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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지킴이 고양이 츄츄. 너밖에 없구나.

by 그린토마토

겨울집안에서 희미하게 고양이 얼굴이 보였다. 치즈? 우유? 둘 다 아니었다.

고양이 츄츄다. 치즈는 도통 안 보이고 우유는 아침에만 왔다. 츄츄는 열심히 겨울집을 지키고 있었다. 츄츄는 겨울집이 자기 집이라 생각하는 것 같았다. 츄츄는 어느새 겨울집과 베란다의 붙박이가 되었다.


츄츄는 눈이 쑥 올라가서 왠지 사나워 보이지만 다른 어떤 고양이보다 순한 것 같았다. 어린 츄츄가 처음 베란다에 왔을 때 눈병이 걸려 걱정했었는데 다행히 나았다. 하지만 나는 요즘도 츄츄를 볼 때마다 눈을 자세히 봤다.

한낮, 먹이만 먹고 도망치는 번개가 인기척에 화들짝 놀라 후다닥 물러섰다. 츄츄는 그런 번개를 보며 겨울집에서 천천히 나와 기지개를 켰다. 이 베란다의 주인은 자신이라는 듯. 츄츄는 번개를 느긋하게 바라보았다. 번개는 눈치를 보다가 여느 때처럼 도망쳤다. 츄츄는 나를 별로 겁내지 않았다.

나는 츄츄가 베란다에 나와 두리번거리는 모습이 보일 때면 츄츄의 얼굴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눈꼬리가 올라간 눈, 길게 이어진 꼬리, 쫑긋한 귀가 퍽 매력적이었다.

우유는 아침에만 겨우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밥 먹고 어디로 사라지는지 알지 못했다. 우유는 사료를 꺼내는 내 손만 바라봤다. 우유는 성질이 급하고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것 같았다.

배가 고팠던지 츄츄와 우유는 나란히 아침식사를 했다. 두 고양이의 보송보송한 털이 사랑스러웠다. 살짝 문을 열고 사진을 찍어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츄츄는 오늘도 우유에게 츄르를 양보했다.

밥 먹은 뒤 우유는 떠났고 츄츄는 폭신한 방석 쪽으로 들어갔다. 그러곤 비닐집 안에서 낮잠을 청했다.


오늘은 겨울바람이 좀 잦아들었다. 츄츄의 등 위로 햇살이 더욱 따뜻하게 비추기를. 나른하고 배부른 츄츄의 낮잠시간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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