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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린토마토 Oct 21. 2023

OO씨, 두드려 맞은 날!

  나는 코로나19 자가격리를 끝낸 뒤 소설 창작반 수업을 들었다. 그러곤 첫 소설을 합평 받았다. 코로나 19와 관련된 일을 소설로 썼다. 첫 소설은 코로나 19에 걸린 남편이 기절을 하고 나는 투명인간이 된다는 내용이었다. 선생님은 실제 있는 질병의 경우는 허구적인 내용을 덧붙일 수 없다고 했고 관련된 문장수정을 받았다. 창작반 수업을 통해 그동안 한글파일 200자 원고지에 글을 쓰던 나는 A4용지에 글씨크기 10포인트로 소설을 쓴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공모전에 200자 원고지 70~80매씩 적은 소설을 인쇄해서 봉투에 넣어 보냈던 적이 몇 번 있었기에 나의 무지함에 부끄럽기도 했다.

  나는 다시 다음 합평까지 소설을 수정했다. 이번에는 허구적인 내용을 모두 뺐다. 다시 합평을 받았을 때 소설의 흥미가 떨어졌다는 평을 들었다. 내가 읽어도 수필같은 느낌이 들었다. 다음에는 새로운 소설을 쓰기로 했다. 아. 소설쓰기 정말 어렵구나. 나는 현실의 벽이 높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다음 소설은 메타버스에 빠진 택시기사의 이야기를 썼다. 내가 읽어봐도 내용이 좀 억지스러웠다. 고속도로에서 사고가 나는 장면도 어색했다. 하지만 나는 살면서 그런 무서운 내용을 써본 적이 없기에 소설을 쓴 뒤 운전을 하는 것이 한동안 두렵기도 했다. 게다가 합평을 받았을 때 너무 내용이 많고 유기적으로 엮이지 않아 아직 내가 고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을 받았다. 문장수정만 하고 마무리했다. 


  그리고 세 번째 소설은 실직을 한 뒤 집안에 텐트를 치고 잠자는 남편의 이야기를 썼다. 아내가 혼자 아이를 챙기고 살아가는 이야기였는데 역시 뒷이야기는 엉뚱한 결말이었고 중간에 과거 이야기도 아주 구태의연한 내용이었다. 줌으로 하는 합평 시간에 선생님이 말하였다.


오늘을 OO씨 두드려 맞는 날로 정합시다. 


그리고 나는 눈물이 찔끔날 정도로 소설합평을 받았다. 그래도 나는 글 좀 쓰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날 완전히 깨지는 경험을 했다. 물론 이 나이에 내가 이런 말까지 들어가며 소설을 써야하나 하는 생각을 하며 며칠동안 고민했지만 선생님과 다시 면담을 하고 마음을 다잡았다.


  이제 시작인데 한번 가보자. 


  내가 배우는 끝이 어딘지 모른다. 안개처럼 뿌옇게 보일 때도 있고 어느 날은 맑은 하늘 같기도 하다. 정답도 모르겠다. 배울 때는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금방 까먹는다. 

하지만 나는 시작했고 좌절하더라도 한번 가보고 싶다. 어떤 길인지. 보이지 않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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