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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린토마토 Oct 21. 2023

소설습작생 사년차! 끝은 없다.

  출근준비를 하기 전 새벽 4시에서 5시 사이에 컴퓨터 앞에 앉는다. 어떤 날은 알람소리에 겨우 일어나기도 하지만 출근 전에 책상앞에 앉아야만 그 하루가 내 하루 같기에, 그 즐거움을 놓치면 안되기에 안간힘을 쓰고 일어난다. 그리고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 정도 어제 쓰던 소설에 문장을 보탠다. 어떤 날은 한 문장도 써지지 않는다. 앞에 적은 글을 또 읽고 수정한다. 단편소설 한 편을 쓰기 위해 나는 날마다 전날 쓴 글을 또 읽고 고친다. 그리고 그 다음날도, 그 다음다음날도 앞에서부터 쓴 내용을 다시 읽고 고치고 덧붙여 쓴다.  


  그렇게 한 달 반 넘게 단편소설 한 편을 완성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다. 합평을 받고 선생님의 지도를 받아 수정한다. 괜찮게 쓴 소설은 세~네 번 더 합평을 받는다. 그것이 또 끝은 아니다. 그렇게 합평 받은 소설은 내 작품이 되긴 하지만 갈길이 먼 습작품일 뿐이다. 그렇게 한 편, 한 편을 완성해가며 나는 내 삶을 돌아본다.


  학교폭력담당교사로써 느껴야만 했던 절망과 희망, 아이를 키우며, 가르치며 고민하는 이상과 현실, 불난 아파트에서 마주한 사람들의 속뇌, 산업현장에서 소리없이 죽어가는 우리 시대 젊은이들 이야기, 은둔형 외톨이와 형, 아버지의 이야기 등. 게다가 최근에는 악어관련 소설을 쓰기 위해 악어에 대한 내용을 수십개 찾아보고 조사를 했다. 이제까지 살며 이렇게 악어를 자세히 본 적이 없었는데 말이다.


  일부러 직장까지 걸어가며 하늘을 보고 나무를 보고 바람을 느낀다. 퇴근길에 마주치는 가게의 풍경, 지나치는 낯선 사람들의 느낌에 호기심을 가진다. 집으로 가는 길에 마을 버스를 타고 음악을 들으며 내가 새벽에 썼던 소설의 뒷부분을 구상하기도 한다. 카페에 가서 글을 쓸 때는 옆에서 들리는 누군가의 이야기에 영감을 얻는다. 나는 소소하게 살아가는 이야기들에 귀를 기울이며 일상의 감사한 순간을 맞이한다.

  

  먼저 등단하는 동료들이 부럽기도 하고 글을 잘 쓰는 동료들의 글을 읽으며 감탄한다. 그리고 초라한 내 글을 본다. 그만둘까? 여기서. 하지만 다시 생각한다. 평생 이렇게 배우기만 해도 즐거울 것 같다고. 최근에는 눈이 나빠져서 안경을 맞춰야만 했다. 그래도 좋다. 배울 수 있는 것이.


  그리고 이제 시작이다. 겁먹지 말고.

  지금 내가 누리는 삶은 애타게 글을 쓰고 싶어했던 어느 누구의 삶을 빌려사는 것일 수도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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