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린토마토 Sep 19. 2023

시인이 될까? 소설가가 될까?

  백일장에서 상을 받고 집을 완전히 넘긴 어느날, 잊었던 시인의 꿈을 다시 꿨다. 마흔이 넘어서야 잊은 꿈을 다시 생각했다. 다시 글을 쓰자. 하지만 글을 쓸 시간은 모자랐다. 직장일에, 육아에, 두 가지를 하는 것만도 버거웠다. 그 시간을 쪼개어 블로그에 자작시를 올리고 다른 이의 시들을 필사하였다. 일상 이야기를 곁들여서 쓰며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재미도 있었다. 나는 조금씩 시인의 꿈에 다가가는 것만 같았다. 


  한 때 시가 내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대학교 사년 내내 그런 엉뚱한 생각을 했다. 누군가 꿈을 물으면 시를 써서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말도 안되는 이상을 이야기하곤 했다. 그랬던 나였는데 어느때부터 시가 쓰여지지 않았고 시가 떠오르지도 않았다. 그래서 어느순간부터 시로 세상을 바꾼다는 건 엉터리였다고 나에게 변명했다. 그리고 서른 즈음, 나는 더이상 시를 쓰지 않았다. 


  그리고 십년이 지난 뒤, 집이 안 팔리고 현실의 어려움이 생기자 펜을 들어 시를 썼다. 아이러니하게도. 바보같지만 이렇게 현실적으로 변한 나를 그대로 인정하는 수 밖에. 그대로 나를 인정하고 시를 써야지. 

  하지만 생각대로 시는 쓰여지지 않았다. 머리를 싸매고 앉아도 시가 떠오르지 않아 점점 시를 쓰지 않게 되었다. 나는 글을 일상처럼 쓰고 싶은 사람인데 어떻게든 글을 쓰고 싶었다. 


그 때 떠올랐다. 나는 지난 몇 년간 육아일기를 썼던 사람이라고.  

시는 힘들어도 줄글은 가능하지 않겠어? 수필에 도전해볼까?

소설가가 되는 건 어때? 

나는 나에게 이십대의 나처럼 속삭였다. 엉뚱하게.

소설로 세상을 바꿔보는 건 가능하지 않을까?


그때부터 이백자 원고지에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시보다 잘 써졌다. 소설은 이렇게 계속 쓰며 살 수도 있을거라고 착각했다. 말그대로 소설의 '소'자도 모르고 덤벼든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소설을 사년 째 쓰고 있다. 사년 째 쓰지만 갈길이 보이지 않는다. 


  나는 내가 꾸는 작가라는 꿈이 허황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다가도 그래도 가보지 않은 길을 그냥 돌아나오기는 싫다. 나는 어디쯤 서 있는건지 아무도 답을 알려주지 않는다. 




이전 05화 폭풍우 치는 밤, 집 보러 온 그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