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하 Oct 24. 2021

네이티브 영어

2-3 살아있는 외국어 공부의 실제, 미국식 영어와 영국식 영어

제가 일본어 문장을 읽으면 그 발음의 정확성이나 자연스러움에 같이 학습하는 사람들이 많이 놀랐는데, 그것은 제가 이미 이전에 굉장히 많은 일본어에 노출이 되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이전에 영어 학습을 했을 때에는 소리 내어서 읽기나 말하기가 중시되지도 않았고 제 발음을 체크해주는 사람도 없었으며, 발음하는 법조차 모르는 단어도 많았고 교사의 발음이 네이티브의 그것과는 다른 경우도 많았으며 어학 학습 테이프도 상황과 말하는 이의 심정이 충분히 담긴 살아있는 언어가 아니라 정제된 녹음 자료였습니다. 저는 내가 어떻게 발음하면 그것이 올바른(네이티브에 가까운) 영어가 되는지 몰랐습니다. 물론 영어의 경우에는 ‘네이티브’라는 부분이 좀 더 복잡합니다. 영어는 세계 공용어로 쓰이고 있고,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나라는 영국, 미국, 호주, 캐나다 등이 있는데 각각의 나라의 발음 방법이나 쓰는 어휘 등이 각 문화권에 따라서 차이가 납니다.


일본어의 경우에도 당연히 지역별로 지역 방언이 있고 다양한 말투도 존재하지만 일단 우리나라처럼 수도인 도쿄에서 쓰이고 있는 말을 표준어로 삼고 있고 어학 학습자는 그 언어를 중심으로 배웁니다. 그것은 한국어도 마찬가지 입니다.


그러나 영어는 한국어나 일본어처럼 하나의 국가, 하나의 문화권을 중심으로 사용되는 언어가 아니기 때문에 ‘네이티브 발음’의 기준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이렇게 차이가 나는 이유는 영국에서 특정 지역의 말투가 강한 사람들이 미국으로 이전해서 그것이 미국 영어의 기초가 되었고, 미국은 다민족, 다문화 국가이기 때문에 다양한 문화가 섞이면서 그것이 지금 미국 영어의 토대가 되었습니다. 호주의 경우에는 당시 죄인들의 유배지로 쓰였기 때문에 강하고 독특한 말투와 표현이 남았다고 합니다. 캐나다는 영국과 미국 영어의 중간 정도의 느낌을 가지고 있는 듯합니다. 어떤 영어를 해도 영어권 국가의 영어이니 ‘네이티브에 가까운 영어’가 됩니다. 그러나 언어는 학습할 때 나의 모국어와 섞이고 간섭이 일어나기 때문에 여러 문화권의 영어를 동시에 익히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영어 교육은 미국 영어를 중심으로 편성되어 있는 경우가 많고, 유럽권 국가들은 영국 영어를 배우는 경우가 더 많은 듯합니다.


같은 영어라 하더라도 미국 영어와 영국 영어는 발음의 특징, 발화 방법, 거기서 풍겨져 나오는 문화적인 느낌 등이 다르기 때문에 한쪽 영어에 익숙해도 다른 영어를 처음 들으면 어색하게 느끼거나 알아듣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자잘한 표현 방법, 영어의 어휘가 다릅니다. 예를 들면 애호박을 미국에서는 zucchini, 영국에서는 courgette이라고 하며, 지하철도 미국에서는 subway, 영국에서는 tube라고 합니다. 영국에서는 줄을 설 때 queue를 사용하고 미국은 line을 사용합니다. 이러한 차이는 직접적으로 그 문화권에서 생활을 하면서 직접 체험을 하거나, 그 문화권의 사람과 교류를 하면서 실제적으로 느끼고 체험해보는 것이 막연히 글이나 책으로 익히는 것 보다 유리합니다. 말했듯이 책은 언어의 많은 부분을 담아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언어는 즉각적으로 느껴지는 정보, 비언어적인 영역에서 느낄 수 있는 정보가 크고 그 정보까지 아울러 중요합니다. 직접적으로 교류하거나 그 문화권을 경험해 볼 여건이 되지 않는다면 미국 드라마와 영국 드라마를 시청해보면서 조금이나마 그 차이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도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둘 다 알아서 각 문화권 사람과 교류할 때 그 문화권에 맞는 어휘나 표현, 발음을 사용할 수 있다면 더 좋을 수도 있지만 같은 영어이고 요즘은 국제 교류나 매체를 통한 교류가 활발하기 때문에 서로 미국식 영어를 하거나 영국식 영어를 해도 충분히 그 문화권의 언어로 이해하며 의사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에 두 가지 모두에 능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스스로 그 차이를 인식하고 영어를 듣고 접한다면 그 풍부한 영어의 세계가 더 재미있어 질 수도 있습니다. 한국은 아무래도 미국과의 교류가 더 활발하고 할리우드 영화의 영향도 있어서 미국 영어를 접하기에 더 유리한 환경에 있고 미국 영어 중심으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느낀 영국 영어와 미국 영어의 차이는, 이러한 느낌은 매우 주관적이어서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고 참고 용도지만, 두 국가의 문화적 차이가 드러나는 부분이기도 한데, 영국 영어는 특히 잉글랜드지역의 영어의 경우에는 (영국인은 자신을 British로 묶어서 칭하기보다 English, Walsh, Scottish, Irish로 칭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습니다.) 좀 더 strict(딱딱하고 엄격한 느낌)하고 감정 표현이 자제되며 고상하고, 미국식 영어는 좀 더 감정 표현이 풍부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정서 표현이 풍부한 한국인이 익히기 더 심정적으로 편한 느낌을 미국 영어에서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둘 다 접해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저는 현재는 어느 쪽도 아닌 콩글리시에 가까운 영어를 구사하고 있습니다. 저는 영어는 그 이전에 일본어처럼 네이티브의 발화 환경에 충분히 노출되면서 그 감각에 익숙해지는 과정을 거치지 못했고, 그 상태로 제가 영어를 발화하고 사용하기 시작한 환경이 영어권 국가가 아니라 프랑스에 존재하는, 영어 네이티브 발화자가 부재하거나 적은 국제 커뮤니티였기 때문인 영향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의 영어는 익숙하게 알고 있는 일본어 자체를 사용하고 있는 비중이 높은 일본어보다 훨씬 제가 창작해서 말을 하거나 문법에 어긋나는 말을 만들어 내거나 한국 표현을 번역해서 쓰는 경우가 많은 편입니다. 그런 습관이 조금은 고착화 되어서 완전히 칼을 대기는 어려운 상황에 있기도 해서, 거꾸로 어학 학습 초반의 네이티브 발화 환경 노출의 중요성을 실감하기도 합니다. 국제 커뮤니티에 거주했기 때문에 영어로 의사소통은 가능한 편이지만 올바른(네이티브에 가까운) 영어를 잘 구사하지는 못하는 편입니다.



이전 12화 연극이 언어에 도움이 되는 이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