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 살아있는 외국어 공부의 고급단계, 국제 커뮤니티 거주의 장단점
저는 체계적으로 대화문을 통한 기본 교재를 통 암기하며 단계적으로 익혀나갔던 일본어와 다르게 영어의 경우는 그 단계를 거치지는 못했습니다. 그래서 일본어보다도 베이스가 되는 기본 문장의 뼈대가 약하고, 오류 생산도 많은 편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제 영어가 형성된 데에는 이미 JLPT 구1급에 합격하고 일본어로 일상생활이 가능한 상태에서 일본 교환학생을 갔던 일본어와 다르게 영어는 그런 밑바탕이 없는 상태의 문제 풀이 식 수능 영어에 더 길들여진 상태에서 따로 ‘언어’로서의 공부 과정을 충분히 거치지 못하고 영어로 한 문장도 제대로 발화하거나 표현하지 못하는 단계에서 국제 커뮤니티에 거주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 국제 커뮤니티에 거주하게 되는 경험이 갑자기 일어난 일이어서 먼저 언어를 익히거나 하는 준비단계가 없었습니다. 저는 그래서 영어를 조금은 실전 상황에서 “어떻게든 뭔가를 묻거나 표현해야 하는 상황들을 만나가며” 익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것이 영어적으로 더 적합한 표현인지라던가 문법적으로 맞는지가 아니라 내가 하는 말의 의미를 어떻게든 상대방이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는 과정에 더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언어 자체의 틀을 차근차근 익힌 일본어에 비해서는 서바이벌 영어를 어쩔 수 없이 익혔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로 영어공부를 위한 시간이 충분하지도 않았습니다.
물론 일상적으로 접하는 언어가 영어인 만큼 영어 자체에 더 익숙해지고 조금씩 더 편하게 사용하게 된 면은 있습니다. 그러나 또 한 가지 문제는 제가 거주했던 곳이 “영어권 국가”가 아니라, 다른 언어권 국가의 “영어”를 공용어로 쓰는 “국제 커뮤니티”였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영어를 쓰지만 실제 영국이나 미국, 호주 등에서 온 네이티브 영어 사용자를 접할 기회는 항상 있지 않았고 대부분의 거주자들이 외국어로서 영어를 사용하는 곳이었습니다. 즉 영어를 쓰고 있는 대부분의 대화 상대도 영어 네이티브 학습자가 아니었고 그들의 발음, 문법 등의 오류도 많았습니다.
이 환경에서는 제가 앞서 이야기했던 “네이티브의 대화를 충분히 듣고 그 자체에 익숙해지는 과정”을 거치기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완전히 그 언어에 대한 감각이 생기기 전에 국제 커뮤니티 등에 거주하면서 영어를 익히는 것은 분명한 장단점이 존재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영어가 아닌 다른 언어의 경우에 이정도의 세계 공용어가 아니고 국제 커뮤니티 같은 특수한 환경이 흔하지는 않기 때문에, 조금은 특수한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학 자체를 놓고 본다면 말하기 중심의 언어의 기본을 학습한 후에는 그 언어권에서 살아보는 경험을 하는 것이 문화적으로도, 언어 자체의 발음이나 표현, 문법 오류 등을 교정하는데 있어서도 더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국제 커뮤니티 거주를 통해 얻은 것도 있는데, 첫 번째는 오류를 두려워하지 않고 말을 하게 된 부분입니다. 비모국어자의 입장에서는 어떤 형태로든 오류를 형성하기 쉬운데, 그 두려움은 언어 발화 자체를 막는 장애요소가 되기도 합니다. 저는 그런 장애요소를 가진 채로는 일상생활 자체가 불가능한 국제 커뮤니티에 살았기 때문에, 내가 완벽하고 듣기 좋은 영어를 구사하는 것 보다는 어떻게든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무언가를 조금이라도 더 전달하고자 하는 의지에 초점을 맞춰서 영어를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안에 있는 무언가의 표현과 의사소통이라는 언어 존재의 본질과 맞닿아있는 면이 있습니다. 물론 유창한 언어 사용자체가 의사소통의 가능성을 훨씬 폭넓게 만들어주기 때문에, 장단점이 있습니다. 물론 자신의 오류가 굳어져버리면 더욱 의사소통의 장애 요소가 됩니다. 그러나 오류를 가진 채 네이티브와 대화를 하면 그에 대한 바른 표현을 네이티브 화자로 부터 다시 듣고 수정할 기회가 많습니다. 이 부분에 대한 집중을 높여서 계속 내가 쓰는 말을 수정해나가면 그만큼 오류도 줄어들게 됩니다. 그러나 이도 네이티브가 없이 오류를 서로 생산하는 국제 커뮤니티 같은 환경에서는 비교적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도 대부분의 영어 학습자들은 꾸준히 영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영어 실력이 느는 편인데, 재미있었던 사실은 오히려 네이티브 미국인이었던 친구의 경우에 자신의 영어 실력이 줄어드는 듯 한 체험을 했다는 부분이었습니다. 그 이유는 완전히 영어 문화권에서 쓰이는 관용적 표현 등은 많은 영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는 영어 학습자들이 바로 알아듣기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많아서 좀 더 쉬운 어휘나 단어, 표현을 의식적으로 사용하며 소통을 하는 경우가 더 많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영어 자체를 익히는데 있어서 국제커뮤니티 자체가 완벽한 환경이라고 보기에는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경험은 개인적으로는 참 값진 경험이었는데 특히 다양한 문화권의 친구들을 사귈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인 재미있는 경험으로는 완전한 네이티브의 영어를 듣거나 익히며 영어 실력을 향상시키기에는 조금 힘든 환경이었지만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이 공용어로 영어를 쓰는 환경이다 보니, 영어의 이탈리안 악센트, 스페니쉬 악센트, 프렌치 악센트, 독일식 악센트, 미국식 영어와 영국식 영어 등 다양한 언어권의 모국어의 간섭을 받은 영어 악센트를 많이 구분할 수 있게 되어서 영어를 듣고도 대충 그 사람의 국적이나 문화권, 모국어를 어느 정도 추측할 수 있게 되었고 그렇게 “어색한” 영어를 쓰는 외국인의 영어도 좀 더 익숙하고 편안하며 참을성 있게 들을 수 있는 여유가 더 생기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영어는 그렇게 세계 공용어로 쓰이고 많은 외국인 영어 화자들은 영어를 이렇게 사용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이 자체에 익숙해지는 것이 나쁘지 않았으며, 많은 사람과 영어로 소통하는 익숙함을 경험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나 자신이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지 못하더라도 그냥 좀 더 스스럼없이 발화를 하면서 대화 자체를 이어가는데 집중할 수 있었고 그런 소통의 경험이나 그렇게 만나간 외국인 친구들과 나는 마음들은 깊이 남아있습니다.
그래서 영어 실력의 엄청난 향상 자체를 초점에 둔다면 조금 적합한 환경은 아닐 수 있지만 거 넓은 언어적인 측면이나 문화적인 측면에서도 자체로 얻을 수 있는 값진 경험이 많기 때문에 국제 커뮤니티의 거주는 개인적으로는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