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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에서 살아남기

by 그린토마토

장대비가 쏟아지고 난 뒤의 아침, 밤새 얼마나 비가 퍼부었는지 방충망에 물방울이 빼곡하다. 밖이 통 보이지 않는 방충망 너머 고양이 얼굴이 보인다. 밥을 기다리는 고양이 우유의 엄마 치즈다.

아픈 츄츄가 사라지고 한동안 우유만 있더니 우유의 엄마 치즈가 다시 돌아왔다. 치즈가 다시 건강하게 돌아온 것은 감사했으나 더 날카로워지고 말라있었다.

하지만 그런 치즈를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고양이 한 마리가 있었다. 바로 치즈의 아들 우유다. 우유는 오랜만에 치즈를 봐서인지, 아니면 내가 모르는 사연이 있는지 치즈의 곁에 오지 않았다. 치즈보다 더 높은 곳에 올라가 치즈를 경계하고 지켜봤다.

나는 그런 우유의 모습이 어이가 없었다. 자기 엄마도 몰라보는지.

치즈는 그런 우유의 눈치가 보이는지 계속 뒤쪽이나 위쪽을 보며 흘끔거렸다.

그러곤 먹이를 얼른 먹고 베란다 가쪽으로 나섰다. 화분 뒤 적당히 숨을 곳을 찾는 것 같았다.

이제는 엄마보다 더 커버린 우유가 치즈를 공격할 태세였다. 도대체 무슨 일인건지. 우유는 치즈를 살피며 내려가려고 슬슬 움직였다.

그러다가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와서 내려올 시동을 걸었다. 휙! 이제 바람처럼 빨라진 우유.

치즈는 그 사이, 고양이 집 뒤에서 얼굴만 내밀었다.

아래로 내려온 우유는 치즈를 잡으러 갔다.

치즈가 반대쪽으로 깊숙이 숨어버리자 방향을 틀어 밖으로 나왔다. 그러다 두 고양이는 눈이 마주쳤다. 치즈는 우유에게 딱 걸려버렸다.

치즈가 우유를 쳐다봤다. 우유도 치즈를 바라보았다. 빗물이 묻어 안쓰러운 치즈는 우유의 눈치를 보다가 사료도 덜 먹고 베란다 밖으로 나갈 채비를 했다.

그 뒤, 치즈를 쫓는 우유의 추격전이 시작되었고 치즈는 있는 힘을 다해 도망을 갔다. 야생의 삶. 아들도 엄마도 자신들의 영역 앞에서는 남이 되는 삶인 건지. 야생에서 살아남기 팍팍하다. 그래도 앞으로는 둘이 사이좋게 밥 먹으러 오길 기대해 본다. 서로의 오해가 얼른 풀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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