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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린토마토 Oct 21. 2023

소설수업 시작했는데 하필 남편이 코로나라니!

  2021년 2월, 지역의 문학관에 가서 문예강좌를 신청했다. 그 때는 여전히 코로나로 위축된 시절이었다. 누군가 한 명 코로나에 걸리면 무조건 검사를 하고 걸리지 않더라도 자가격리를 해야했던 때였기에 고민 끝에 신청을 취소했다. 하지만 간절히 배우고 싶었던 나는 인터넷을 찾기 시작했다. 소설가 선생님이 줌으로 수업을 해주고 삼개월 동안 소설 두 편을 합평 받을 수 있는 곳이 있었고 제대로 배울 수 있겠다는 생각에 솔깃했다. 한편으로는 직장생활과 가정생활을 하며 제대로 병행할 수 있을까도 고민했다. 하지만 시작해보자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이것도 나에게 다가온 기회라는 생각을 하며. 이렇게 하지 않으면 시작도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서 소설을 이 년 동안 끄적였다. 그렇게 해서라도 소설이 계속 쓰여진다면 배울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소설 한 줄 쓰기가 힘들었다. 역시 배워야하는구나. 그래야 쓸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절실히 들었다. 4월부터 두 시간씩 매주 줌으로 입문과정 수업을 오주동안 진행했다. 새로운 세계였다. 선생님과 소설을 배우는 사람들은 만나는 경험은 처음이었다.

  매주 선생님이 추천해주는 소설을 여러 편 읽었고 파격적인 이야기들에 충격을 받았다. 다양한소재로 보편적인 주제를 이끌어내는 것이 소설이라지만 나는 한번도 시도해보지 못한 이야기들이 가득했다. 그리고 선생님은 명작이라고 하였다. 나는 얇은 알을 깨고 나오는 새끼새에 불과했다. 한없이 작아졌다.


  입문과정 이 주 차쯤 진행했을 때 남편이 회사에서 코로나에 걸렸다. 코로나에 걸리고도 격리시설에 가지 못하는 남편과 우리는 각자 자신들의 방에 바퀴벌레처럼 숨었다. 거실에서도 소독약을 뿌리고 KF94마스크를 쓰고 만났다. 남편은 방에서 나오지도 못했고 아이들과 나는 부엌에서 밥만 받아서 각자 방으로 다시 들어갔다. 우리 가족은 모두 코로나 검사를 했고 격리했다. 남편이 걸린 줄 모른 채 잠시 시댁에 다녀왔기에 시댁도 난리가 났다. 아주버님, 부모님 다 코로나 검사를 하고 격리에 들어갔다.  

  나는 두렵고 무서웠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걱정되었다. 혹시 내가 걸려서 아이들을 놔두고 격리해야하면 어쩌나, 아니면 아이들이 격리된다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코로나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잠이 오지 않았다. 다행히 남편을 제외한 다른 가족들의 검사 결과는 음성이었다. 남편은 간단한 짐을 꾸린 채 구급차를 타고 격리센터로 갔다. 나는 소설 배우기를 잠시 포기했다. 잠시가 될지 영영이 될지 알 수 없었다. 남아있는 아이들을 챙기며 이 주동안 진행되는 자가격리를 무사히 마쳐야만 했다. 누가 코로나에 걸렸는지 안 걸렸는지 알지 못한 채 우리는 각자 방에서 그전에는 한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조금은 우울하고 낯선 거리두기를 시작했다.

  직장에 육아에 빠듯하게 살아가던 나. 드디어 혼자 엉터리로 끄적이던 소설을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기회였는데 그것 또한 가족의 위기 앞에서는 중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코로나로 상처받은 가족의 모습을 소설로 끄적였다. 아주 조금씩 천천히, 매일 새벽 악몽에 시달리며. 격리기간동안 남아있는 가족 누군가 한 명이라도 걸렸다면 어떡해야하나. 내가 걸린다면, 아이들이 걸린다면 등의 경우의 수를 따져보며 공포에 질린 채.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말이 있듯이 코로나19로 격리하던 그 당시의 나는 비극의 시간을 보냈지만 돌이켜보면 늘 찔끔찔끔 쓰던 소설을 앉아서 천천히 많이 써볼 수 있는 희극의 시간이 아니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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