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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하 Oct 24. 2021

애니메이션이 언어 학습에 좋은 도구가 될 수 있는 이유

1-9 살아있는 외국어 공부, 외국어로 사고하기

영화나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 등장인물들의 실제적인 대화가 나오는 매체가 뉴스나 다큐멘터리보다 살아있는 언어를 배우는 데 있어서 유용한 교재일 수 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러한 영상 부교재는 말했듯이 내가 가장 재미있게 볼 수 있고 좋아할 수 있는 작품이 가장 좋지만, 만약 애니메이션도 좋아한다면 애니메이션은 좋은 어학교재가 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먼저 애니메이션은 영화나 드라마처럼 촬영 시 녹음되는 것이 아니라 스튜디오에서 녹음이 됩니다. 그래서 자연적인 배경 소리나 잡음이 덜합니다. 나중에 익숙해지면 영화나 드라마의 대화도 잘 들을 수 있지만 애니메이션과는 차이가 납니다.


2. 성인이나 청소년층을 겨냥한 애니메이션도 있지만 많은 애니메이션이 저 연령을 대상으로 합니다. 그 말은, 아주 복잡하지 않은 어휘, 쉬운 어휘와 더 윤리적인 표현들이 의도적으로 쓰이는 경우도 많다는 것입니다. 복잡한 법률 드라마보다 아동용 애니메이션이 초급 상태에서는 접근하고 이해하기 더 쉬울 수 있습니다.


3. 이것은 디즈니나 영어 애니메이션보다 특히 일본 애니메이션에 이러한 경향이 짙은데, 등장인물이 속으로 생각하는 과정이나 독백이 굉장히 많이 나오는 편입니다. 일상 시트콤이나 영화, 드라마는 그러한 독백이 많은 편이 아닙니다. 그러나 많은 애니메이션들은 주인공이나 등장인물들이 자신의 내면을 독백으로 설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이 어학공부에 있어서 왜 좋은가 하면, 결국 어학 공부는 궁극적으로 “그 목표언어로 사고하는”과정을 배우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어로 생각하고 그것을 번역해서 외국어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생각 자체를 일본어나 영어로 하고, 그것을 입 밖으로 소리 내서 말하는가, 아니면 속으로 생각하는가, 자체만이 차이가 있게 되는 것입니다. 실제로 우리는 한국어를 그렇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속으로 사고를 할 때 한국어로 사고를 합니다. 그리고 그 사고 속에서 일부를 정제해서 말로 발화할지 그렇게 하지 않을지를 결정합니다. 혹은 글로 쓸 수도 있습니다. 글은 그냥 쓰는 순간에 생산되는 것이 아니라 사고 과정이 시각적으로 적혀진 것입니다. 한국어로 한 사고가 글로 옮겨지는 것입니다. 외국어를 언어로서 자유자재로 하는 단계에 들어가려면 그렇게 목표 언어로 사고하는 시간이 늘어야합니다. 그리고 애니메이션은 등장인물들이 목표 언어로 사고하는 과정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경우가 많아서, 속으로 사고하는 말투, 독백, 외국어 자체로 생각하는 법을 익히는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일상생활에서도 접하지 않는 부분입니다. 그 누구도 자신의 사고를 발화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네이티브라면 누구나 자신 안에서는 모국어로 사고하고 생각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이 단계가 필요합니다. 외국어 학습자라면 모국어로 사고한 것을 한 번 더 외국어로 번역하여 발화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 자체를 외국어로 하는 단계가 되었을 때 좀 더 언어로서 외국어 사용에 가까워지게 됩니다. 이것은 마치 꽃을 보고 어떤 뭉클한 것을 느끼면 그 뭉클함과 “pretty”라는 단어가 마음속에 저절로 연계 되어서 떠오르는 단계를 의미합니다. 나아가서는 외국어로 자연스럽게 꿈을 꾸게 되는 단계가 될 수도 있습니다.



4. 애니메이션이 가진 또 하나의 특징은 다른 외국어로 더빙을 해도 어색하지 않는 점입니다.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경우 다양한 언어로 더빙이 되어서 유통되고 있습니다. 이 말은 자신의 목표 외국어로 된 더빙을 구하기 용이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외화의 경우는 더빙을 하면 어색해집니다. 실제 연기를 한 배우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그 배우의 목소리를 흉내 내서 씌우는 것이기 때문에 완전히 자연스러울 수 없습니다. 그에 비해 아예 실제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 애니메이션의 경우에는 성우가 연기만 잘 하고 목소리가 캐릭터에만 맞는다면 더빙이 되어도 어색하지 않습니다. 물론 원어, 원작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반감이 들 수도 있고 원어로 봐야 살아나는 연출과 말투도 있습니다. 그러나 드물게 더빙이 더 잘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내가 봤던 작품을 다른 사람이 연기하는 새로운 목소리로 다시 듣는 것은 재미있고 신선한 경험을 주기도 합니다. 물론 이런 더빙 작품을 보는 경우에는 작품의 문화적 배경이 목표 외국어가 아니라 일본이나 미국 등 작품을 만든 곳으로 한정되다보니 작품 속에서 그 문화권의 풍습이나 습관 등 많은 문화적 요소까지 같이 배우고 익히기에는 무리가 따를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내가 이미 익숙하게 아는 작품을 다른 언어로 손쉽게 공부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습니다.   

  



물론 애니메이션의 단점도 존재합니다. 한정된 스튜디오 공간이다 보니 더 어색하거나 과장된 연기가 될 수도 있고, 특히 만화라는 장르적인 특성상 꾸며낸 말투나 과장된 말투, 연기 톤의 말투가 더 많을 수도 있습니다. 캐릭터에 따라서 개성을 강하게 하기 위해 특별한 말투를 쓰게 하거나 실제로 쓰이지 않는 어휘나 말투를 쓰는 경우도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아예 “애니메이션처럼” 발화를 하게 되면 이질감이 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애니메이션 안에는 충분히 살아있는 언어로서의 외국어가 들어있고, 애니메이션을 좋아하고 즐겨 볼 수 있다면, 좋은 어학 부교재가 될 요소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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