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고양이 우유의 찌질했던 순간들

by 그린토마토

우유의 취미는 높은 곳에 올라가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이다.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힘을 주는 모양새가 제법 의젓해졌다.

하지만 이 구역의 강자 퉁퉁이 앞에서는 무기력했다. 우유는 퉁퉁이가 오면 도망치기 바빴다. 오랜만에 나타난 엄마 치즈도 못 알아보고 쫓아내기 바빴던 우유는 결국 퉁퉁이를 막아주는 엄마 치즈에게 복종하게 되었다. 덩치는 퉁퉁이의 반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치즈는 퉁퉁이와 맞서 싸웠다. 반면, 우유는 집안에 숨어 숨을 죽였다.

결국, 두 모자는 화해를 했고 사이좋게 베란다를 지키기로 마음먹은 듯 했다. 밥을 함께 기다리고 또 함께 쉬며 둘의 관계는 돈독해졌다. 예전의 모자관계로 돌아온 것이다. 우유는 무엇보다 공공의 적인 퉁퉁이로부터 자신을 지켜주는 치즈가 든든했다.

치즈는 편하게 쉬다가도 인기척이 들리면 집 위로 올라가 적에 맞설 준비를 했고 우유는 텐트뒤로 숨어 치즈의 행동을 주시했다.

우유의 찌질함은 이것만이 아니다. 우유는 퉁퉁이 앞에서도 찌질하지만 여자친구 앞에서도 찌질했다.

우유의 여자친구가 밥 먹으러 올 때마다 치즈는 경계했다. 심지어 치즈가 우유의 여자친구를 쫓아가서 대치하는 상황도 여러 번 있었다. 그럴 때마다 우유는 그 상황에 관여하지 않고 여유롭게 그 상황을 보기만 했다. 사진에는 안 나왔지만 어떤 때는 배를 드러내고 누워버리기까지 했다. 나는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에휴 하는 한숨이 나오기도 했다. 도대체 우유는 누구를 닮아 찌질한가. 우유의 찌질함은 어디까지인가.


우유는 찌질하지만 나는 그래도 그 찌질한 우유가 좋다. 그것이 우유의 매력일지도 모른다.


keyword