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모든 맛 0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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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 크림수프

by 조곽곽 Jan 27. 2025


감자 크림수프


음식이 더 맛있어지는 냄비가 있다.

덜그럭 오래된 나의 갈색 냄비.

이만큼 마음에 드는 걸 또 찾을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이걸로 음식을 한다.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지냈다.

생각과 감정을 나눌 기회가 많지 않았고

무엇이든 운 좋게 곧잘 해결하며 살았다.

가끔은 좀 기대어 보고도 싶었다.


감자 크림수프를 처음 맛본 날,

포슬포슬한 그 사람과 처음 만났다.

적당히 으깨 넣은 알과 녹진한 수프 같은.

맵찔이가 해장하기 좋겠다며 퍽 웃었다.


그 뒤로 매일 아침은 크림수프였다.

눈을 뜨면 내 기분이 좋길 바라던 눈빛,

느끼하지만 좋은 향으로 채워주던 말투.

그 사람은 꽤 오랜 시간 수프를 끓여주었다.


오래된 것은 미련 없이 버리기로 한다.

여태껏 혼자 잘 살았으니 또 괜찮아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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