 기분이다.



  비단아, 우리 학교 갈 수 있을까?

  이주 전쯤 교육청 담당자분이 아이를 보러 어린이집에 방문하셨다고 한다. 서류상에 기재된 내용들이 진짜인지, 아이를 직접 보고 확인하는 일명 '면접' 절차인 셈이다. 비단이는 그날 어떻게 하고 왔을까. 나는 비단이가 어떻게 평가받았는지 모른다. 다만, 비단이가 '픽미'를 잘 외쳐주었기를 간절히 바랄 뿐. 제발, 우리 비단이좀 뽑아주세요. 나야말로 피켓이라도 들고 교문에서 외치고 싶다. "픽미픽미 픽미 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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