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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아 Oct 19. 2023

제 아이가, 자폐인 것 같다고요?

선생님, 뭔가 착오가 있는 것 같아요. 

  내 첫 아들. 귀하디 귀하게 키운 우리 비단이. 자라는 내내 유달리 예민하고 까탈스러웠지만, 언제나 사랑스럽게 웃어주고 사람을 좋아하고 안기는 것을 제일 좋아하는 우리 비단이. 이 작고 조그마한 아이에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비단이는 18개월 무렵부터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했다. 비단이가 다닌지 삼개월 쯤 되었을 무렵, 어린이집의 학부모 상담이 있었고 나는 기대 반 걱정 반의 마음으로 원에 도착했다. 긴장한 얼굴의 담임선생님은 어딘가 얼굴이 어두워 보였다. 비단이가 말을 많이 안 듣나? 하긴 집에서도 말 잘 듣는 아이는 아니지. 나는 웃으며 물었다. "선생님, 우리 비단이가 말을 잘 안듣죠? 친구들이랑도 영 서먹하고요. 제가 붙임성 있는 성격이 못되서 그런지 아이가 좀 내성적이고 별나네요. 하하." 선생님은 분위기를 풀어보려는 나의 말에도 함께 따라 웃지 않았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어머니, 비단이 데리고 병원에 한 번 가보시는게 어떨까요? 제 생각에는 비단이가 자폐증상이 있는 것 같습니다만..."


  뭐라고? 자폐? 지금, 내 아이가 장애가 있다고 말하고 있는건가? 

  순간 말문이 탁 막히고 말았다. 어떻게 대화를 끝내고 온 건지도 잘 모르겠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내내 눈앞이 캄캄했다. 비단이가 조금 특이하다고는 생각했지만, 자폐일지도 모른다고? 그 때까지도 내 머릿속에 있는 자폐아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말아톤'의 조승우 정도였다. 정말이지 나는 '장애' 라는 영역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고, 더 솔직히는 자폐가 뭔지도 정확히 모르고 있었다. 아이 하나 키우는 것도 힘들어 죽겠는데, 내 아이가 장애인일지도 모른다고? 그럼 우리 비단이는 어떻게 되는 거지? 나는? 내 삶은? 우리 가족은? 머리가 어지러웠다. 부정하고 싶었지만, 수많은 아이들을 가르치고 지도해온 선생님이 어렵게 꺼냈을 이야기를 차마 외면하기가 어려웠다. 남편에게는 뭐라고 이야기해야 하나, 아니 당장 아이를 어떻게 봐야 하지? 양쪽 다리에 물 젖은 모래주머니를 달고 언덕을 기어오르는 심정으로 집에 돌아왔다. 밤이 되었지만, 나는 한숨도 잘 수 없었다. 잠든 아이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로, 아빠 품에서 자고 있는 작고 여린 내 아이. 새근새근 자는 아이의 볼에 손가락을 대어보았다. 통통한 볼살이 기척을 느끼고 씰룩댔다. 이렇게 예쁜 내 아이를, 평생 아픈 아이로 천대받게 살게 할 수는 없다. 나는 벌떡 일어났다. 좀 더 확실하게 아이에 대해 면밀히 관찰하고, 대책을 찾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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