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린토마토 Aug 30. 2023

아들과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멀었다.

  아들의 어린이집이 있는 곳은 좁은 골목 사이여서 주차할 곳이 부족했다. 퇴근하고 아들을 데리러 가는 길. 복잡한 도로를 겨우 벗어나 골목으로 들어와도 어디 마음편히 주차할 곳은 없었다. 주차를 잘못하면 어김없이 차 빼라는 전화가 이내 걸려오곤 했다. 나는 아들의 손을 얼른 낚아챈 채 어린이집 가방을 들쳐메고 차로 황급히 돌아와 연신 죄송하다는 말을 뱉어야 했다. 그렇게 아들을 태우고도 길이 막히면 이십 분 정도는 꼬박 도로에 서 있었다.


  새로 이사온 뒤 아들은 아들도 알지 못하는 낯선 동네의 어린이집에 맡겨졌고 나는 나대로 아침, 저녁 남편과 교대로 아이를 맡기고 데려오며 고단함이 쌓였다. 물론 아들과 차안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며 이전에는 오래 보지 못했던 해지는 저녁 하늘, 또는 어두워진 뒤 하나 둘씩 불을 켜는 가로등, 지나가는 사람들과 도로위 여러가지 색의 자동차 등을 보며 우리는 더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때론 고단함에 떼를 쓰기도 했지만 그래도 좁은 차 안에서 나를 웃기기도 울게도 하며 나의 퇴근길을 함께 해준 추억속의 여섯살 아들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우리는 집에 언제 가?


엄마, 우리는 집에 언제 가?


초록불 세 개를 지나가야 해.

요 앞, 또 그 앞, 저만치 있는 신호등 세 개.


차들이 총총총 들어선 차도에 우리는 멈췄다.


해질녁, 집에 가는 길은 아득하다.

서쪽으로 지는 해는 어디로 가는지

어둠의 꼬리를 남기고

고개를 드는 가로등불이 눈을 껌뻑이는 저녁.


퇴근한 엄마의 차는

차들 틈에 멈춰서

그 놈의 초록불이 뭔지.

콩알처럼 작고 보잘 것 없는 초록불을 다 통과해야한단다.


엄마, 진짜 복잡해. 도시.

막힌 길을 달리다가 멈추다가

언제쯤 우리 차는 따뜻하고 몰랑한

집 앞에 갈까


집에 가도 따끈한 밥이 없는 우리집.

엄마는 어두운 집에 불을 켜고

밥솥에 물을 붓고 새 쌀을 앉혀야 하는데.


차만큼 아니 그보다 내가 더 커서

성큼성큼 집에 갈래.

아파트만큼 큰 건담이 되어

비행기만큼 빠른 베이블레이드

아니면 갑자기 휙 커지는 공룡메카드가 되어

변신에 변신을 하며.




이전 03화 백일장에서 우연히 상을 받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