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잠시 베란다 문을 열었다. 고양이들이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를 경계하고 있었다. 여느 때처럼 우유는 집안에 숨고 치즈는 집 위에 올라가서 주변을 살폈다. 우유는 겁도 많지만 호기심도 많아 주변이 조금 조용해지자 바깥에 나오기까지 했다. 하지만 금세 집안으로 다시 숨었다. 고양이들에게 밤은 호기심과 두려움이 공존하는 시간인 것 같다. 그런 시간을 무사히 지나고 아침에 우리는 또 만났다.
아침에 베란다 문을 열었을 때, 나는 낯선 손님을 맞이해야 했다. 그 손님은 아마도 치즈의 품에 있는 것을 보니 치즈의 아기인 듯했다. 우유는 작년에 태어난 치즈의 아기이고 지금 치즈의 품에 있는 아기는 이번 여름에 낳은 아기겠지. 치즈가 한동안 눈에 띄지 않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리고 아기가 한 달 정도 되어 바깥출입이 가능해지자 우리 집에 데려온 것 같았다. 치즈는 자신의 아기에게 우리 집을 가르쳐주기 위해서 다시 찾아온 것이다.
치즈의 아기는 9월 어느 날, 불쑥 우리 집을 찾아왔다. 그래서 치즈의 아기 이름은 '어느 날'이다.
고양이 '어느 날'은 내 눈치를 살피는 것처럼 보이나 치즈보다 우유보다 츄츄보다 훨씬 적응력이 뛰어난 것 같았다. 내가 먹이 주는 사람인 걸 알아차린 뒤 멀리 도망가지도 않았다. 고작 도망간 곳이라곤 비닐 텐트 뒤 화분 아래였다. 그 화분 아래 숨어서도 내 눈을 빤히 쳐다봤다.
고양이 '어느 날'은 우리 집 동백나무에 올라가는 여유까지 부렸다. 똥을 싸지 말라고 이것저것 다 올려둔 화분 위로 폴짝 올라가 바깥풍경을 구경하기까지 했다. '어느 날'이 우리 베란다에 온 지 이틀 만에 일어난 일이다.
이제 우유와 치즈, 어느 날이 아침에 나를 보고 있다. 어느 날은 엄마 치즈의 밥그릇에 고개를 파묻고 잘 먹었다.
아기 고양이 '어느 날'은 물을 새로 떠주었는데도 바닥에 흐른 물을 핥아먹었다. 안쓰러웠다. 내가 핥아먹지 말라고 소리를 내자, 둘 다 나를 빤히 쳐다봤다.
우리 집 베란다는 우유와 치즈와 어느 날이 함께 머무는 곳이 되었다. 언제까지 머물지, 언제 떠날지, 또 떠났다가 언제 돌아올지 기약하지 못하는 고양이들이지만 지내는 동안 건강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