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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하 Oct 24. 2021

감각과 단어의 연결

1-7 살아있는 외국어 공부, 살아있는 언어 접하기

어떤 대화 매체 부교재도 내가 좋아하고 즐길 수 있고, 어학 학습에 동기 부여가 되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초급일 경우에는 처음부터 원어를 알아듣기에는 어려움이 많이 따르기 때문에 자막을 통해서 내용을 알고 있거나 더빙을 봤거나 하는 작품이 좋습니다. 등장인물들이 이미 어떤 말을 하는지 알면서 그것을 외국어로 듣고 접하면서 ‘아, 저런 말을 할 때 저렇게 외국어로 표현하는구나.’ 혹은 나아가서 ‘이 번역자는 저러한 외국어 표현을 이런 식으로 번역했구나. 저 부분의 의미 전달이 된 걸까? 의역이네? 외국어 자체로는 저 대사가 저런 대사였구나.’등을 느끼며 보는 것과 나오는 말을 50%도 이해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외국어 원어 대화를 감상만 하는 것은 크게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 선택하는 부교재는 내가 알고 있는 작품이 좋습니다. 닳고 닳게 보고 좋아해서 굳이 자막을 켜지 않더라도 등장인물들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의미를 외울 정도의 작품이면 더 좋습니다. 그러면 번역을 신경 쓰는 것이 아니라 외국어 자체에 더 몰입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글 자막을 함께 보는 것은 장, 단점이 있는데, 일본어 같이 어순이나 문장구조가 한국어와 유사점이 많은 외국어는,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조사나 단어가 어느 정도 서로 치환이 되는 경우가 있지만 유럽권의 알파벳을 사용하는 언어들은 아예 틀 자체가 다릅니다. 그래서 직접 그 언어를 듣고 그 언어를 이해하는 감각을 키우는 것은 한글 자막에 의존해서는 힘들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언어 학습에서 무자막이나 자막을 끄고 하는 학습 등을 추천하기도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처음에는 내용 파악을 위해서 한글 자막과 함께 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요즘은 크롬 브라우저에 넷플릭스 어학 플러그인을 설치하거나 하는 등 외국어 한국어 동시 자막을 볼 수 있게 도와주는 방법이나 프로그램도 늘었습니다. 왓챠 같은 업체에서는 일부 영상에 동시자막을 지원해주기도 합니다. 이러한 동시자막도 좋습니다.


영어는 자막이나 번역이 아니라 그 언어 자체의 감각을 키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그냥 영어 문장이 잘 들리지 않는다면 영어 자막과 함께 “아 저런 발음이 이런 글씨로 쓰이는구나.”하고 익히며 보는 것도 좋습니다. “이 글씨를 저렇게 발음하는구나.”가 아닙니다. 말했듯이 언어는 음성이 먼저 입니다. 음소 발음의 연결이 발음이 아니고 실제로 등장인물이 내뱉고 있는 톤, 어조, 발음, 연음, 강약, 감정표현, 상냥함의 정도 그 전체가 그 외국어 입니다. 


그러면서 함께 키워야 하는 감각은 그 언어권이 말하는 방식 자체에 대한 감각입니다. 영어의 have나 get처럼 대부분의 표현에 많이 이용되는 동사들은 한글로 ‘가지다’라거나 ‘가져오다’, ‘얻다’ 같은 식으로 번역 치환을 하면서 사용되는 것이 아닙니다. have가 쓰일 때의 느낌, get이 가진 어감, 그 뉘앙스를 실제로 그들이 어떻게 표현하고 언제 이런 동사를 쓰는지를 느끼면서 점점 익숙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내가 표현하고 싶은 한국어 문장을 만들고 그것을 영어로 번역해내는 것이 아니라, 어떤 감각에 도달했을 때 영어로 즉각적으로 have나 get등을 이용하며 문장 자체를 구성해나가는 힘이 필요합니다. 목적어를 뒤에 보내고 동사를 앞에 놓는 식으로 문장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영어를 말하는 그 순서대로 문장 전체와 표현이 덩어리로 학습이 되어야합니다. 저는 처음에 영어 공부를 하지 않는 채로 영어를 이용하는 커뮤니티에 거주했을 때, 어떤 동사를 사용해야 할지 몰라서 아예 말을 시작하지 못한 경우도 많습니다. 영어의 경우에는 동사가 앞쪽에 나오기 때문에 사용할 동사를 모르면 아예 문장 자체의 발화를 시작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모든 단어는 문장 속에서, 문장은 맥락과 상황 속에서 익혀야 합니다. 단어장으로 단어의 단편적인 번역 뜻을 외우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면서 나 스스로 그 언어의 어감과 감각을 키워가야 합니다. 내가 느끼는 이 감정은 beautiful에 가까울까, pretty에 가까울까, 나는 이런 상냥함을 표현하고 싶은데 그러면 어떤 어휘를 선택하는 것이 좀 더 상냥하게 들릴까, 나는 confused 하고 있나 puzzled 했나 같은, 단어 하나하나가 가진 맛, 다른 단어를 사용함으로서 달라지는 문장의 느낌 등을 세세히 익혀 가야 합니다. 단어와 예문을 나열한 단어장은 결코 이 감각을 키워주기 쉽지 않습니다. 그에 따른 화자의 상황, 감정, 어떻게 표현하고 싶은가 하는 의도 등이 생략되어있기 때문입니다. 언어는 이 감각을 익히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말에도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이 있습니다. 같은 의미를 가진 내용도 어떻게 표현하고 싶은가에 따라 어휘 선택이 다를 수 있고, 완전히 같은 문장도 어조에 따라서 전달하고자 하는 바나 의미가 달라집니다. 그래서 주인공이나 등장인물들의 상황, 감정, 말하고 싶어 하는 의도, 두 인물의 관계 등이 자연스럽게 설정되어서 나오는 영상 매체가 부교재로서 중요한 이유입니다. 이러한 감각을 단순히 정제된 어학테이프나 어학 책으로만 익히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표정, 말투, 몸짓 등 많은 비언어적 정보까지 고스란히 들어가는 드라마나 영화, 애니메이션 등의 영상 매체에서는 학습에 의해서나 분석과 생각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저 자연스럽고 즉각적으로 그 캐릭터의 감정이나 상태를 느끼고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상태와 그 캐릭터가 사용하는 말투와 어조, 발음, 어휘 등의 총체적인 정보가 동시에 같이 학습이 됩니다. 이러한 총체적인 살아있는 언어를 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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