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우 탐험대원 /인터넷 자료는 직접 확인해보는 탐험가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첫 여름 방학 때 '뇌과학자는 영화에서 인간을 본다'라는 책에서 게놈 프로젝트와 유전자 조작, 복제 등을 읽고 생명과학에 대한 관심이 시작됐다. 2학기가 되고 과학동아리에서 선포산으로 생태 탐사를 갔는데, 나뭇잎이 없는 나무들 사이 유난히 기둥이 빨간 나무가 보였다. 나뭇잎이나 기둥의 형태를 봐선 소나무였지만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색깔을 가진 기둥이었다. 탐사가 끝나고 조사해 보니 적송이었다. 그리고 적송이 타감 작용과 항균 작용이 다른 소나무보다 강하다는 정보도 얻었다. 인터넷에 있는 정보는 잘 안 믿는 편이라 직접 밝혀보고 싶었다. 적송의 항균 작용이 있는지 내 손으로 직접 확인해보기 위한 탐험을 시작했다.
먼저 적송 추출액을 얻어야 했다. 시중에 파는 것을 찾지 못해 직접 끓여서 얻기로 결정했다. 실험을 설계할 때부터 신경을 썼던 건 변인을 통제하는 일이었다. 나무 개체 마다 항균 물질의 효과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나무는 하나로 정했고, 뿌리, 기둥, 잎, 가지 마다 또한 다를 수 있기 때문에 한 부분에서만 추출하기로 결정했다. 가을이라 잎이 거의 없어 잎과 가지를 함께 끓여 추출액을 얻었다. 그 다음엔 빠른 시일 내에 실험을 진행하기 위해 최대한 빨리 곰팡이가 피는 것이 필요했다. 시중에 파는 채소나 다른 음식들은 방부제 등이 들어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엄마와 상의해서 찾은 재료가 고구마다.
실험 설계와 준비를 마치고 곧장 실험에 들어갔다. 사진에 빨간 잉크가 표시되어 있는 것이 적송 추출액을 뿌린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아무것도 안 뿌린 것이었다. 사진을 찍고 탐험 대학 채널에 올렸는데 '적송 추출액을 안 뿌린 곳에도 물 같은 것을 뿌려야 하지 않을까요?'라는 댓글이 올라왔다. 순간 ‘아차’ 싶었다. 실험 준비에만 변인 통제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실험 과정에도 계속 변인을 통제해야 한다는 것을 잊고 있었기 때문이다. 재빨리 대조군에 적송 추출액과 같은 양의 물을 뿌려주었다. 그 다음 최대한 같은 온도를 맞추기 위해 온도 변화가 거의 없는 내 방에 놓고 실험을 이어갔다.
실험이 진행되다 보니 더 많은 변인 요인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매일 물과 추출액을 뿌려주는 시간, 햇빛이 드는 정도도 결과에 영향을 미칠 것 같았다. 이런 간단한 실험에도 생각보다 많은 변인 통제가 필요했다. 나는 변인이 생각나면 바로 A4용지에다가 적기 시작했다. 집에서, 학교에서, 학원에서 갑자기 생각나기도 했다. 그러면 손이나 문제집에 써 놓기도 했다. 내가 생각한 모든 변인을 완벽히 통제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곤충을 막아주는 피톤치드 효과와 곰팡이 증식 차이를 볼 수 있었기 때문에 실험을 성공했다.
이 활동을 통해 나는 생명과학에 더욱 큰 흥미와 관심을 얻었지만, 사실 더 중요한 것을 얻었다. 바로 실험에 있어 변인 요인 통제의 중요성이다. 자신이 알고 싶은 것을 실험할 때 더욱 정확한 결과를 얻기 원한다면 변인 통제는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야 하는 변인이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많았다. 이런 작은 실험을 진행하는데도 수많은 변인 요인을 통제해야만 했다. 그 과정은 힘들기도 하였고 혹시 내가 못 본 변인 요인이 있을까 불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끝까지 진행할 수 있었던 건 나의 궁금증을 해결하고 싶은 마음과 실험을 정확하게 끝내고 싶은 의지 때문이다. '궁금증에 답을 얻기 위한 실험 변인 통제 과정'이 이번 탐험을 통해 얻은 가장 큰 배움이다.
붉은소나무의 항균 작용 실험 과정은
탐험페스티벌 ‘특별관’에서 볼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